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이 안돼요” 도로 복판에 멈춰선 차, 경찰은 도로를 가로질러 달렸다…서울 서부 관문을 지킨다 [우리동네 경찰서]

전새날 2026. 4. 20.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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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경찰의 창경 8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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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경찰서 (6) 서울 강서경찰서
이승재(왼쪽부터) 강서경찰서 경비교통과 교통안전2팀 경위, 김세강 곰달래지구대 경장, 전성배 강서경찰서 형사2과 강력팀 경장이 15일 오후 서울 강서구 강서경찰서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창빈 기자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호흡이 안 됩니다. 운전을 못 하겠어요. 도와주세요.”

지난해 8월 30일 오후 4시21분. 서울 올림픽대로 1차선에 차량이 멈춰 섰다는 응급 신고가 접수됐다. 차들이 시속 60㎞ 이상으로 달리던 도로 한복판. 자칫 2차 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마침 인근에서 고장 차량 안전 조치를 하고 있던 서울 강서경찰서 경비교통과 소속 이승재 경위는 신고를 접수하자마자 결단을 내렸다. 올림픽대로에서 순찰차를 돌려 사고 지점으로 이동할 순 없었다.

그렇다고 이것저것 따질 여유도 없었다. 이 경위는 순찰차를 세워둔 채 곧바로 약 200m 도로를 거슬러 갔다. 양팔을 크게 흔들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며 뛰었다. 무섭기도 했지만 지금 바로 가야 한다는 판단이 앞섰다. 다행히 운전자들도 상황을 직감한 듯 속도를 줄이며 길을 터줬다.

이승재 강서경찰서 경비교통과 교통안전2팀 경위가 15일 오후 서울 강서구 강서경찰서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창빈 기자

차 안에 있던 운전자는 심혈관 수술 이력이 있는 60대 남성이었다. 의자에 몸을 반쯤 기댄 채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었고 의식마저 흐려지는 상태였다. 이 경위는 차량을 가까스로 갓길로 이동시킨 뒤 곧바로 운전대를 잡고 병원으로 향했다.

이 경위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시민은 경찰청 유튜브 콘텐츠에 출연해 “갑자기 시야가 흐려지고 이대로 의식을 잃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언까지 떠올랐다”며 경찰이 도로를 뛰어오는 모습을 본 순간 ‘살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건강을 회복한 그는 이제 8월 30일을 생일과 같다고 기억한다.

서울 서부권 교통 관문…정체 구간은 개선 중
대아아파트 인근 지하차도 차량 정체. 1차로는 좌회전, 유턴 전용이어서 직진 차량이 2차로에만 몰리며 극심한 혼잡이 빚어졌다. 이 지역의 고질적인 문제였다. [서울 강서경찰서 제공]

강서구는 공항과 도심, 대규모 주거지역이 맞물린 지역이다. 김포공항과 서울 지하철 9호선 관제센터 등 국가 중요시설이 자리 잡고 있고 인천 계양구, 경기 김포·부천시와 맞닿은 서울 서부권의 교통 관문 역할도 한다.

올림픽대로와 남부순환로, 한강 교량이 집중된 만큼 차량 흐름이 몰리는 구간도 많다. 대표적인 곳이 강서구 대아아파트 앞 교차로다. 이곳은 2017년 마곡지구 개발이 순차적으로 이뤄지며 차량 정체 민원이 몰리는 곳이다. 올림픽대로에서 강서구로 진입하면 2개 차로가 이어지는데, 직진 차로인 2차로만 상습 정체가 발생한다. 반면 1차로는 아파트 진입을 위한 유턴 차량 위주로 쓰이면서 상대적으로 비어 있는 시간이 많았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차는 밀리는데 한 개 차선이 비어 있다”, “직진 차량만 계속 막힌다”는 불만이 이어졌다.

강서경찰서는 해결책을 수년째 모색했지만 주민 반대에 부딪혀 상황은 진전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서울경찰청이 지난해 ‘서울 교통 리디자인(Re-Design)’ 프로젝트를 가동하며 해결의 물꼬가 트였다. 경찰은 서울시, 강서구청 등과 협의해 개선안을 마련했다. 보도를 일부 줄여 차로를 하나 더 확보하고 기존 1차로 유턴 기능은 유지하면서 지하차도 2개 차로를 모두 직진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 아이디어는 주민 89%가 찬성했다. 현재 도로 구조 개선 공사 중이고, 다음 달부터는 새로운 방식이 적용된다.

1977년 개서…주요 과제는 ‘취약 계층 보호’
서울 강서구 강서경찰서 신청사. 윤창빈 기자

강서경찰서는 1977년 2월 25일 영등포경찰서 관할 10개 파출소를 넘겨받아 문을 열었다. 당시에는 강서구, 구로구, 양천구를 포함하는 넓은 범위를 담당했다. 이후 구로·양천경찰서가 설치됐고 관할구역이 재편되면서 현재는 강서구 13개 법정동과 20개 행정동 치안과 질서를 책임진다.

강서경찰서 신청사는 2020년 강서구 화곡로에 완공됐다. 이 건물은 2023년 국유재산 건축상을 수상할 정도로 건축미를 인정받았다. 주민센터와 공유할 수 있는 외부 공간과 차량 동선과 분리된 보행 동선, 접근성을 고려한 민원실 배치 등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강서구 인구는 54만8985명(지난해 말 기준)으로 서울 자치구 가운데 세 번째로 많다. 특히 사회적 약자 밀집 지역이라는 특성도 더해진다. 가정폭력, 스토킹 등 관계성 범죄 보호조치 관리 대상자는 서울시 내 1위여서 경찰의 역할도 크다.

청소년 관련 문제도 주요 과제다. 강서경찰서는 서울 시내에서 세 번째로 많은 학교를 담당하고 있다. 학교전담경찰관(SPO) 1명이 평균 14~15개 학교를 맡고 있는 수준이다. 경찰은 학교를 등급별로 나눠 학교폭력 예방 교육과 상담을 병행하고 있다.

시민을 돕는 강서서의 얼굴들
김세강 곰달래지구대 경장이 15일 오후 서울 강서구 강서경찰서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창빈 기자

지난달 11일 한 체육관에서 “사람이 쓰러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배드민턴을 치던 70대 남성은 바닥에 몸이 닿기도 전에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곰달래지구대 소속 김세강 경장이 신고받고 출동했지만 차량으로는 더 이상 진입할 수 없는 위치였다. 그는 순찰차를 세워둔 채 긴박하게 체육관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도착했을 때 환자는 이미 반응이 없었다. 당시 비번이었던 경찰을 비롯해 주변 시민들이 급히 심폐소생술을 시도하고 있었다. 김 경장은 곧바로 자리를 이어받아 무릎을 꿇고 흉부 압박을 시작했다.

굳어 있던 몸이 미세하게 꿈틀거렸고 이내 희미한 신음이 새어 나왔다. 김 경장은 “약 5분간 심폐소생술을 이어가자 환자가 점차 의식을 회복했다”며 “이후 119에 인계해 병원으로 이송했다”고 말했다.

김 경장은 “근무하다 보면 응급 상황을 마주하는 날이 있는데 현장에서 최선을 다해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며 “이번에는 직접 손을 이용해 도움을 드린 시민이 회복했다는 소식을 들어 경찰관으로서 정말 뿌듯했다”고 전했다.

전성배 강서경찰서 형사2과 강력팀 경장이 15일 오후 서울 강서구 강서경찰서에서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윤창빈 기자

강서경찰서 형사2과 강력팀에서 근무하는 전성배 경장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 사건을 맡았다. 경찰서를 찾아온 60대 여성은 뒤늦게 파악한 상황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피해자는 이미 수천만원을 송금한 뒤였다.

피의자들이 일정한 거주지 없이 전국을 옮겨 다니며 움직였다. 흔적은 남지만, 위치는 계속 바뀌는 상황. 추적은 끊겼다 이어지기를 반복했다. 전 경장은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계속 사건만 들여다봤다”며 “형사들이 팀을 이뤄 집중 수사를 벌인 끝에 약 10일 만에 현금 수거책과 전달책을 검거했다”고 회상했다.

검거 순간보다 더 크게 남은 건 시간이었다. 전 경장은 “하루만 지나도 피해자가 한 명, 두 명 더 늘어난다. 금액도 수천만원씩 불어난다”며 “조금만 늦었어도 피해가 더 커졌을 상황이라 하루라도 빨리 막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보이스피싱 조직은 새로운 피해자를 노리고 움직이고 있다. 전 경장은 “비대면으로 금전을 요구하거나 투자·거래를 유도하는 연락은 반드시 한 번 더 확인해야 한다”며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상황이라면 즉시 신고하는 것이 피해를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당부했다.

서울 강서구 강서경찰서 신청사. 윤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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