제주 교사 10명 중 8명 “예산 부족으로 교육활동 축소·취소”

박성우 기자 2026. 4. 20.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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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내 일선 교사의 10명 중 8명이 교육재정 위기를 체감하고 있으며, 예산 부족으로 인해 실제 교육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부(지부장 현경윤)는 20일 오후 2시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재정 위기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4월 7일부터 14일까지 도내 교직원 17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 조사는 최근 지속된 예산 축소와 사업 중심 재정 운영이 학교 현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실시됐다.

올해 학교로 배부된 운영비 및 사업 예산이 지난해와 비교해 어떻게 변화했다고 느껴지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92.4%가 감소(매우 감소 56.6%, 감소 35.8%)했다고 응답했고, 비슷하다는 응답은 6.4%, 증가했다는 응답은 1.2%에 그쳤다.

응답한 교사에 유초중고 교사가 고루 분포돼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예산 감소는 특정 학교가 아닌 제주 교육현장 전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인 셈이다.

예산 변화로 인해 실제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영역을 복수로 선택해달라는 문항에 교육활동비 63.6%, 교실 수업 환경 63.0%, 교사 개인 사비 부담 37.6%, 학생 자치 및 학급 운영 32.4%, 시설 유지보수 28.9%, 방과후학교 및 돌봄교실 19.1%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예산 부족으로 인해 실제로 취소하거나 축소한 교육활동이 있는지를 묻자 전체 78.0%가 '있다'고 답했다.

예산부족을 체감한 순간에 대해서는 △교재 주문이 불가해 유인물로 대체했다 △실습비 삭감으로 이론 위주 수업을 재구성했다 △디지털 화면 불량으로 수업에 지장이 생겼다 △기초학력 지원 축소로 개별지도에 어려움이 있다 △동아리 활동비가 급감했다 △공모사업 증가로 계획서 작성이 과중됐다 등의 의견이 수합됐다.

현재 예산 상황이 학생 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어느 정도로 평가하는지 질문에 응답자의 79.8%가 심각(49.7%) 내지는 매우 심각(30.1%)이라고 답했다. 반면 심각하지 않다는 응답은 7.0% 수준이었다.

교육 재정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을 복수 꼽아달라고 질문하자 '단기 성과-전시성 사업 등 비지속적 사업이 우선된 예산 구조' 68.8%, '장기 재정 계획 없이 단기 집행 중심으로 운영된 예산 구조' 47.4%, '재정 악화에 대한 대응 및 관리·예산 운영의 불투명성'이 37.0%, '정부 교부금 감소 및 학령인구 감소 등 외부 재정 여건 변화' 29.5% 순으로 응답했다.

전교조는 재정 위기가 학교에서 감당할 수 있는 임계점을 이미 넘어섰음을 보여주는 수치라고 주장했다. 취소된 교육활동이 단순히 나중으로 미뤄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교조는 "현장체험을 가지 못한 봄, 동아리 활동이 멈춘 학기, 평화교실이 사라진 교실은 그 시간을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영원히 복원되지 않는 공백으로 남는다"며 "예산 삭감은 숫자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시간을 지우는 일"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10명 중 8명의 교사가 교육활동을 포기야 했다는 사실은 교사의 의지와 헌신만으로는 더이상 채울 수 없는 공적 지원의 공백이 구조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지금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학교의 예산부족 문제가 아닌, 최소한의 교육적 환경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변화는 가장 취약한 영역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었다. 특수교육, 다문화 지원, 기초학력 지원 등 학생 지원 영역이 축소되고 있다는 응답이 이어졌고, 제주 4.3 관련 교육활동 역시 예산 부족으로 축소되고 있다는 응답이 확인됐다"며 "이는 예산 감소가 단순한 사업 조정이 아니라, 교육의 핵심 가치와 내용 자체를 흔들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수업과 학생 지원 중심의 '교실 중심 예산' 전면 재편 △학교 현장이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예산 편성 구조 제도화 △특수교육·다문화·기초학력 등 교육 취약 영역 지원 최우선 복원 △교육재정 운영 전반 투명 공개 △중장기 재정 계획 제시 △전시성·단기 성과 중심 사업 전면 재검토 등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