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부터 코인까지' 집 떠난 늑구의 귀환기…전국을 뒤흔들다

대전 오월드에서 탈출해 열흘간 대전 도심을 떠돌다 무사히 돌아온 2살 늑대 '늑구'. 단순한 탈출을 넘어 시민들의 뜨거운 응원과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 동물 복지를 둘러싼 논쟁까지 일으킨 늑구의 여정을 되짚어본다.

◇"잠깐 바람 쐬러"…철조망 밑 파고 집 나간 늑구
오월드에서 태어난 늑구가 사파리를 빠져나간 건 지난 8일 오전 9시 18분쯤이다. 늑대는 본래 바닥을 파는 습성이 있는데, 늑구가 철조망 아래 흙을 파내며 울타리 밑으로 땅굴을 만든 뒤 탈출한 것이다. 울타리에는 늑대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전기가 흐르는 장치도 설치돼 있었다.
탈출 후 약 6분 뒤 사육사와 수의사가 울타리 밖 퇴비사에서 늑구를 발견했지만, 곧바로 인근 산으로 달아났다.
늑구는 오월드 전체 경계를 짓는 2m 높이의 철조망도 훌쩍 뛰어넘어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오월드는 밖에서 기다리는 입장객들에게 폐장을 안내한 뒤 늑구 탈출 약 1시간 뒤인 오전 10시 10쯤 경찰·소방에 신고를 했고, 대전시도 재난 문자를 통해 늑대 탈출 사실을 시민에게 알렸다.

◇경찰·소방·군 총출동…대대적 '늑구 추격전'
늑구가 사라지자 대전시는 물론 경찰·소방·군·엽사 등 관계 기관의 대규모 인력이 투입돼 늑구 수색 작업을 벌였다. 지상에서는 수색 인력이 산과 인근 도심을 샅샅이 뒤졌고, 하늘에서는 드론이 늑구의 흔적을 쫓았다. 야간에는 열화상 카메라를 활용한 탐색도 이어졌다. 10명 미만으로 꾸려진 2개 야간 수색팀은 밤새 산을 오르내리며 늑구의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하지만 첫날은 허탕이었다.
탈출 다음 날인 9일 오전 1시 30분쯤, 오월드 인근 야산에서 열화상 카메라에 늑구가 포착되면서 분위기는 단숨에 달아올랐다. 생포가 눈앞이라는 기대가 커졌지만, 드론 배터리를 교체하는 짧은 순간 늑구는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이후 이틀간 이어진 강한 비는 수색팀에겐 악재였다. 드론을 띄우기 어려웠고 시야 확보도 쉽지 않았다. 반면 늑구에게는 물을 구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
비가 그친 뒤에는 드론 10여 대를 다시 투입하며 수색 강도를 높였지만, 늑구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탈출 직후 48시간의 '골든타임'도 결국 지나버렸다.

◇휴교령부터 '늑구코인'까지…한바탕 소동
늑구가 탈출한 사이 인근 초등학교에는 휴교령이 내려졌다. 대전시교육청은 오월드에서 직선거리로 약 1.5㎞ 떨어진 산성초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휴교를 결정했다. 또 인근 학교 24곳에 운동장 사용 등 야외활동 자제와 보호자 동행 등하교를 권고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수색 과정에서는 허위 신고도 잇따르며 혼선을 키웠다. 늑구를 봤다는 오인 신고가 이어진 데다, 인공지능(AI)으로 조작된 가짜 사진까지 온라인상에 퍼지면서 실제 포획 작업에 적지 않은 차질이 빚어졌다.

해외 일부 가상화폐 탈중앙거래소에는 늑구의 이름을 딴 이른바 '늑구코인'까지 등장했다. 늑구의 위치와 수색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어디가니 늑구맵' 홈페이지도 개설됐다.
일부 시민들은 직접 늑구를 찾겠다며 수색 현장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결정적인 제보가 접수되면서 수색 당국이 늑구의 위치를 다시 특정하는 계기가 됐다.

◇놓치고 또 놓치고…17일 생포 성공
늑구가 탈출한 지 엿새째인 지난 13일 오후 10시 43분쯤 오월드 인근 야산에서 늑구를 목격했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이후 드론을 활용한 추적이 이어졌고, 이튿날인 14일 오전 2시 10분쯤 무수동 야산 일대에서 위치가 파악됐다.
당국은 곧바로 포획 작전에 들어갔지만, 늑구는 인간 띠를 형성하기 어려운 사각지대로 이동하며 포위망을 빠져나갔다. 이 과정에서 마취총도 한 차례 발사됐지만 빗나가면서 생포는 불발됐다.
늑구가 인근 민가에서 키우던 개에 쫓겨 고속도로 갓길까지 달아나는 모습은 차량 블랙박스에도 포착됐다. 영상 속 늑구는 탈출 첫날보다 눈에 띄게 야윈 모습이었고, 사람을 경계하듯 빠르게 몸을 피했다. 구완동 일대 마을 도로를 걷는 모습도 시민이 촬영한 영상으로 확인됐다.
그리고 첫 대치 이후 사흘 뒤인 17일 오전 0시 44분쯤, 대전 중구 안영동 대전남부순환고속도로 안영 나들목(IC) 인근에서 마침내 늑구를 생포하는 데 성공했다.

◇전쟁터 방불케 한 생포 작전…돌아온 늑구
늑구는 마취총을 맞고 가파른 비탈길에서 포획됐다. 들것에 실린 늑구는 지금까지의 여정에 지친 듯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현장에 긴급 투입된 수의사는 맥박과 호흡을 확인하는 한편,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산소마스크를 씌웠다. 다행히 늑구의 맥박과 체온은 모두 정상이었다.
대원들의 신호에 맞춰 이동용 케이지로 옮겨진 늑구는 곧바로 오월드로 이송됐다. 열흘 만의 귀환이었다.
검진 결과 늑구의 체중은 탈출 전보다 약 3㎏ 줄어 있었다. 또 위장에서는 2.6㎝ 크기의 낚싯바늘이 발견돼 내시경으로 제거하는 시술도 받았다. 야생에서 먹이를 먹는 과정에서 함께 삼킨 것으로 추정된다.

◇돌아온 늑구가 남긴 것들
늑구의 귀환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았다.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각종 밈과 패러디, 빵 등 상품까지 쏟아졌지만, 이번 사건을 그저 '재미있는 탈출극'으로만 소비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늑구가 철조망 하단을 파고 탈출했다는 점에서 시설 관리의 허점이 드러났고, 방사형 사파리의 안전 기준과 점검 체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2018년 오월드에서 탈출한 퓨마 '뽀롱이'가 포획 과정에서 결국 사살됐던 사건도 다시 소환되기도 했다. 당시에도 동물원 안전 관리와 대응 체계를 둘러싼 논란이 거셌지만, 8년이 지난 지금 또다시 대형 탈출 사고가 반복됐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야생성을 지닌 동물을 좁은 공간에 가두는 방식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와 함께, 동물 복지 관점에서 사육 환경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대전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오월드 시설 전반에 대한 점검과 함께 동물원 안전 기준 재정비에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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