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너무 좁아 발 디딜 틈도 없어요”…‘과밀 수용’에 한계 넘은 교정시설, 죄수·교도관 모두 사투

노민수 기자 2026. 4. 2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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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식!" 철문 너머로 울려 퍼지는 투박한 외침이 고요하던 복도를 깨운다.

발 디딜 틈조차 없는 방 안에는 15명이 넘는 수용자가 뒤엉켜 있다.

지난 15일 법무부 교정본부 주관으로 진행된 '일일 수용자 체험' 현장은 개선되지 못한 노후 시설과 과밀수용이 빚어낸 처참한 기록지였다.

이러한 환경은 수용자뿐 아니라 이들을 관리하는 교정공무원들까지 한계로 몰아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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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넘은 수용률 135%, ‘과밀’이 만든 고통
교도관도 사투…낡은 담장 안 위태로운 줄타기
정성호 법무장관도 직접 수용복 입고 현장점검
안양교도소 수용실. 법무부 제공

“물이 나오지 않아요” “설거지는 받아놓은 물로 각자 하세요.” “방이 너무 좁아 발 디딜 곳이 없어요”

“배식!” 철문 너머로 울려 퍼지는 투박한 외침이 고요하던 복도를 깨운다. 좁은 배식구 사이로 식판이 오가는 찰나, 7평(24.6㎡) 남짓한 방 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발 디딜 틈조차 없는 방 안에는 15명이 넘는 수용자가 뒤엉켜 있다. 1963년 지어진 안양교도소의 시계는 그렇게 반세기 전 어느 지점에 멈춰 서 있었다. 지난 15일 법무부 교정본부 주관으로 진행된 ‘일일 수용자 체험’ 현장은 개선되지 못한 노후 시설과 과밀수용이 빚어낸 처참한 기록지였다.

현재 안양교도소의 수용률은 135%에 달한다. 정원 1700명을 훌쩍 넘긴 2300여 명이 좁은 공간에 빽빽이 들어찬 결과다. 수용동 벽면에 휘갈겨진 “변하지 않고 똑같이 살 거면 죽자”라는 문구는 열악한 환경이 낳은 절규처럼 다가온다. 식사 시간이 되면 고통은 구체화된다. 수돗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미리 받아둔 물로 식판을 닦아야 하고, 악취가 진동하는 화장실 바로 옆에서 설거지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 이곳의 일상이다.

징벌방의 사정은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참혹했다. 변기 물을 내리는 장치조차 없어 수도를 계속 틀어놓는 방식으로 오물을 처리해야 했고, 방 안에는 악취로 가득하며 날파리와 벌레들이 쉴 새 없이 날아다녔다.

이러한 환경은 수용자뿐 아니라 이들을 관리하는 교정공무원들까지 한계로 몰아넣고 있었다. 중앙통제실의 전자경비 시스템 모니터에는 24시간 내내 좁은 거실 내에서 발생하는 마찰과 긴장이 실시간으로 송출된다. 좁은 공간에서 예민해진 수용자 간의 다툼을 제지하고, 최근 급증한 정신질환자와 치매 환자까지 돌봐야 하는 교도관들의 업무는 이미 임계점을 넘었다. 실제 이날 현장에서도 급성 심장질환 환자가 발생해 의료진이 긴급 투입되는 긴박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낡은 창살 안, 인내로 버티는 이들의 시간은 여전히 위태로운 줄타기를 이어가는 듯 보였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이날 직접 수용복을 입고 현장 점검을 실시했다. 정 장관은 “2004년 국정조사 당시 방문했을 때와 달라진 점이 거의 없다”며 “이미 시설의 한계치를 넘어선 상황”이라고 탄식했다. 그는 시설 현대화의 시급성을 강조하는 한편,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교정공무원들에 대한 예우를 잊지 않았다. 정 장관은 “교정공무원들이 순직 시 국립현충원에 안장될 수 있도록 국회의 적극적인 논의와 결단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노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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