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산학연 '한 지붕' 플랫폼으로 기술사업화 '죽음의 계곡' 넘어야

최혜규 2026. 4. 20.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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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연구원 '기술사업화 전 주기 혁신 방안'
한 번 신청으로 기업에 최적 지원기관 매칭
부산연구원이 제안한 '부산형 캐터펄트 모델'은 분산된 지원 기관의 칸막이를 넘는 통합 플랫폼을 통해 시제품 제작과 실증을 집중 지원해 기술의 시장 진입을 돕는다. 부산연구원 제공

부산 지역 기술 연구개발(R&D) 성과가 산업 경쟁력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단절 구간을 메우려면 분절된 지역 혁신 기관의 칸막이를 넘는 통합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부산연구원은 이와 같은 내용의 '부산형 캐터펄트 모델 구축을 통한 기술사업화 전 주기 혁신 방안'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20일 밝혔다.

보고서는 부산의 대학·연구기관 R&D 역량이 산업 현장에서 상용화 단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단절 구간, 이른바 '데스밸리'가 발생한다고 진단했다. 기술성숙도(TRL)를 기초 연구에서 최종 사업화까지 9단계로 나눌 때, 대학 연구는 주로 3~4(개념·실험) 단계에 머무는 반면, 기업은 7~9(실증·양산·시장) 단계 수준을 요구하기 때문에 상용화로 전환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원인으로는 중소기업의 자금과 전문인력 부족, 실증 인프라의 분산, 산학연 간 연계 미흡 등을 지목했다. 기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대규모 테스트베드, 시제품 제작, 시험·평가(인증) 인프라가 기관·분야별로 분산돼 있어서 기업 입장에서는 어느 기관의 문을 두드려야 할지 알기 어렵고 시간과 비용도 더 많이 든다.

보고서는 기술사업화 혁신을 위해 아이디어 구상부터 상용화까지 이어지는 전 주기를 지원하는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보고, 영국의 '캐터펄트' 모델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캐터펄트는 실증 인프라와 전문 인력, 네트워크를 통합 제공해 기초연구와 시장 사이 공백을 매우는 기술사업화 전담 조직이다. 특히 TRL 3~7단계에 해당하는 시제품 제작과 실증을 집중 지원한다.

'부산형 캐터펄트 모델'을 위해서는 통합적인 혁신 플랫폼 구축이 시급한 과제로 꼽혔다. 부산 출자·출연기관과 정부 출연연구기관, 국·공립과 전문 생산기술 연구기관까지 지역의 모든 혁신기관들이 행정 기관의 칸막이를 넘어 인프라와 지원 프로그램을 통합 관리하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기업이 단 한 번 신청으로 최적의 지원기관을 매칭받을 수 있는 일괄 지원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산에는 부산테크노파크 등 부산시 출자·출연기관 9개와 각급 지원기관들이 TRL 단계별 기능을 쪼개서 담당한다. 특히 부산은 기술의 대학 의존도가 높지만, 생태계 전 주기를 관통하는 통합 거버넌스가 없다 보니 성과로 이어지기 힘든 구조다.

보고서는 통합 플랫폼을 중심으로 시제품 제작와 시험·인증이 가능한 공장형 연구소와 공유형 실험실 등 개방형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기술사업화에 필요한 실무형 인재 양성과 공공과 민간이 함께하는 스케일업 투자 확대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배수현 책임연구위원은 "부산은 해양, 기계 등 전통 제조 기반을 갖춘 도시로, 기술사업화 잠재력이 높은 지역"이라며 "부산형 캐터펠트 모델을 통해 분산된 혁신 역량을 연결하고, 실증 중심의 혁신 인프라와 전 주기 지원체계를 구축해 기술이 실제 산업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에는 각급 지원 기관이 기술사업화 각 단계를 분산해 담당하고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어느 기관의 문을 두드려야 할지 알기 어렵다. 부산연구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