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톤 트럭에 깔려 숨진 CU 배송기사…16일째 파업 중 참변
응급실 이송됐지만 1명 사망
저임금·고강도 노동 등 처우개선 요구

경남 진주시 소재 CU 진주물류센터에서 집회를 벌이던 민주노총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이 화물차에 깔려 한 명이 숨지고 두 명이 다치는 사고가 20일 발생했다.
화물연대 편의점지부 CU지회는 24시간 운영되는 편의점 시스템 속에서 배송화물노동자의 권리가 침해받고 있다며 16일째 전면 총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오전에는 진주물류센터 앞에서 연좌농성을 진행하고 있었다.
사고는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발생했다. 경찰은 물류 차량 출차를 노조원이 막아서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화물연대 측은 "경찰이 연좌농성을 하던 노조 조합원 약 40명을 밀어내고 대체차량을 출발시키는 과정에서 2.5톤 탑차가 쓰러진 조합원을 밟고 지나갔다"고 전했다. 해당 탑차는 노조 파업으로 멈춰 선 배송화물차를 대체해 상품을 배송할 목적으로 투입된 차다.
탑차와 충돌한 조합원은 모두 3명이다. 특히 부상이 심했던 조합원 1명은 오전 10시 50분쯤 심정지 상태로 응급실에 도착했지만 끝내 숨졌다. 나머지 두 명은 각각 중상과 경상을 입었다. 노조는 현장에서 경찰과 대치 중이며 화물연대는 비상지침을 내려 CU 진주물류센터 앞에 전 조합원이 집결해 총력투쟁에 돌입할 방침이다.
"하루 12시간 일해도 마이너스"…원청 교섭 요구 무응답

화물연대는 이달 7일부터 CU를 소유한 BGF리테일에 배송기사 처우 개선과 원청교섭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벌이고 있다. CU 물품을 배송하는 기사들의 법적 신분은 특수고용노동자지만 사실상 CU에 속한 노동자로 일하는 만큼 원청인 BGF리테일이 직접 교섭에 나서라는 주장이다.
우선 노조는 배송기사들의 처우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CU 배송기사들은 월 매출이 340만~360만 원이 나온다. 하지만 차량 할부금, 유류비, 차량 유지관리비, 지입료(하청운수회사 수수료) 등을 모두 부담하고 나면 사실상 적자라는 입장이다.
반면 노동시간은 심야, 새벽을 가리지 않고 하루 평균 12시간이나 되고, 아파서 일을 쉬려면 다른 배송기사를 투입하는 대차비용까지 부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화물연대는 "편의점 특성상 명절, 휴일도 없다. 폭설이나 혹한에도 제설 및 방한 장비 하나 지급받지 못한 채 배송을 강행한다"며 "근골격계 질환, 낙상사고 위험 상시 노출 등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박종곤 화물연대 광주지역본부장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CU 운송노동자 원청교섭 촉구 기자회견'에서 "하루 일당이 12만 원인데 아파서 하루 용차를 쓰게 되면 4~5일 치 일당인 60만~70만 원이 날아간다"고 증언했다.
이에 노조는 원청인 BGF리테일에 직업 교섭을 요구했다. 노조법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시행으로 법적 신분이 특수고용노동자인 배송기사들도 원청의 실질적·구조적 지배력이 인정되면 교섭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물연대에 따르면 BGF리테일의 운송사업은 '원청-BGF로지스(물류자회사)-하청운송사-화물노동자'로 이어지는 수직 구조다. 원청 BGF리테일이 결정한 처우와 운임에 따라 BGF로지스에 배송을 위탁해 물류 사업을 진행한다. BGF로지스는 이를 다시 하청 운송사에 재위탁해 운영한다. 전체 운송구조를 살펴보면 BGF리테일이 실질적이고 구조적으로 전체 사슬을 지배하고 있는 형태다.
하지만 BGF리테일은 "계약의 직접 당사자가 아니라"며 교섭 요구를 피하고 있다. 1월 19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노조가 보낸 6차례의 교섭 요구 공문에 모두 응답하지 않았다. 노조는 이 기간 사측이 오히려 배송 물량을 줄이고 배송기사 1인당 1,000~2,000만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 예정을 통보하는 등 강도 높은 압박 행위를 가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노동위원회와 법원은 노란봉투법 시행 이전 이미 대리점과 위탁 계약을 맺은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들에 대해 노조법상 사용자는 원청인 CJ대한통운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CU 역시 CJ대한통운과 비슷한 계약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진짜 사장은 BGF리테일이라는 것이 노동계 입장이다.
국회에서도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직접 계약 관계를 맺지 않았으므로 사용자가 아니라는 CU 측의 주장은 통하기 어렵다"며 "CU 배송 노동자들 또한 계약관계나 업무 형태가 CJ 대한통운과 매우 유사하다. 교섭을 일방적으로 거부할 명분은 더 이상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화와 교섭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노조 가입자의 배송 물량을 빼앗고 계약을 해지하는 방식으로는 문제 해결을 기대할 수 없다"며 "노사가 갈등을 끝내고 정상적인 단체 교섭이 시작될 수 있도록 국회에서 최선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BGF리테일 물류자회사 BGF로지스 측은 "자세한 경위 파악을 위해 경찰 조사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밝혔다.
송주용 기자 juyong@hankookilbo.com
진주= 박은경 기자 change@hankookilbo.com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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