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낼 땐 프리랜서, 퇴직금 요구 땐 근로자”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인사노무 그룹장 인터뷰
근로자 추정제 도입 두고 '선택적 법률관계' 논란
3.3% 세금 내다 퇴직금·수당 청구…‘권리와 책임 비대칭’
기획·집단 소송 확산 우려…“일자리 줄고 비용 부담 커져”
[이데일리 김정민 경제전문기자]“일하는 동안에는 자유롭게 출퇴근하고, 세금도 3.3% 사업소득세만 냅니다. 일을 그만 둔 후에 퇴직금, 수당을 달라고 신고를 해요. 그리고는 다른 곳에선 다시 프리랜서로 일하죠.”
근로자 추정제(근로기준법 개정안) 도입을 두고 벌어지는 논쟁 중 하나가 일할 때는 프리랜서 지위를 유지하다가 사후적으로 근로자 권리를 주장하는 ‘선택적 법률관계’ 문제다.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인사노무 그룹장을 맡고 있는 김상민 변호사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법원 판결이 난 프리랜서 근로자성 관련 사건을 보면 열에 아홉은 임금이나 퇴직금 사건”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일할땐 프리랜서, 퇴직땐 근로자…좋은 것만 취해”
김 변호사는 계약기간 동안은 프리랜서로서 이점을 누리다, 계약 종료 후 근로자 지위를 주장하는 것은 노동자 보호라는 노동법 취지를 악용해 “좋은 것만 취하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근로자성이 인정될 경우 원칙적으로 근로자로 인정받은 프리랜서가 거둔 소득을 사업소득이 아닌 근로소득으로 재분류해 과세해야 한다.
단순 비교하면 월 500만 원 기준 3.3% 원천징수액은 연 200만 원 수준이지만,근로소득세는 400만 원 안팎이어서 세 부담 차이가 200만 원 이상 벌어질 수 있다.
그러나 근로자성 인정 판결을 받아, 임금, 퇴직금, 수당 등을 재산정한 경우 소급 과세가 이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국세청에 과세 의지가 없어서라기보다, 세금 부과 구조 자체가 현실적 제약을 안고 있다. 근로소득세는 사업주가 급여 지급 시점에 미리 징수해 납부하는 ‘원천징수’ 방식이어서다.
세금을 소급하기 위해서는 임금을 재정산할 때 사업주가 이를 지급할 금전에서 차감해 납부하거나, 먼저 과거분 세금을 일괄 납부한 뒤 근로자를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해야 하지만 둘 모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크다.
이처럼 프리랜서 계약종료 후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을 경우 금전적 이득은 취하면서 세금이나 사회보험 부담은 지지않는 ‘권리와 책임의 비대칭’이 묻지마 소송을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장에서는 이러한 분쟁이 ‘기획 소송·집단 소송’ 형태로 이뤄진다는 점도 문제다.
김 변호사는 “소수 인원이 먼저 유리한 판결을 받아낸 뒤, 동일한 쟁점을 가진 인원들이 대기하다가 한꺼번에 소송을 제기하기도 한다”며 “사실상 선행 판결을 기반으로 분쟁이 연쇄적으로 확산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가 맡은 최근 사건에서도 10여명이 제기한 소송에서도 1심 법원이 근로자성을 인정하자 100명 이상이 추가로 소송에 나선 사례도 있었다고 그는 전했다
김 변호사는 근로자 추정제가 도입될 경우 유사한 형태의 기획·집단 소송이 더욱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현재도 선행 판결이 있으면 이후 사건이 유리하게 진행되는 구조인데, 여기에 근로자 추정제까지 더해지면 초기 사건에서조차 근로자성이 더 쉽게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며 “그 결과 소송에 나서는 문턱도 낮아지고 분쟁이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근로자 추정제 도입은 오분류 방지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무에서는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른 분쟁이 상당수”라며 “금전적 이익을 기대한 소송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노동자 오분류 문제, 근로감독 강화로도 해결 가능”
김 변호사는 근로자 추정제가 민사 분쟁에 한정된 제도라고 하더라도, 실제로는 형사 사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사 소송에서 근로자성이 인정되면, 동일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한 형사 사건에서도 이를 뒤집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그는 “형사 사건에서는 원래 검사가 범죄를 입증해야 하지만, 민사에서 근로자성을 인정한 판결이 나오면 이를 부정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민사에서 확정된 판단이 형사 절차에서도 기준처럼 작용하면서, 방향이 정해진 상황에서 재판이 진행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경우 형사법의 대원칙인 무죄추정 원칙이 현실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그는 특히 임금채권의 소멸시효와 형사 공소시효간 차이도 문제라고 짚었다.
민사상 임금채권은 3년이 지나면 소멸하지만, 형사상 공소시효는 5년이어서 민사적으로는 이미 다툴 수 없는 사안을 형사 문제로 다시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현재도 민사와 형사의 시차를 이용해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있는데, 근로자 추정제가 도입되면 기름을 부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프리랜서 오분류 문제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오분류 문제 해법으로 근로자 추정제와 같은 입법으로 해결하는 게 적절한 선택인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정말 오분류가 문제라면 노동청에 문을 열어두고 사실관계를 조사한 뒤, 근로자가 맞으면 근로계약을 체결하도록 시정 지시를 하면 된다”며 “근로감독이나 행정조사만으로도 충분히 바로잡을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실제 소송을 진행해 보면 카카오톡, 문자, 업무지시 자료, 교육자료 같은 것들이 많이 남아 있어 사용자에 입증 책임을 지우지 않아도 지휘·감독 관계 증명하는 게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프리랜서 계약때부터 소송 대비, 일자리 줄어들 것”
김 변호사는 근로자 추정제가 도입되면 기업 대응은 크게 두 방향으로 나뉠 것으로 전망했다.
하나는 분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증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업무 자율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계약 구조를 재설계하는 방식이다. 김 변호사는 이를 두고 “만날 때부터 헤어질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다만 현실에서는 이런 자율성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김 변호사는 “프리랜서는 자율성이 전제돼야 하는데, 실제 현장에서는 교육이나 평가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이 과정 자체가 다시 근로자성 판단의 근거로 작용할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진퇴양난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하나 비용 구조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퇴직금 부담을 미리 반영해 보수를 낮추고 그만큼을 유보하는 방식으로, 현재 300만 원을 지급하던 일자리라면 향후에는 퇴직금 비용을 고려해 실질 보수를 낮추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런 변화가 결국 노동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기업이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채용 자체를 최소화하고, 적은 인원을 중심으로 업무 강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프리랜서를 근로자로 편입하는 방향으로만 정책을 추진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사람은 적게 쓰고 업무량을 늘리는 식으로 대응할 것”며 “결국 일자리는 줄고 업무 강도는 높아지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민 (jm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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