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가 일상의 행복"… '3년 차 베테랑' 바리스타의 자립 꿈

김석희 수습기자 2026. 4. 20.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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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날' 고용현장 가보니
발달장애 바리스타 "나만의 카페"
사업주 바뀌었지만 ‘전원 재고용’
광주 고용률 29.2%…전국 하위
겉도는 유인책에 기업 '고용 기피'
19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의 한 카페에서 김민서씨가 음료를 제조하고 있다. 김석희 수습기자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의 한 카페. 발달장애인 노동자 김민서(25)씨가 주문이 들어오는 즉시 "음료 드릴게요!"라고 큰소리로 외치며 커피를 내리느라 여념이 없었다. 손님이 없어 여유가 생길 땐 빵을 나르기도 하는 그는 지난 2022년 10월부터 이곳에서 일한 3년 차 베테랑이다. 단골손님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음료를 건네는 모습에서 제법 여유가 묻어났다.

김씨는 주 6일, 하루 4시간씩 근무하며 커피·음료 만들기, 설거지, 청소 등의 업무를 도맡고 있다. 어릴 때부터 바리스타가 꿈이었다는 그는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교에 다니며 교육을 받고 교내 카페에서 일하는 등 많은 노력을 쏟았다. 2번이나 시험에 불합격해 눈물을 흘렸던 아픔도 있다.

김씨는 "실수해서 이모나 사장님한테 혼날 때는 힘들다"면서도 "일이 힘들지만 정말 재밌다. 카페가 정말 좋아 여기서 일하는 게 행복하다"고 말했다. 특히 "청소 업무는 힘들지만 혼자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마감하면 기분이 좋아서 퇴근 시간보다 더 늦게까지 있을 때도 많다"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첫 월급을 받은 이후부터 미래를 위해 꾸준히 적금을 붓고 있다는 그의 꿈은, 동료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자신만의 카페'를 갖는 것이다.

이 카페가 이토록 든든한 일터가 된 데에는 특별한 배경이 있다. '장애인 멘토' 역할을 하는 근로지원인 허자윤(50)씨는 "원래 장애인상생조합이 운영하던 이 카페는 수익성 악화로 점주가 바뀌는 위기를 겪었다. 다행히 평소 자주 방문해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을 눈여겨봤던 신규 점주가 기존 발달장애인 직원 '전원 고용 승계' 의사를 밝히면서 일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고 밝혔다.

허씨는 "직원들이 이곳에서 오래 일하는 이유는 비장애인과 같은 수준의 좋은 근로조건 때문"이라며 "실제로 주변에서는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사례를 들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카페에 적힌 문구. 김석희 수습기자

이러한 모범 사례와 달리, 통계로 본 장애인 고용의 현실은 여전히 차갑고 괴리가 크다.

지난 17일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이 발표한 '2025년 하반기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15세 이상 등록장애인은 256만 1123명으로 경제활동참가율은 35.6%, 고용률은 34%, 실업률은 4.4%에 그쳤다. 전체 인구와의 고용률 격차는 29.4%p로, 직전인 2024년 하반기(28.8%p)보다 오히려 더 벌어졌다. 6개 광역시별 고용률은 울산(37.2%), 인천(33.9%), 대전(33%), 광주(29.2%), 부산(27.3%), 대구(22.7%) 순으로 기사의 배경인 광주는 하위권에 머물렀다.

노동 현장에서 당사자들이 원하는 지원 사항은 뚜렷해지고 있다. 15세 이상 전체 장애인의 21.7%가 '취업지원'을, 21%가 '금전적 지원'을 꼽았고, 실업자의 무려 73.3%가 '취업지원'을 원했다. 고용 유지를 위한 지원으로는 근무환경 개선(6.1%), 수행업무에 대한 타인의 도움·근로지원(5.9%), 근무시간 및 직무조정(5.6%), 직무적응을 위한 지원·작업지도원(5.2%)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구체화되는 현장의 목소리와 달리, 이를 수용해야 할 경영계를 움직일 유인책은 제자리걸음이다. 정부의 혜택이 기업의 '고용 기피' 현상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광주나눔장애인자립생활센터 관계자는 "장려금 혜택보다 분담금이 차라리 낫다고 보는 사업주가 많다"며, 기업들이 고용 대신 '비용 절감'을 위해 부담금(분담금) 납부를 택하는 씁쓸한 구조적 모순을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