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메디시티 대구’ 구호 아닌 실질 다져야
대구에서 최근 안타까운 응급실 '뺑뺑이' 비극이 발생했다. 임신 28주 차 쌍둥이 산모가 대형병원 7곳을 전전하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했다. 한 아이는 목숨을 잃고 다른 아이마저 뇌 손상을 입는 대형 사건이었다. '메디시티'를 자부해 온 도시에서 벌어진 일이라 더욱 참담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의료 사고가 아니었다. 산부인과 전문의 부족, 신생아 중환자실 포화, 법적 부담에 따른 고위험 진료 기피 등 구조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였다. 2023년 유사 사고 이후 도입된 '책임형 응급의료 체계'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대구시가 'AI바이오·메디시티대구 협업사업'을 추진기로 했다. 2009년 의료특별시를 표방하며 출범한 '메디시티 대구'의 재도약을 목표로 한다. 보건의료서비스, 필수의료, 위기 대응을 축으로 민·관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의료 수준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지금 대구 의료의 위기는 '기술'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아무리 AI를 도입하고 데이터 기반 시스템을 구축해도, 응급 상황에서 병상을 찾지 못하고 환자가 병원을 떠돌아야 하는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면 그 어떤 혁신도 공허하다. 현장에서 즉시 작동하는 이송 체계, 의료진 간 실시간 소통, 책임 있는 컨트롤타워가 없다면 '메디시티'는 이름뿐인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메디시티'는 브랜드 자체가 아니라 시민과의 약속이다. 시민의 생명을 지키겠다는 공적 책임의 선언이다. 대구가 진정한 의료 중심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첨단 기술보다 먼저 기본을 바로 세워야 한다. 필수의료 인력 확충, 고위험 진료에 대한 합리적 보상, 지역 간 의료 격차 해소가 뒷받침돼야 한다.
대구는 전국을 넘어 세계에서 환자가 찾는 도시가 되겠다는 목표를 내세워 왔다. 그러나 정작 위급 상황에 생명을 지키지 못한다면 그 어떤 의료 혁신도 의미가 없다. '메디시티 대구'가 구호에 머물지 않으려면 데이터 기반 의료체계 구축과 기관 간 협력 시스템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게 표준화된 운영 기준과 지속적인 관리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