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자금난에 쪼그라드는 중소게임사… K-게임 뿌리가 말라간다

김영욱 2026. 4. 2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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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악화에 파산 신청까지
대기업 해외투자·AI 확산 악재
생태계 파괴, 신작 공백 심화 전망
정부, 중견도 투자 가능 펀드 조성


한국 게임 산업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 국내 대형 게임사들마저 생존을 걱정하고 중소 개발사들은 자금난에 문을 닫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대형 게임사 중심의 산업 구조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소형 게임사가 큰 기업으로 성장하고, 이들이 다시 신생 개발사를 지원하는 선순환 생태계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또한 신생 개발사가 우수한 게임을 공급하지 못하면 이를 서비스하는 대형 게임사도 위험해진다.

20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설립된 클로버게임즈는 올 1분기 '헤븐헬즈'를 국내 및 글로벌 출시했지만, 자금난을 이유로 이달 초 파산 신청을 접수했다. 이에 따라 회사가 운영 중인 모든 게임은 다음 달 서비스가 종료된다.

모바일 게임 선두주자였던 네시삼십삼분(433)은 지난 몇 년간의 경영 악화를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의 블록체인 자회사인 디랩스 게임즈는 법인 청산 직전 상태로 소수 인원만 출근하고 있다. 다른 여러 중소 게임사들도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얘기가 경기 판교에 파다하다.

중소 게임사들 사정은 대형 게임사들의 글로벌 진출과 인공지능(AI) 확산 시기가 겹치면서 확 나빠졌다. 국내 중소 개발사에 대한 투자가 이 시기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대형 게임사들은 PC·콘솔 게임 개발 경험이 있는 해외 개발사에 눈을 돌렸고, 벤처캐피탈(VC) 업계는 게임보다는 AI·바이오·딥테크 등에 투자하는 것을 선호하게 됐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자료에 따르면 게임 신규 투자 금액은 △2022년 1615억원 △2023년 1154억원 △2024년 999억원 △2025년 2068억원으로 3년 연속 감소하다 지난해에 늘었다. 그러다 올해 2월 기준 신규 투자금은 47억원으로 전년(370억원) 대비 87% 급감했다. 지난해에는 오랜만에 신규 투자가 늘었는데 중소 개발사들은 "현장에선 체감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챗GPT가 그린 일러스트.


중소 게임사의 위기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게임 산업은 대형사들이 외부 중소 개발사들의 게임을 퍼블리싱하는 구조로 성장해 왔기 때문이다. 대형 게임사들은 자체 개발을 하면서도 경쟁력 있는 외부 신작을 확보해 이를 서비스한다. 일부 대형 게임사들은 역량 있는 개발사를 인수해 아예 자회사로 편입하기도 한다. 대형사 출신들이 퇴사해 개발사를 차리기도 한다. 이렇게 대형사와 소형사가 서로 윈-윈하는 것이 선순환 생태계다.

실제로 넥슨의 '메이플 키우기'는 에이블게임즈와 공동개발한 게임이다. 올해 출시 예정인 넷마블의 '쏠:인챈트'(개발사 알트나인), 컴투스 '제우스: 오만의 신'(개발사 에이버튼) 등도 중소 게임사 작품이다.

조영기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은 "중소 개발사, 스타트업이 중견기업 또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는 구조가 돼야 건강하다고 볼 수 있다"며 "게임 산업은 혼자서 다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 중소 게임사들이 사라지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2024년 기준 국내 게임 제작 및 배급사 수는 1398개이고, 여기서 종사하는 임직원 수는 5만4000여명에 달한다. 이들 중 대다수가 겪고 있는 자금난을 해결하려면 정책적인 지원이 절실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부가 K-컬처 300조 시대를 공언한 만큼, 효자 산업인 게임이 무너져서는 안 된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금융 지원을 통해 상황을 해결해 보겠다는 구상이다. 문체부는 지난 1월 발표한 7300억원 규모 콘텐츠 정책펀드의 운용사를 결정한 데 이어 21일 관련 공고를 낼 예정이다. 또한 영상·방송에 국한됐던 콘텐츠 전략 펀드가 중소·벤처 기업 외에 중견 이상에도 투자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문체부 측은 "2024년 신설된 콘텐츠 전략 펀드는 '오징어 게임'의 성공을 보고 조성된 것이라 영상·방송 중심으로 투자처가 제한됐다"면서 "올해에는 500억원이 편성됐고, 이를 기업 규모에 관계 없이 투자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며 구체적인 시기는 연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협회장은 "게임 산업 전체 성장을 위해서는 제작비 세액 공제, 탄력적인 근무 환경, 모태펀드 내 전문계정 조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 차원에서 1300개가 넘는 회사들을 골고루 지원해줄 수 없겠지만, 혜택을 받는 회사들이 많아질 수록 산업 성장의 가능성은 커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욱 기자 wook95@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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