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d Note] ‘어중간’은 어쩌면 ‘유연성’이 아닐까?!
아침을 깨우는 세수는 어느 정도의 온도로 하는 게 가장 좋을까? 아무래도 정신을 번쩍 차리게 하는 데는 찬물이 효과적이지 않을까? 사실 대체로의 추측과 달리 가장 좋은 건 미지근한 물이라고 한다.

‘미지근하다’. 사전적 의미로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고 더운 기가 약간 돌다’는 뜻이 있다. 10~20°C의 찬물도, 70°C 이상의 뜨거운 물도 아닌, 보통 30~40°C 사이의, 달리 말하자면 ‘어중간한’, ‘거의 중간쯤 되는 곳에 있는’ 상태이다. 보통 ‘어중간하다’는 부정적으로 많이 사용된다. 이를테면 어중간한 성적, 어중간한 실력 등이 그렇다. 하지만 아침 세수엔 오히려 어중간한 게 좋다고 하니 이 단어가 달리 보이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사는 데에도 때론 이런 미지근함 혹은 ‘어중간’이 필요한 것 같다. 소위 ‘모 아니면 도’, ‘이거 아니면 저거’ 식의 태도도 물론 중요하다. 분명한 사리분별과 정확한 의사결정, 확실한 말과 행동은 일이나 관계에서의 애매모호함을 줄이고 책임과 신뢰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매사에 너무 그렇게 차갑거나 뜨거운 상태만을 지향하다 보면, 분명 부작용이란 게 발생하게 된다. 이를테면 사고의 경직성, 관계에서의 ‘손절’(끊어냄), 실행이나 도전을 앞둔 채 지나친 꾸물거림 등 말이다.

결국 A씨는 자신의 비합리적 사고를 다루고 교정하는 몇 회기의 상담, 그리고 마감 기한 내 어느 정도라도 진행 상황을 보고하지 않는다면 과제 자체를 뺏겠다는 상사의 압박에 떠밀려 1차 보고를 할 수 있었다. 비록 본인의 기대 수준에 비하자면 40°C 정도의 수준이지만, 애초 아예 막혀 있던 0점보다는 진척되었으니 나머지는 차차 끓여갈 것을, 즉 ‘어중간함’이 주는 긍정적 측면을 받아들이면서 말이다. 이처럼 ‘어중간함’이란, 때론 ‘유연성’의 다른 말일 수도 있는 셈이다.
[글 변시영(상담심리전문가(Ph.D), 『참 괜찮은 나』 외 다수 저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026호(26.04.2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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