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테슬라 FSD 유럽 최초 승인…한국은 '규제 늪'에 발목 잡히나

네덜란드가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 시스템을 유럽 최초로 승인하면서 유럽 자율주행 시장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반면 한국은 복잡한 규제와 기형적인 인증 체계로 인해 FSD 도입이 사실상 반쪽짜리에 그치고 있어 소비자 불만이 고조되고,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네덜란드 도로교통국(RDW)은 최근 테슬라 FSD(감독형 자율주행)를 공식 승인했다. 이번 결정은 하루아침에 내려진 것이 아니다. RDW는 지난 18개월 동안 160만㎞ 이상의 실도로 주행 테스트, 4500회 이상의 트랙 검증, 1만3000건이 넘는 일반 고객 동승 시승 데이터를 철저히 분석했다. 그 결과 RDW는 "FSD 기능이 인간 운전자보다 도로 안전에 매우 긍정적인 기여를 한다"고 결론지었다.
이번 승인은 혁신 기술에 대한 유럽경제위원회(UNECE)의 '39조항(Article 39)' 규제 샌드박스를 적극 활용한 사례다. 기존 규정으로는 평가가 어려운 신기술에 대해 제조사가 객관적인 안전성을 입증하면 예외를 인정해주는 제도다. 네덜란드의 선제적 행보는 유럽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될 전망이다.
유럽은 자동차 안전 규정을 공동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한 국가의 승인이 다른 회원국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현재 유럽 최대 자동차 시장인 독일의 연방도로교통청(KBA)이 네덜란드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세밀한 검토를 진행 중이며, 프랑스와 스페인 등 다른 국가들도 인증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빠르면 4~8주 내 독일의 승인이 나올 수 있고, 올 3분기 안에 유럽 대다수 국가에서 FSD 사용이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유럽이 자율주행 기술 도입에 속도를 내는 것과 대조적으로 한국의 상황은 매우 답답하다. 국내에서 테슬라 FSD를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차량은 미국에서 생산된 모델 S, 모델 X, 사이버트럭에 한정된다. 반면 국내 소비자 대다수가 타고 있는 중국산 모델 3와 모델 Y에서는 FSD 활성화가 불가능하다.

이런 규제 환경 때문에 한국 도로에서 FSD는 '반쪽짜리 자율주행'에 머물러 있다. 올해 연말 UNECE에서 운전자 제어보조 시스템(DCAS) 등 FSD 관련 새로운 규정이 제정될 예정이지만, 이를 국내 자동차 안전 기준(KMVSS)에 반영하고 차량 인증 절차까지 완료하려면 실제 도입 시기는 빨라도 2027년 말~2028년경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도입 지연이 길어지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국토교통부가 현대자동차 등 국내 기업이 도심형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2028년 무렵까지 고의로 시간을 끌고 있다는 이른바 '현토부' 음모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규제 공백을 틈타 불법 소프트웨어 해킹, 이른바 '탈옥(jailbreak)'이 성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약 100만원 상당의 비용을 주고 FSD를 강제로 활성화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이는 자동차관리법 제29조 및 35조(임의 변경 등)를 위반하는 명백한 범법 행위다. 적발 시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으며, 사고 발생 시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테슬라 차량의 사용자와 업계 전문가들은 정부가 단순히 '규정 미비'를 이유로 신기술 도입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네덜란드처럼 정부 차원에서 실도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깐깐한 안전성 검증을 선제적으로 실시하고, 국민들에게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자율주행은 이미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됐다.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국이 앞다퉈 기술을 도입하며 소프트웨어 역량을 키우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무작정 '빗장'을 걸어 잠그는 '쇄국 정책'을 유지한다면 국내 시장은 고립되고, 자국 기업들의 경쟁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가 특정 외국 기업에만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국내 시장에 '메기 효과를 불러일으켜 자국 기업의 기술 개발을 촉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능동적인 안전 검증과 글로벌 스탠다드 도입을 통해 한국이 자율주행 선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정부의 결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네덜란드의 결정은 단순한 한 국가의 승인을 넘어 유럽 전체 자율주행 규제 패러다임의 변화를 예고한다. 한국 정부가 이를 교훈 삼아 규제 철폐와 혁신 촉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 한국 자동차 산업은 전통적인 내연기관 중심에서 전기차·자율주행 중심으로 급속히 전환하고 있다. 그러나 규제 환경이 글로벌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해외 기술 선도 기업들의 진입이 늦어지고, 소비자 선택권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네덜란드 사례처럼 데이터 기반의 객관적 검증을 통해 안전성을 확인한다면, 규제 완화가 오히려 국내 산업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UNECE 규정 제정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국내 기준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지만, 구체적인 로드맵이나 일정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안전이 최우선이지만, 과도한 규제는 혁신을 가로막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테슬라 FSD의 유럽 진출은 자율주행 기술이 더 이상 미래가 아닌 현실로 다가왔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한국이 이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조건 없는 규제'가 아닌 '속도감 있는 안전 검증'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