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업계, 중동발 수급 위기 속 홀로 다른 온도차
4월 국제가 43% 급등, 5월 국내 공급가 인상 압력 눈덩이
![서울의 한 LPG 충전소로 차량이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20/552795-r1dG8V7/20260420110008155nych.jpg)
【투데이신문 심희수 기자】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가 중동발 충격에 휘청이는 동안, 액화석유가스(LPG)는 유독 다른 온도를 유지하고 있다. 셰일 혁명 이후 10여 년에 걸쳐 재편된 조달 구조가 1차 방파제로 작동한 결과다. 다만 수급과 가격은 별개 문제다. 국제 LPG 현물가격이 이미 가파르게 오른 만큼, 5월 국내 공급가격에는 상당한 인상 압력이 실릴 전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미국산 LPG 수입 비중은 80%대 후반에서 90%에 육박하고 중동산은 5% 내외에 그치고 있다. 원유 수입의 약 69%, 나프타 도입의 73%가 중동산인 점과 지난해 말에야 LNG 중동산 비중이 20% 아래로 내려온 점과 비교하면 다변화 수준에서 격차가 뚜렷하다.
전환의 출발점은 북미 셰일 혁명이다. 미국이 2008년 셰일가스전 개발에 본격 착수한 뒤 2010년대 들어 생산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내수를 넘어선 물량이 수출시장으로 풀리며 미국은 2015년 세계 1위 LPG 수출국에 올라섰다. 국내 수입사들은 중동 정세의 상시 불안을 고려해 1기 트럼프 행정부 시기부터 미국산 도입 비중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왔다. 업계에선 수입선 다변화와 한미 외교 관계, 사업성까지 아우른 종합적 판단이었다고 설명한다.
수급이 안정적이어도 가격 경로는 다르다. 나프타의 대체재로 석유화학 원료로도 쓰이는 LPG 특성상, 평시 중동산에 의존해오던 중국과 인도 등이 다른 생산국 물량에 웃돈을 얹어 사들이면서 국제 가격이 크게 뛰었다는 진단이다. 중동발 공백 자체는 크지 않지만, 이를 메우려는 경쟁 수요가 시장 전반의 프리미엄을 끌어올리는 구조다. 실제 분석업체 Kpler에 따르면 지난 3월 중동 지역 LPG 수출량은 하루 41만 9000배럴로 전월 대비 73% 감소했고, 걸프 지역 프로판·부탄 현물 프리미엄은 사우디 아람코 계약가격(CP) 대비 톤당 250달러라는 사상 최고치까지 벌어졌다. 물리적 공백보다 가격과 조달 조건 악화가 먼저 시장에 전달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국제가 급등은 국내 공급가에도 이른 시일 내 반영될 예정이다. 특히 E1과 SK가스가 개전 이후 상승분을 반영할 여지가 사실상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미반영분 누적이 상당하다는 평가다. E1은 미국-이란 개전일인 2월 28일, SK가스는 바로 다음 날인 3월 1일 새벽에 각각 3월 공급가격을 공개했다. 4월 공급가격에 kg당 50원 인상이 반영됐지만 이 역시 개전 이전 요인에 가깝다는 평가다.
업계에 따르면 4월 국제 LPG 가격은 평균 43% 상승했고, 이에 따라 5월 국내 가격에는 굉장히 높은 인상 요인이 발생한 상태다. 업계에서 파악하는 누적 미반영분만 이미 kg당 100원대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5월 공급가격은 서민 체감 물가를 흔들 수준으로 뛰어오를 가능성이 있다. 다만 정부도 현재 LPG 가격 관리에 나선 만큼 수입사가 상승분을 그대로 전가하기는 쉽지 않은 국면이다.
후폭풍은 전쟁 종결 이후에도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러·우 전쟁과 달리 이번에는 쿠웨이트 등 중동의 에너지 생산 시설이 실제 타격을 입은 만큼 시설 복구에 별도의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매설한 기뢰의 위치를 이란 측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해협 통항 정상화를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정부도 LPG에 별도 관리 시선을 보내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지난 15일 '나프타·원유 수급 대응 점검회의'에서 4~6월 나프타 도입 계약 물량에 대해 전쟁 이전 가격과 실제 수입가격 간 차액의 50%를 지원하는 6744억원 규모 사업의 대상에 LPG와 콘덴세이트, 에틸렌·프로필렌 등 기초유분까지 포함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속히 종전이 이뤄지더라도 중동 에너지 시설 피해 복구와 호르무즈 기뢰 문제 등으로 인해 해외 전문가들은 올해 말까지 여파가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