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익·서승만 등 ‘보은 인사’ 논란에 문화계 집단 반발···“예술 무시하나?”

고희진 기자 2026. 4. 20. 16: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황교익 원장 비판 서명, 연구자 등 500여명 참여
전인철, 부새롬 연출가 등 479명 “강력 규탄” 성명
문화연대 “이재명 대통령 사과, 인사 재검토” 요구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왼쪽)이 지난 17일 황교익 칼럼니스트를 신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원장으로 임명하고, 임명장을 수여했다. 문체부 제공

정부의 문화예술 기관장 인선을 둘러싸고 ‘보은 인사’ 논란이 커지며 문화예술계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장동직 정동극장 이사장, 서승만 국립정동극장 대표이사에 이어 황교익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이 20일 취임하자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집단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20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에 ‘맛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던 황교익씨가 취임하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전직 연구자와 문화정책·예술경영 분야 주요 학회와 연구자 500여명이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번 인사가 문화정책의 전문성과 민주적 소통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한 파행적 인사라며 임명 재검토를 촉구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문화·관광 관련 정책개발 지원과 통계 생산·분석 등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이전 원장 상당수가 관광과 유관 분야 석박사 학위를 가졌거나 관련 학회 등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다. 황 원장의 경우 농민신문사 기자·서울공예박람회 총감독·부산푸드필름페스타 운영위원장 등을 거치고 맛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경력이 있을 뿐, 문화·관광 분야 정책 실무에 대한 전문성은 부족하다고 이들은 비판했다.

성명에 참여한 류정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초빙석좌연구위원은 “연구원의 연구 결과물에 대한 최종 결재자는 원장이다. 연구 성과를 보증하는 입장인 원장이 이 분야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들은 문화예술기관장이 대부분 공모제로 이뤄지지만 깜깜이로 진행돼 정권 내정설을 키우는 만큼 선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측은 이번 원장 공모와 관련해 “공모 지원자 수 등 자세한 내용은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현장 예술인 한 줄 성명. ‘이재명 정부의 문화예술기관장 인사 참사를 규탄하는 현장 예술인’ 제공
현장 예술인 한 줄 성명. ‘이재명 정부의 문화예술기관장 인사 참사를 규탄하는 현장 예술인’ 제공

친여권 인사에 대한 ‘보은 인사’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황 원장은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였던 시절부터 인연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은 이 대통령이 2021년 6월 경기도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로 인명 피해가 발생한 날 유튜브 채널 ‘황교익 TV’에 출연해 ‘떡볶이 먹방’으로 논란이 된 것을 거론하며 “측근 보상용 자리”라고 비판했다. 황 원장은 그해 8월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내정됐지만 논란이 일자 자진 사퇴하기도 했다.

지난 2월 이 대통령의 성남시장 시절부터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공개 지지를 해왔던 배우 이원종씨가 한국콘텐츠진흥원장으로 내정됐다는 소문이 돌면서 ‘보은 인사’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씨는 실제 원장 공모에 참여하고 최종 면접까지 거쳤으나 최종 임명되진 못했다.

지난 9일 역사학자 전우용씨가 세종학당재단 이사장에 임명된 것도 보은 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 이사장은 평소 소셜미디어에서 여권을 지지하는 발언을 이어왔다. 최근에는 이 대통령의 <그것이 알고 싶다> 보도와 관련해 사과를 요구한 것을 두고 SBS 노조가 언론 독립 침해라고 반발하자 이를 비판했고, 이 대통령이 이를 엑스에 공유하기도 했다.

개그맨 서승만씨의 국립정동극장 대표이사 임명도 논란이 됐다. 서 대표이사는 유튜브 채널 ‘서승만 TV’를 통해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오며,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후보 24번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바 있다. 지난 2월 정동극장 이사장에 임명된 배우 장동직씨도 민주당을 공개적으로 지지해왔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왼쪽)이 지난 10일 국립정동극장 대표이사에 서승만씨를 임명했다. 문체부 제공.

지난 6일 선임된 박혜진 국립오페라단 단장 겸 예술감독은 서울시오페라단장 재임 시절 발생한 성악가 고 안영재씨의 사고와 관련해 책임론이 제기된 바 있다.

논란이 커지자 연출가 전인철, 전윤환, 부새롬 등 현장 예술인 479명은 이날 정부의 문화기관장 인사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낙하산 인사는 한 사람의 자리 문제가 아니라, 그 기관과 연결된 예술가 개개인의 생존을 위협하고, 생태계 전체를 서서히 무너뜨리는 문제”라고 했다. 전인철은 한 줄 성명에서 “전문가가 아니어도 기관장을 할 수 있다면 저도 내일부터 삼성서울병원으로 출근하겠습니다. 수술은 현장에서 배우죠”라고, 부새롬은 “인사의 근거가???!!”라고 밝혔다.

진보 성향 문화단체인 문화연대는 21일 청와대 앞에서 정부의 문화예술 인사 정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갖는다. 이들은 “전문성보다 대중적 인지도, 역량보다 관계가 우선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점점 현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공공 문화예술기관의 자리가 특정한 보상이나 배분의 대상으로 인식되는 상황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다”며 “이 대통령은 문화분야 인사정책에 대해 직접 사과하고 전면 재검토하라”라고 주장했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