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방산·램프·범퍼까지···사업재편 속도전

노경은 기자 2026. 4. 20.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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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조 투자 로드맵 가속···로봇·SDV·열관리로 축 이동
2026 세마포 월드 이코노미 행사에 참석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모습 / 사진=현대차그룹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본격화하고 있다. 비핵심 자산 정리를 넘어 일정 수준의 수익을 내던 사업까지 매각 대상에 포함시키는 점에서 전략의 강도가 이전과는 다르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로봇·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이하 SDV)·열관리 등 그룹의 미래 사업에 재투입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최근 1~2년 사이 공작기계, 램프, 범퍼, 방산 등 다양한 사업부를 잇따라 매각하거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로써 계열사별로 흩어져 있던 포트폴리오는 재정렬되고 중장기 구조 전환 속 핵심 역량 중심의 재편 흐름이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공작기계 이어 방산, 범퍼까지···수익 사업도 과감히 정리

현대차그룹 사업 재편의 출발점은 현대위아의 공작기계 사업부 매각이다. 현대위아는 지난해 7월 위아공작기계를 물적 분할해 중소형 사모펀드인 에이치엠테크(릴슨PE)와 코스닥 상장사 스맥 컨소시엄에 약 3400억원에 매각한 바 있다. 공작기계 사업부는 매각 전해인 2024년 기준 매출 약 3800억원, 영업이익 170억원 수준을 기록한 사업으로 비핵심으로 보기 어려운 영역이다.

이어 현대위아는 최근 들어 방산 사업부를 현대로템에 매각하기 위한 실무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방산 부문은 1970년대부터 이어져온 모태 사업으로 K9 자주포 포신, K2 전차 주요 화포 등 핵심 무기 부품을 생산해왔다. 최근 방산 수출 확대에 힘입어 매출은 2022년 1800억원대에서 4000억원대로 성장했다. 영업이익률 역시 약 10% 수준으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춘 사업으로 평가된다. 방산 사업을 현대로템으로 재배치하면 현대위아는 로봇과 열관리 등 미래 사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동시에 현대로템에서는 방산 사업의 수직계열화가 이루어진다.

현대모비스 역시 사업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초 차량용 램프사업부를 글로벌 자동차 부품사 OP모빌리티에 매각하기로 하고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면서 상반기 내 매각이 마무리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이어 최근에는 범퍼 사업부 매각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범퍼 사업은 북미와 중국 등 해외 생산거점과 영업권을 포함한 전체 사업구조를 매각 대상으로 올려놓은 상태다. 범퍼 사업은 완성차 외장 부품으로 안정적 수요를 확보하고 있지만 현대모비스는 이 사업을 정리하고 SDV와 전장 중심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국내 범퍼 영업권 일부는 협력사에 넘긴 상태인만큼, 이번 해외 생산시설까지 매각할 경우 범퍼사업은 사실상 철수 수순을 밟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은 공통적으로 비핵심 정리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일부 수익성이 확인된 사업까지 재편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현금 흐름의 안정성보다 미래 성장성 확보를 우선하는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2030년까지 국내 투자계획 / 자료=현대차, 표=김은실 디자이너

◇125조 투자 로드맵···로봇·SDV·열관리로 축 이동

현대차그룹의 사업 재편은 단순한 구조조정이 아니라 대규모 투자계획과 맞물려 있다는 평가다. 그룹은 2030년까지 국내에 총 125조원을 투자할 계획인데, 이 가운데 약 50조5000억원은 자율주행, 로보틱스, SDV, 수소에너지 등 미래 신산업에 투입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사업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이 투자 재원의 일부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완성차 중심 구조에서 소프트웨어 중심 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 차원이다.

현대위아는 열관리 시스템과 스마트 제조 역량에 집중하고 있다. 전기차 시대에서 열관리 기술은 배터리 효율과 주행거리, 안전성에 직결되는 핵심 기술로 평가된다. 회사는 매각 자금을 연구개발(R&D)과 설비 투자에 투입해 해당 분야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로봇 분야에서도 투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물류 로봇, 산업용 로봇, 휴머노이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업 확장을 추진 중이다. 이에 그룹은 로보틱스·수소 사업을 총괄하는 조직(RH PMO)을 신설하고 계열사 간 기능을 통합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현대위아가 방산을 떼어내고 로봇과 열관리로 전환하는 것도 이 전략과 맞물린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이 회사는 로봇 매출을 2028년까지 4000억원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기존 공작기계 사업에서 확보했던 제조 기술을 로봇과 스마트팩토리 영역으로 전환하는 구상이다.

한편 현대로템은 방산 사업 통합을 통해 경쟁력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대위아의 화포 기술까지 흡수할 경우, 포신부터 완성 장비까지 아우르는 생산 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이는 원가 절감과 납기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그룹의 피지컬 AI 중심 전환 전략 및 실행과 맞물린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 수익보다 중장기 성장 구조를 우선하는 전략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미래 산업 중심으로 재편하는 작업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리스크도 존재한다. 기존 일부 수익 사업을 축소할 경우 단기 실적 변동성이 확대될 수밖에 없어서다. 특히 글로벌 경기 둔화와 전기차 수요 불확실성이 겹치는 상황에서 투자 확대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계열사별로 흩어져 있던 사업을 재편해 효율성을 높이고, 확보한 자금을 로봇과 AI 분야에 투입하는 흐름"이라며 "단순한 구조조정이 아니라 산업 전환에 가까운 움직임이 아니라 그룹 전체의 체질을 바꾸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기존 수익 사업 축소에 따른 단기 실적 변동성 확대는 부담요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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