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통역배우·접근성매니저…'모두의 공연' 만드는 사람들
[EBS 뉴스12]
오늘은 장애인의 날입니다.
세상과 소통하고, 풍요로운 일상을 누리기 위해 문화를 즐길 권리도 중요하지만, 장애인들이 공연장을 찾는 길은 여전히 멀기만 한데요.
이런 한계를 넘어 모두가 함께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새로운 길을 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황대훈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접근성 높은 공연'을 표방한 연극 '해리엇'의 한 장면, 수어통역사들이 무대에 함께 올라 배우들의 그림자처럼 움직입니다.
'그림자소리'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수어통역배우는 무대 한 켠에 서 있던 수어통역사의 역할에서 벗어나 춤과 연기까지 함께 합니다.
창작무용을 위해 수어를 연습했던 정은혜 배우는 이번 공연에서 수어통역배우 역할에 도전했습니다.
인터뷰: 정은혜 수어통역배우 / 접근성 높은 연극 '해리엇'
"배우가 앉으면 저희도 같이 앉고 배우가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리면 저희도 최대한 같은 방향으로 돌린다든지 말 그대로 정말 배우의 그림자처럼 완전히 똑같이 합니다. (배우와 통역사) 두 양측에서 이렇게 다가온 중간쯤이지 않을까…."
연기를 넘어 수어통역까지 익혀야 하니 다른 공연을 준비할 때보다 두 세배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인터뷰: 정은혜 수어통역배우 / 접근성 높은 연극 '해리엇'
"어느 정도 간격으로 있어야 하는지도 신경을 써야 하고 배우가 하는 대사의 속도와 저희가 하는 수어의 속도가 다른 경우도 꽤 많아요.“
더 중요한 건 작품 자체를 개발하는 단계부터 장애인 관객들의 공연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겁니다.
인터뷰: 정은혜 수어통역배우 / 접근성 높은 연극 '해리엇'
"저는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어요라는 대사가 있어요. 저는 '원숭이 싫어' '사람 싶어' 이렇게 해서 저는 원숭이 싫어요. 사람이 되고 싶어요라는 내용을 조금 더 추가해 줘요."
공연에 앞서 직접 무대에 오른 시각장애인 관객들.
세트에 대한 설명을 듣고 소품을 만지며 머리 속에 무대 모습을 그려봅니다.
이런 '터치투어'를 비롯해 장애인 관객들의 무대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조치를 취하는 건 '접근성 매니저'의 역할입니다.
권주리 매니저는 지난해 연극 '해리엇'의 개발 단계부터 함께 하며 공연의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인터뷰: 권주리 / 접근성 매니저
"공연 팀과 제작자, 공연장, 그리고 관객 사이의 장벽들을 없애기 위해 조율하는 역할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장애인 관객들에게 적합한 홍보자료를 만드는 것부터,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을 돕는 것까지 접근성 매니저의 역할은 다양합니다.
인터뷰: 권주리 / 접근성 매니저
"장애인 관객들이 제 시간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중교통이나 장애인 콜택시, 복지 콜택시 등을 이용하기가 굉장히 어렵기 때문이거든요. 처음부터 시각장애인 관객 휠체어 관객을 위한 지연 입장 시간을 안내할 수 있고."
문제는 역시 예산입니다.
기존 공연보다 훨씬 많은 제작비가 드는 접근성 높은 공연은, 빠듯한 예산 때문에 정작 꼭 필요한 접근성 매니저를 두지 않거나 역할을 축소시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터뷰: 권주리 / 접근성 매니저
"(예산 때문에) 이번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홍보물 하지 말까?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 안내하지 말까? 이런 식으로 하나씩 잘리게 되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된 공연에 장애인 관객이 오기를 바라는 건 굉장히 무리인 것 같아요."
하지만 권주리 매니저는 돈보다도 중요한 건 접근성 높은 공연을 제대로 실현하겠다는 태도라고 강조합니다.
인터뷰: 권주리 / 접근성 매니저
"(극장 측이) 정말 이렇게 많이 말씀을 하세요. 저희는 몰라요. 너무나도 그렇게 당연하게 이것은 우리의 역할이 아니야 이것은 너희가 알아서 해야 돼 이렇게 나누시는 건 좀 (답답한 것 같다)."
수익보다 공익성을 강조하기에 민간 시장보다 공공 극장이 선도할 수 밖에 없는 접근성 높은 공연.
모두가 함께 하는 공연을 만들기 위한 공공 극장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공연이) 장애인 분들도 함께 볼 수 있는 공연이 될 수 있으니 이런 이런 요소들을 한번 시도해 보시는 건 어떻습니까라고 제가 먼저 제안을 하게 되더라고요."
"공연 예술 안에서도 모두를 위한 공연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렇게 많이 바뀌고 있는 것 같습니다."
EBS 뉴스 황대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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