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선 6개월 파행 끝 정상화…고양 출퇴근길, 뒤늦게 일상 회복
하루 62회에서 14회까지 줄며 시민 체감 혼잡과 대기 피로 가중
20일부터 운행 횟수 회복·소요 시간 단축…이제는 재발 방지 체계 마련이 과제
서해선은 단순 이동 수단 아닌 생활 인프라…정상화는 신뢰 회복의 출발점

서해선이 6개월여의 파행 운행을 끝내고 오늘(20일)부터 정상화에 들어가면서, 그동안 큰 불편을 겪어온 고양시민들의 출퇴근길도 비로소 제자리를 찾아가게 됐다.
이번 정상화는 단순한 열차 증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안전 문제로 시작된 감축 운행이 장기간 이어지는 동안 시민들이 떠안아야 했던 혼잡과 대기, 이동 불확실성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특히 일산~대곡 구간은 고양 서북부 시민들의 일상과 맞닿은 핵심 생활철도라는 점에서 이번 조치의 파급력이 적지 않다. 열차가 다시 다닌다는 사실 자체보다, 이제야 예측 가능한 출퇴근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시민 체감 변화가 클 것으로 보인다.
◇ 안전 문제에서 시작된 서해선 파행, 고양 구간 직격탄
이번 사태의 출발점은 지난해 10월 22일 발생한 서해선 전동차 운행장애였다. 중간연결기 결함이 확인되면서 동일 차종에 대한 안전 우려가 커졌고, 코레일과 국토교통부는 안전 확보를 최우선에 두고 운행구간 단축과 서행 운전을 병행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이 여파가 고양시민이 자주 이용하는 일산~대곡 구간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자갈도상 구간 특성상 진동 영향이 상대적으로 큰 4개 역, 6.9㎞ 구간이 안전관리 대상이 되면서 운행 횟수는 크게 줄었고, 일부 취약구간에서는 속도 제한까지 실시됐다. 열차 내 안전요원 배치와 객차 간 통로문 통제까지 이어지며 시민들은 평소와 전혀 다른 서해선을 감수해야 했다.
시민 불편이 더 크게 다가온 이유는 감축이 일회성 조치로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산~대곡 구간 운행 횟수는 원래 평일과 주말 모두 하루 62회였지만, 사고 직후 평일 42회·주말 38회로 줄었고, 이후 지난해 12월부터는 평일·주말 모두 14회까지 축소됐다. 사실상 평시의 4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 한 번의 감편이 아니었다…누적된 불편이 흔든 시민 일상
열차가 줄어든 만큼 출퇴근 시간대 부담도 커졌다. 혼잡률은 사고 이전 116%에서 130%까지 상승했고, 시민들은 더 긴 대기시간과 불규칙한 배차를 감내해야 했다.
코레일이 일산~곡산 구간 이용객에게 경의중앙선 환승을 안내한 것도, 서해선 단독 운행만으로는 시민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웠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시민 입장에서는 단순히 몇 분 늦는 문제가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이동 피로와 생활 리듬의 흔들림이 더 큰 문제였다.
출퇴근길 서해선을 이용한다는 윤옥선(40) 씨는 "열차 대수가 적어져 집에서 가까운 일산역에서 탈 때조차도 앉아서 갈 수 있을지 장담 못했다"며 "가끔씩 열차 운행에 이상이 생겨 몇 분 늦게 출발하면 직장에 늦을까봐 가슴이 콩닥콩닥했다"고 전했다.
◇ 20일부터 운행 회복…열차 기회 늘고 시간 부담 줄어
20일부터 일산~대곡 구간 운행 횟수가 다시 하루 62회로 회복됐다. 감축기 14회와 비교하면 하루 48회가 늘어나는 것으로, 시민이 선택할 수 있는 열차 자체가 대폭 증가한다. 그만큼 출근시간대 한 번 놓치면 다음 열차를 오래 기다려야 했던 부담도 완화될 전망이다.
대곡~초지 구간 운행 시간도 58분에서 51분으로 7분 단축된다. 왕복 이용자는 하루 14분, 주 5일 기준으로는 70분의 시간을 아낄 수 있어 체감 효과가 적지 않다. 특히 정시성과 배차 안정성이 회복되면 단순 이동시간 감소를 넘어, 고양시민의 일상 계획 전반이 훨씬 예측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산동구 중산동에 거주 중인 원근자(69) 씨는 "일산역에서 서해선을 놓칠 경우, 다음 차까지 배차 간격이 길어 경의선을 타고 대곡역으로 가서 서해선을 타야 했던 불편함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정상화의 끝은 '복구'를 넘어 '신뢰 회복'
이번 정상화가 가능한 배경에는 핵심 부품 전면 교체가 있었다. 국토부는 동일 차종 10편성의 중간연결기를 모두 교체했고, 새 부품은 기존 철도차량에 적용돼 안전성이 검증된 제품 가운데 강도와 기능을 높인 사양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형식승인과 시험 절차를 거쳐 안전성을 확보하고, 패스트트랙 방식으로 교체 기간도 단축했다.
다만 시민들이 진짜로 원하는 것은 '원상 복구'에만 머물지 않는다. 사고 원인 규명부터 부품 검증, 운행 조정, 정상화 일정 안내까지 보다 신속하고 일관된 대응체계가 갖춰져야 한다는 요구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서해선은 고양시민에게 선택 가능한 교통수단을 넘어 생활을 떠받치는 출퇴근 인프라다. 이번 정상화는 끝이 아니라, 다시는 같은 혼란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 돼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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