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해태, 단일 체제 완성···합병 효과, 해외에서 갈린다

한다원 기자 2026. 4. 2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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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된 국내 시장 넘어 글로벌 시장 확대
해태 제품 수출 확대 가능성 높아져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과의 흡수합병을 마무리하고 외형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빙과 시장이 구조적 한계에 직면한 상황에서 빙과 사업을 단일 법인 체제로 통합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단기간 내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빙그레는 10% 내외의 불과한 빙과 수출 매출 비중을 높이기 위해 해외 시장 공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글로벌 매출 확대 속도가 향후 실적 개선의 핵심 변수로 꼽히는 가운데 빙그레가 실적 반등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빙그레·해태아이스크림 합병, 얻는 효과는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빙그레는 이달 초 존속 법인으로서 해태아이스크림을 흡수합병했다.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한 지 약 5년 만이다.
빙과 제조사 점유율 및 빙그레, 해태아이스크림 실적 추이. / 표=김은실 디자이너

빙그레는 지난 2020년 10월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한 이후 공동 마케팅 실시, 물류 센터 및 영업소 통합 운영 등 시너지를 발휘하기 위해 다양한 효율화 작업을 진행했다. 빙그레는 인수 2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매출도 지속 성장했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인수였다고 자평했다.

양사는 이번 합병을 통해 효율적이고 최적화된 인프라를 활용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중복된 사업 조직을 통합하고 업무 프로세스를 일원화하는 등 효율성을 제공하는 동시에 수익성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또 양사의 제품을 해외 수출, 이커머스 등 여러 채널로 판매를 확대해 매출 향상에 기여할 예정이다.

제품 라인업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카테고리가 겹치는 제품은 브랜드 인지도와 판매 실적이 높은 대표 상품 중심으로 통합하고, 수익성이 낮은 제품은 축소하는 등 효율화 작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빙그레의 메로나, 투게더와 해태아이스크림의 부라보콘, 바밤바 등이 단일 법인 포트폴리오에 속한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기준 빙과 제조사 점유율은 롯데웰푸드가 39.86%로 1위다. 빙그레는 점유율 28.25%를 확보해 2위에 머물러 있지만, 단순 계산으로 해태아이스크림(14.68%)의 점유율을 더하면 42.93%로 1위로 올라서게 된다.

빙과업계가 점유율 확보에 주력하는 이유는 국내 시장 환경 악화 때문이다. 저출산에 따른 주소비층 감소, 원유·설탕 등 원부자재 가격 상승, 계절적 수요 변동 등이 겹치며 매출 확대와 수익성 확보가 모두 어려운 상황이다.

◇침체된 국내 시장 대신 해외 시장 확대

빙그레는 글로벌 시장 확대를 수익성 개선의 돌파구로 삼고 있다. 빙그레의 지난해 별도 기준 수출액은 1722억원으로, 전체 매출(1조3124억원)의 약 13.1% 수준이다. 아직 매출 비중은 크지 않지만, 빙그레는 2023년 수출 비중 10.5%에서 지난해 13.1%로 수출 규모를 꾸준히 높이고 있다.

특히 빙그레의 빙과 부문 수출액은 지난 2023년 688억원, 2024년 829억원, 지난해 994억원이었다. 수출 매출 비중은 전체의 5.8%, 6.6%, 7.8%로 점진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빙그레는 대표 제품인 메로나를 중심으로 한 아이스크림 제품의 글로벌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메로나는 현재 미국과 캐나다, 중국 등 40여개국에 수출되는 빙그레의 대표 글로벌 브랜드다. 북미 시장에서는 월마트와 코스트코 등 현지 대형 유통채널에 입점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빙그레 메로나 미국 수출용 제품. / 사진=빙그레

지역별로는 미국이 핵심 시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 법인 매출은 970억원으로 전년 대비 20.6% 증가하며 전체 해외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베트남은 130억원으로 22.8% 성장하며 신흥 시장으로 부상했다. 반면 중국은 경기 둔화 영향으로 346억원(-17.7%)에 그쳤다.

최근에는 빙그레가 호주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며 글로벌 유통망 확대에 나섰다. 빙그레는 핵심 제품군인 아이스크림, 유가공품 등을 오세아니아 현지 시장에 직접 유통하고 판매망을 확대하기 위한 전초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써 빙그레의 해외 유통법인은 중국과 미국, 베트남, 호주 등 4곳이다.

하지만 빙그레와 해태아이스크림은 합병 이후에도 단기간 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란 시선이 짙다. 현재 빙그레 수출 비중이 10% 내외에 머물러 있다. 또 글로벌 시장의 경우 세계 최대 아이스크림 수출국인 프랑스는 제조업체만 약 400개에 달하고, 유럽은 이탈리아 정통 아이스크림인 젤라또의 인기가 굳건해 K-아이스크림이 빈틈을 비집고 들어가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경쟁사인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인도 현지 빙과업체 하브모어를 인수하고 생산 라인을 9개까지 증설했다. 롯데웰푸드는 월드콘, 돼지바 등 주력 제품을 앞세워 지난해 인도 법인에서만 전년 대비 20% 증가한 29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빙그레 전체 수출액을 상회하는 규모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합병을 통해 영업·마케팅·물류·운송 등 중복 비용이 축소되고 원·부자재 공동 구매를 통한 원가 구조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면서 "해태아이스크림은 현재 수출 비중이 거의 없지만 빙그레는 미국·유럽·중국·베트남 등 주요 해외 유통망을 이미 확보하고 있어, 합병 이후 해태 제품의 수출 확대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중국 등 해외 수출은 견조한 흐름을 유지함에 따라 전년 수준의 매출 규모를 방어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2분기까지는 합병 관련 비용 영향으로 실적 기대감이 다소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나, 하반기에는 조직 안정화 이후 중복 비용 제거에 따른 수익성 개선과 사업 시너지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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