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교환, 집단 왕따당했다…"더 무가치해질 것" 처절한 악다구니 ('모자무싸') [종합]

이유민 기자 2026. 4. 2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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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교환X고윤정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2회 시청률 2.2%
ⓒJTBC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방송 캡처

[스포츠한국 이유민 기자] 

배우 구교환이 처절하게 흔들리는 인물의 민낯을 웃음과 비애, 통쾌함으로 엮어내며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의 중심을 단단히 붙들었다. 배우 고윤정이 건넨 연대의 손길은 붉게 점멸하던 황동만의 감정에 처음으로 초록불을 켰고, 그 순간 드라마는 가장 아프면서도 가장 찬란한 비상을 완성했다.

19일 방송된 JTBC 토일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이하 '모자무싸') 2회는 현실 앞에서 번번이 미끄러지고도 끝내 주저앉지 않는 황동만의 서사를 본격적으로 펼쳐냈다. 구교환은 20년째 영화감독 데뷔를 꿈꾸는 황동만으로 분해, 한심하고 우습다가도 처연하고 뭉클한 인물의 결을 입체적으로 빚어내며 대체 불가한 존재감을 증명했다.

이날 황동만의 현실은 시작부터 처참했다. 영화 '빌리 엘리어트'처럼 힘차게 비상하고 싶었지만, 정작 그는 자신의 시나리오를 밟고 넘어지듯 삶의 밑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대단한 통찰을 지닌 사람인 척 무례한 훈수를 두는 최필름 대표 최동현(최원영) 앞에서도 황동만은 분노를 매끈하게 표현하지 못했고, 급기야 가짜 깁스로 스스로를 동정의 요새 안에 가둔 채 버텼다.

ⓒJTBC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방송 캡처

설상가상으로 그가 유일하게 기대던 관계마저 무너졌다. 고박필름 대표 고혜진(강말금)은 황동만에게 '아지트 출입 금지'라는 조치를 내렸고, 오랫동안 그를 못마땅하게 여겨온 박경세(오정세)는 결국 "썩은 귤은 도려내야 한다"며 그를 '8인회'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 잘되는 꼴은 못 보고, 남 안 되는 일에는 기뻐하는 황동만의 불안정한 감정은 결국 집단 전체를 흔드는 문제로 인식됐고, 그는 마흔의 나이에 집단 절교라는 잔혹한 현실과 마주했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받아주던 공간에서조차 밀려난 순간, 그의 감정 워치는 다시 붉게 타올랐다.

가족 앞에서도 황동만은 초라했다. 딸 결혼식 축가를 불러줄 연예인을 섭외하라며 자신을 '호구'처럼 부리는 고모부 앞에서조차 제대로 반박하지 못했고, 영화판에서 20년을 버텼으면서도 아는 연예인 한 명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입 밖에 낼 수도 없었다. 형 황진만(박해준)은 그런 동생을 향해 답답함을 쏟아냈지만, 정작 황동만이 터뜨린 울분 앞에서는 그 역시 가슴 먹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모자무싸' 1, 2회는 잘나가는 지인들 틈에서 어떻게든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황동만의 분투를 촘촘하게 그려냈다. 그는 문예창작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면서도 '날씨를 만들어 드립니다'라는 시나리오를 붙들고 꿈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늘 상대의 심기를 건드리는 성격 탓에 주변의 시선은 차갑기만 했다. 20년째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람, 어딘가 불편하고 한심한 인간이라는 평가가 따라붙었고, 그는 늘 한 발 비껴난 이방인처럼 취급됐다.

ⓒJTBC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방송 캡처

최동현은 그런 황동만의 시간을 정면으로 부정했다. 그는 "20년 했잖아. 근데 왜 안 되는 거 같아?"라는 날 선 말로 그가 버텨온 세월을 송두리째 부정했고, 보다 현실적이고 건설적인 삶을 살라고 충고했다. 그러나 황동만은 "내 인생이 왜 네 맘에 들어야 되는데요?"라고 받아치며 쉽게 무너지지 않는 태도를 드러냈다. 형 황진만이 "네가 원하는 게 뭐야? 데뷔야? 성공이야?"라고 묻자, 그는 "불안하지 않은 거. 그냥 불안하지만 않으면 돼, 난"이라고 답했다. 이 짧은 한마디는 황동만의 내면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다.

바닥을 친 황동만을 다시 끌어올린 인물은 변은아(고윤정)였다. 사실 변은아 역시 멀쩡한 상태는 아니었다. 시나리오를 보는 눈이 워낙 날카롭고 정확해 감독들이 줄을 설 정도였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최동현의 노골적인 무시와 견제를 받아야 했다. 그때마다 그의 스트레스는 육체적 증상으로 번졌고, 극심한 압박 속에서 코피까지 쏟았다. "자폭하고 싶다"는 위태로운 심리 상태는 9살 때 홀로 고립됐던 기억에서 시작된 상처와도 맞닿아 있었다. 다만 현재의 변은아는 과거와 달랐다. 자신을 깎아내리는 사람들의 나약함을 똑바로 보게 되면서, 이제는 "정말 싸워볼 만하다"는 감각을 품게 됐다.

ⓒJTBC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방송 캡처

그 단단해진 감정은 황동만을 향한 연대로 이어졌다. 8인회 멤버 이기리(배명진) 감독과 최효진(박예니) 기획 PD가 황동만을 골칫덩이 무능력자로 취급하자, 변은아는 "인간이 인간적이지 않은 게 최고의 무능 아니냐"며 정면으로 그를 감쌌다. 나아가 시나리오 주인공에게 관객이 좋아하는 '파워'가 없다는 자신의 리뷰를 곱씹던 황동만이 "그 파워는 어디서 사냐"고 묻자, 변은아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가슴이 막 뛸 거다"라고 답했다. 비웃음도 훈수도 아닌, 진짜 힘이 되는 통찰이었다.

ⓒJTBC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방송 캡처

이후 각성한 황동만은 자신을 모멸하던 최동현을 다시 찾아갔다. 그를 전염병 환자 보듯 밀어내는 상대에게 그는 "빛나는 것들끼리 빛나는 세상 만들어봐라. 하나도 안 빛난다"고 쏘아붙이며 통쾌한 균열을 냈다. 더 나아가 오히려 자신은 더 무가치해지고, 더 쓸모없어져서 당신들이 백기를 들 정도로 더욱 화나게 하겠다고 선언했다. 기득권의 오만한 세계를 향한 이 반격은 극의 분위기를 단숨에 뒤집으며 묵직한 쾌감을 안겼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변은아의 입가에는 처음으로 환한 미소가 번졌다.

가장 따뜻한 장면은 마지막에 찾아왔다. '허기'에 시달리던 황동만에게 변은아는 할머니(연운경)의 정성이 담긴 반찬을 건넸고, 그의 손목 위 감정 워치에는 초록불이 선명하게 들어왔다. 이를 본 황동만 역시 자신의 감정 워치에 켜진 초록빛을 보여주며 화답했다. 지독한 현실 한복판에서 피어난 이 '초록불 크로스'는 두 인물이 처음으로 서로의 결핍을 보듬는 순간이자, 드라마가 건넨 가장 무해한 위로였다. 반찬통을 품에 안은 황동만은 지난 실패의 잔해를 딛고 마침내 다시 날아오를 준비를 마쳤다.

ⓒJTBC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방송 캡처

무엇보다 구교환의 연기는 이러한 황동만의 복합적인 얼굴을 설득력 있게 완성했다. 그는 허세와 농담으로 자신을 둘러싸지만 그 이면에 도사린 허기와 불안, 열패감과 오기를 섬세한 결로 표현해냈다. 특히 경세의 시사회 뒤풀이 이후 혼자 버스에 올라 공허함과 울음을 감추려 애쓰며 웃음을 지으려는 장면, "잘나서 나를 증명할 수 없을 때는 망가져 나를 증명한다"라고 절규하는 순간은 인물의 깊은 결핍을 날것으로 드러냈다. 최동현의 충고 뒤 감정 워치에 뜬 '허기'를 채우기 위해 집으로 돌아와 무작정 폭식하는 장면 역시 대사보다 더 큰 감정으로 시청자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여기에 구교환 특유의 리듬감 있는 대사 톤은 황동만이라는 캐릭터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툭 던지듯 내뱉는 말 안에는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불안이 배어 있었고, 그래서 황동만의 한심함마저도 낯설지 않게 다가왔다. 밉상 같다가도 유쾌하고, 순수하다가도 짠한 이 인물을 실제 어딘가에 살아 있을 법한 사람처럼 느끼게 만든 힘도 바로 그 지점에 있었다.

2회 말미 황동만은 "난 내 무가치함의 끝에서 빛나는 진실을 건져 올릴 거야. 나의 빛나는 스토리를 기대해라"라고 선언했다.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고, 초라해도 끝내 꿈의 언어를 버리지 않는 인물의 다짐이었다. 그리고 그 서사의 한복판에서 구교환은 황동만의 불안과 허기, 자존심과 반격을 집요하게 끌고 가며 드라마의 심장 역할을 해냈다. 고윤정과 만들어갈 '초록불 관계'까지 본격적으로 예고된 만큼, 앞으로 두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서로의 가치를 밝혀줄지 기대가 커진다.

한편 JTBC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는 매주 토요일 오후 10시 40분, 일요일 오후 10시 30분 방송된다.

 

스포츠한국 이유민 기자 lum525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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