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U, AI 에이전트 타고 화려한 부활...GPU·메모리 따라 품귀 현상에 가격 급등

박지민 기자 2026. 4. 2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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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의 데이터센터용 CPU 제온 6 시리즈. /인텔

인공지능(AI) 시대 들어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밀려 찬밥 신세이던 중앙처리장치(CPU)가 다시 각광받고 있다. AI 에이전트(비서)가 본격화하며 AI가 여러 작업을 처리해야 하는 단계까지 발전하면서, AI 데이터센터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CPU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 것이다. 시장에서는 데이터센터용 CPU가 부족 현상을 겪으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AI 시대의 인프라 병목에 GPU, 메모리에 이어 CPU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랜 강자 CPU 부활

세계 CPU 시장을 양분하는 인텔과 AMD는 올해 들어 CPU 가격을 15% 인상했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CPU 평균 납기 역시 1~2주에서 8~12주로 늘어났다. CPU의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아마존 등 AI 클라우드 제공 업체들은 CPU 서버를 공격적으로 증설하고 있으나 여전히 극심한 CPU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투자은행 키뱅크(KeyBanc)는 “인텔과 AMD는 올해 서버 CPU 생산 능력의 대부분을 이미 판매한 상태”라며 “이런 수요 강세가 2027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인텔과 AMD 주가는 올 초 대비 각각 74%, 25% 증가했다.

CPU는 복잡한 연산을 처리하는 데 특화된 핵심 반도체다. PC·데이터센터 등에서 ‘두뇌’ 역할을 하며 오랜 기간 가장 컴퓨팅 시스템에서 중요도가 높은 칩으로 꼽혔다. 하지만 AI 시대를 맞아 GPU의 중요성이 커지며 CPU는 보조 역할에 머물렀다. GPU는 단순한 연산을 동시에 처리하는 데 장점이 있어, AI의 훈련과 구동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실제로 AI 데이터센터에는 CPU 1대에 GPU가 4~8대가 들어가는 구조였다. AI 수요가 급증하면서 지휘관 역할을 하는 CPU보다는 병사 역할인 GPU가 더 많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픽=백형선

상황을 바꾼 것은 AI 에이전트의 대두다. 기존 거대언어모델(LLM)은 질문을 하면 답을 내놓는 비교적 단순한 형태였지만, AI 에이전트는 작업을 계획하고 외부 도구를 호출하는 등 더욱 복잡한 작업을 많이 수행해야 한다. ‘오케스트레이션(조율)’ 작업을 할 지휘관, 즉 CPU의 수요도 폭증한 배경이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기존 AI 데이터센터에는 GW(기가와트)당 CPU 코어(연산 처리 장치) 수가 3000만개 필요했지만, AI 에이전트 시대에는 1억2000만개로 급증할 것”이라며 “CPU와 GPU의 비율도 1대1 내지는 1대2로 변화할 것”이라고 했다.

◇메모리 판도에도 변화

이런 흐름에 따라 반도체 업계에서도 자체 CPU 개발 움직임이 불고 있다. GPU 최강자 엔비디아는 지난 2월 GPU와 함께 제공하던 그레이스, 베라 등 CPU를 독립 제품으로 확대했다. 영국 반도체 설계 지식재산권(IP) 기업 Arm은 지난달 창사 35년 만에 처음으로 데이터센터용 자체 CPU인 ‘Arm AGI CPU’를 출시했다.

GPU에 이어 CPU까지 수요가 급증하면서, AI 시대 최대 수혜자로 꼽히던 국내 메모리 기업들에게는 더 큰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GPU 기반 AI 칩에 들어가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판매가 급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쓰고 있는데, CPU에 들어가는 고성능 범용 D램(DDR5) 수요도 장기적으로 더욱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DDR5는 극심한 물량 부족으로 HBM의 수익성을 역전했다는 관측도 나오는 가운데, DDR5 수요도 추가로 폭증해 매출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CPU 품귀 현상과 가격 상승은 기업들의 서버 투자가 여전히 공격적임을 보여준다”며 “최신 CPU 채택 비율 증가에 따라 고성능 메모리 수요도 뛰면서 국내 메모리 업체의 매출 성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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