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이창용 “통화정책만으론 한계”…격변의 4년 마무리하며 남긴 메시지

유진아 2026. 4. 20.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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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스텝 인상·물가 안정 성과에도 한계 지적
“무플보다 악플…퇴임 후에도 계속 말하겠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통화·재정정책만으로는 우리 경제의 안정과 성장을 이뤄내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경제 구조의 변화와 함께 통화·재정 정책의 영향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성공 경험으로 인해서 정책 당국의 역할에 대한 국민적 기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양자 간 괴리가 커지고 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4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문재인·윤석열 대통령 교체기에 임명되어 이재명 정권에 이르기까지 세 명의 대통령을 거친 이 총재의 재임 기간은 격동의 연속이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인플레이션 충격 속에 취임해 비상계엄 사태와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 급변, 중동 전쟁까지 넘으며 한국 경제의 ‘조타수’ 역할을 수행했다.

◇물가 잡고 가계부채 꺾은 4년… 글로벌 위상도 한 단계 ‘껑충’


이 총재의 4년은 한국 경제의 주요 지표 변화를 동반한 시기였다. 가장 먼저 꼽히는 성과는 물가 안정이다.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두 차례 ‘빅스텝’을 포함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물가 상승률을 2%대 수준으로 낮췄다.

또 한국은행의 국제적 위상도 한 단계 올라섰다. 비기축통화국 중앙은행 총재로서는 처음으로 국제결제은행(BIS)의 핵심 협의체인 글로벌금융시스템위원회(CGFS) 의장을 맡아 G7 국가들의 전유물이었던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잭슨홀 미팅 등 주요 글로벌 경제 포럼에 주요 연사로 참여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공고히 했다.

20년 넘게 상승 일로를 걷던 가계부채 비율을 하락세로 돌려세운 것 역시 이 총재의 주요 업적이다. 2021년 3분기 99.1%에 달했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그의 임기 중 88.6%까지 내려갔다. 이 총재는 “높아진 인플레이션을 정책을 통해서 주요 중앙은행보다 먼저 2%대 목표 수준으로 되돌린 데 자부심을 느낀다”라며 “지난 20년간 상승하기만 했던 가계부채 비율을 처음으로 하락세로 이끈 것도 한국은행의 의미 있는 성과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내부적으로는 소통 방식도 바꿨다. 향후 6개월간의 금리 경로를 점도표 형식으로 공개하는 ‘한국형 포워드 가이던스’를 도입해 통화정책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 이는 보수적이었던 한은의 소통 문화를 파격적으로 바꾼 사례로 꼽힌다.

이 총재는 “한국형 포워드 가이던스 도입으로 시장과의 소통 방식도 개선했고 20편이 넘는 구조개혁 보고서를 통해 한은이 정책자문 역할을 강화했다고 생각한다”라며 “중앙은행에 대한 국민의 믿음은 결국 중앙은행의 실력이 결정한다며 앞으로도 안주하지 말고 목표를 높게 잡고 더 많은 발전을 이루시기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무플보단 악플” 금기 깬 소통… “금리 동결도 용기 있는 결정”


이 총재는 한은이 단순히 금리만 결정하는 곳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진단하는 ‘싱크탱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기 중 저출산, 교육, 지역 균형발전 등 다양한 사회 이슈를 다룬 구조개혁 보고서를 20편 넘게 발표한 것도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였다. 그 결과 사회적 논란을 두려워하지 않고 한은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시끄러운 한은’ 기조를 확립했다.

이 총재는 “오늘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도 ‘무플보다는 악플이 낫다’고 썼다. 이야기를 하기로 했으면 비난이 따르더라도 감수해야 한다”며 “뒤에 가만히 있으면 알아주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에, 한은이 오해를 받으면 데이터를 보여주며 명확하게 설명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현장 중심의 소통을 즐겼던 만큼 부담도 컷다. 이 총재는 임기 중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금리 인하 압박이 거셌던 2024년 중반을 떠올렸다. 그는 “헬스클럽 사우나에 앉아있어도 시민들이 금리를 언제 내리냐고 물어볼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최근 금리 동결 기조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보였다. 이 총재는 “금리를 움직이지 않는 것도 중요한 정책 결정이다. 동결은 딜레마가 아니라 상황에 따른 최선의 선택이자 용기 있는 결정”이라며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당시 신속한 대응으로 시장의 혼란을 막은 점을 가장 보람찼던 순간으로 꼽았다. 그는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정치와 경제의 분리’ 논리를 세워 외신을 직접 설득했고 이것이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를 지키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고 밝혔다.

퇴임 후 행보에 대해서도 그는 명확한 소신을 밝혔다. 이 총재는 “가만히 뒤에 있으면 알아주는 세상은 아닌 것 같다”며 “나가면 늘 그래왔듯이 경제 평론이나 자문 등을 하며 어떤 매체를 통해서든 경제를 위한 메시지를 계속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진아 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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