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 속 흙 한 줌까지 쥐어짠다… 日, 국가 차원 희토류 공급망 재편 ‘총력전’
“덜 쓰고, 다시 쓰고, 미리 사두고, 쥐어 짠다”
日, 희토류 전략 국가 자원 안보로 격상
일본이 희토류 공급망 재편에 국가 역량을 총동원한 가운데, 그 결과물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일본은 2010년 센카쿠 열도(댜오위다오) 중국 어선 충돌 당시, 중국 정부가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면서 공급망 충격을 겪었다. 산업계에서는 당시 90%를 웃돌던 일본의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가 지난해 60~70% 수준까지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럼에도 일본은 대기업·소재업체·종합상사·정부·우방국이 함께 움직이는 산업 안보 과제로 희토류 문제를 엄격하게 다루고 있다.

18일(현지시각)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자동차 제조업체 닛산이 신형 리프 전기차 구동모터에 들어가는 희토류 사용량을 2010년 첫 모델 대비 90% 이상 줄였다고 전했다. 전기차 구동 모터는 고온 환경을 견뎌야 한다. 이를 위해 네오디뮴계 자석에 디스프로슘이나 터븀 같은 중희토류(重稀土類)가 반드시 쓰였다. 국제에너지기구(IEA) 통계 기준 중국이 쥔 전기차용 영구자석 생산 점유율은 94%에 달한다. 닛산은 모터 발열을 줄이는 독자 기술을 개발해 이런 중희토류 사용량을 덜어냈다고 했다.
닛산 완성차에 들어가는 소재 기업 프로테리얼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이들은 지난해 7월 전기차 구동 모터용으로 중희토류를 전혀 쓰지 않는 무(無)희토류 네오디뮴 자석을 개발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이 기업은 디스프로슘과 터븀을 완전히 빼면서도 밀도와 자력 같은 성능은 기존 수준으로 유지했다. 완성차와 소재 업체를 아우르는 자동차 산업 전반에 탈(脫)중희토류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 쓰인 희토류를 다시 캐내는 이른바 도시광산(Urban Mine) 프로젝트도 일본을 대표하는 굵직한 기업들이 참여하면서 본격적인 사업화 단계를 밟고 있다. 다이킨공업, 신에쓰화학공업, 히타치제작소, 도쿄에코리사이클은 지난 14일 상업용 에어컨 압축기에서 희토류 자석을 뜯어내 자석 원료로 되돌리는 공동 사업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이들 기업은 에어컨 압축기에서 희토류가 섞인 자석을 분해해 원료를 뽑아내는 전 과정을 인공지능 영상인식과 로봇으로 자동화했다. 일본 내 상업용 에어컨을 기반으로 한 첫 순환 시스템으로, 2027년 상업 가동이 목표다. 도시 광산 개념을 산업 설비 영역까지 확장한 첫 단계라는 평가다. 히타치는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오래된 엘리베이터에 쓰인 자석 모터에서 희토류를 추출해 재활용하는 순환망을 가동했다.

민간 자율에 맡기던 해외 조달망도 국가 프로젝트 차원으로 옮겼다. 정부 산하 공공기관인 일본석유천연가스·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는 종합상사 소지츠(双日)와 합작법인 JARE를 세우고 지난달 10일 호주 라이너스사와 기존 공급 계약을 전면 개편했다. 라이너스는 중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에서 채굴, 정제, 판매까지 수직 계열화한 유일한 대형 희토류 기업이다.
일본은 라이너스와 연 5000톤 규모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NdPr) 산화물을 12년 뒤인 2038년까지 확약 물량으로 확보하고, 라이너스가 생산하는 중희토류 가운데 75%를 일본 산업용으로 배정받기로 약속했다. 일본이 사들이는 희토류 시세가 1kg당 150달러를 넘어가면 라이너스가 초과분 30%를 JARE에 돌려주는 조건(연 환급 한도 1000만달러)도 담겼다. 중국에 희토류 공급망을 의존하지 않고, 국가 자금을 얹어서라도 비(非)중국 생산자를 살려두겠다는 안보 전략 차원 시도다. 아만다 라카제 라이너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계약으로 일본 산업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희토류 제품이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공정한 시장 가격이 적용돼 가격 변동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본은 호주 사기업 뿐 아니라 프랑스 같은 우방국 정련 설비에도 정부 예산을 직접 투입했다. 지난 1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방일을 맞아 희토류 공급망 협력 로드맵에 합의했다. 두 정상이 합의한 대로면 프랑스 남부 라크에 들어서는 카레마그 희토류 정련 공장은 8개월 뒤인 올해 말부터 가동을 시작한다. 이 공장에는 일본 정부를 대표해 JOGMEC가 참여했고, 동시에 가스업체 이와타니산업과 프랑스 정부가 공동 출자자로 나섰다. 일본은 장래 디스프로슘·터븀 수요 가운데 20% 안팎을 이 공장에서 들여올 계획이다. 롤랑 레스퀴르 프랑스 재정장관은 공영방송 NHK 인터뷰에서 “(희토류를) 특정 국가, 특히 중국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고 했다.
동시에 미쓰비시머티리얼즈는 미국 리엘리먼트와 손잡고 사용 후 자석과 광미 등 2차 자원에서 희토류를 분리하고 정련하는 공동 재활용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이전처럼 자국 중심 국산화를 고집하기 보다, 미국과 유럽 우방국 기술을 엮어 중국을 우회하는 생태계를 짜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우방국 연대마저 끊어지는 최악 상황에 대비해 자국 해역 아래로 손을 뻗었다. 일본 해양연구개발기구(JAMSTEC)는 지난 1월부터 최동단 미나미토리시마 인근 수심 6000m 해저에서 희토류를 함유한 진흙을 퍼올리는 실증 작업에 착수해 2월 초 첫 회수에 성공했다. 일본 정부는 2018년 이후 이 프로젝트에 400억엔(약 3800억원)을 투입했다. 이곳 진흙에는 디스프로슘과 네오디뮴, 터븀 등이 대량으로 포함된 것으로 파악된다. 쇼이치 이시이 내각부 해양개발프로그램 디렉터는 닛케이에 “산업에 꼭 필요한 광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국산 희토류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우리가 맡은 주요한 임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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