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무대 복귀한 ‘패닉’...이적-김진표 “객석 보니 그때 그 감정 밀려와”

청춘은 늘 시대를 가리지 않고 고달프다. 가슴의 쿵쾅거림이 설렘인지 성남인지 구분이 잘 안 가는 시기. 가슴속 응어리를 시원하게 쏟아낼 통로를 갈망하는 이 시기를 달래준 음악들이 유독 더 오랜 시간, 달게 느껴지는 이유다.
지난 16일~19일 나흘간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시그니처홀에서 열린 ‘2026 패닉 콘서트 패닉 이즈 커밍’은 바로 그 기억 속 달큰함을 소환한 첫 자리였다. 이적, 김진표 두 사람이 그룹 ‘패닉’의 이름으로 20년 만에 선 무대. 2006년 4집 단독 공연 후 그룹은 각자 개인 활동만을 이어왔다. 첫날 공연에서 1집 첫 트랙 ‘Opening: Panic Is Coming’이 울려 퍼지는 순간 1300여 관객도 멤버도 순식간에 1990년대의 추억 속으로 빠져들었다. 패닉의 데뷔곡 ‘아무도’, ‘가면’을 벗고 진짜 나를 찾고 싶다는 내용의 가사로 당대 청춘들의 공감을 산 ‘숨은 그림 찾기’까지 내리 두 곡을 부른 직후 감격스러운 첫 인사가 이어졌다. “연습할 땐 다시 무대에 설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는데, 막이 열리고 객석이 보이는 순간, 예전에 많이 느꼈던 감정이 회오리치듯 밀려오네요.”(김진표)
‘동네 친한 형과 동생’으로 만나 1995년 1집 ‘패닉’으로 데뷔한 이들은 모범생 같은 외모와 달리 반항기 넘치는 음악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 각각 21세, 18세였던 이적과 김진표는 또래의 공감대를 어루만지는 수필 같은 음악들로 당대 청춘들의 표상으로 자리 잡았다. 지금이나 그때나 남들보다 더 빨리 달려야 한다고 외치는 세태 속에서 느릿하더라도 나만의 길을 가겠다는 노래 ‘달팽이’의 울림이 당대 음악 방송 1위를 휩쓸었다. 록, 재즈, 힙합 등 다장르에 능숙한 이적의 음악 문법에 김진표의 묵직한 중저음 래핑이 이룬 절묘한 조합도 이들 음악을 단단하게 지탱한 힘이었다.

이날 공연에서 가장 반가웠던 점도 돌아온 두 사람의 호흡이었다. 2시간 30분간 이어진 총 24곡 중 첫 곡 ‘아무도’부터 김진표의 랩이 돌아왔음을 확인한 관객들의 큰 환호가 쏟아졌다. 6인 밴드를 통해 5~6분 길이의 꽉 찬 소리로 ‘태엽 장치 돌고래’ ‘눈 녹듯’ ‘나선 계단’ 등 좀처럼 라이브를 선보이지 않는 곡들을 즐긴 귀한 무대이기도 했다.
가장 별미는 발매 당시 파격적인 가사로 검열을 겪으며 당시 ‘문제작’ 딱지가 붙었던 2집 ‘밑’의 수록곡들. 코를 킁킁거리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담긴 ‘냄새’ 인트로를 비롯해 멤버들이 “옛날 여러분이 방송반에서 몰래 틀던 음악”이라 소개한 ‘혀’, ‘오기’ ‘벌레’ 등을 관객들은 이제서야 자유로워진 ‘날것’의 에너지로 만끽했다. 동화풍 가사에 스릴러 느낌의 음산한 음을 붙여 만든 ‘어릿광대+그 어릿광대의 세 아들들에 대하여’에선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가사를 떼창하는 관객들을 목격한 이적이 “여러분 눈에 광기가 보인다”고 외쳐 웃음을 자아냈다.
개인 무대를 계속 이어왔던 이적과 달리 음악 활동을 사실상 접었던 김진표의 솔로 무대는 반가움을 배가시켰다. 최근 볼펜 유통업 사업가로 변신한 근황을 알린 그는 왜곡된 부모상을 거친 욕설을 담아 비판했던 ‘Mama’를 부르면서 “이젠 이 노래가 부르기 쉽지 않다. 아들과 딸, 두 자녀의 아빠가 되다 보니…”라며 말끝을 흐렸다. “관객석에 제 자녀들도 와 있다”는 그의 말에 “얘들아 혹시 후속곡으로 ‘파파’를 만들고 싶으면 날 찾아와라”는 이적의 응수가 이어지면서 좌중 폭소가 터졌다.
김진표가 오랜만에 색소폰 연주를 더한 ‘달팽이’, 이적이 직접 통기타로 연주한 ‘기다리다’를 비롯해 ‘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 UFO 등 히트곡 퍼레이드가 펼쳐질 땐 공연장 전체가 거대한 노래방으로 변신했다. 앙코르 곡으로 이어진 마지막 곡 ‘왼손잡이’에선 관객들이 전석 기립해 흥겨운 떼창을 즐겼다. 공연 막바지 “지난해가 데뷔 30주년이었다”고 밝힌 이적은 “본래 이번 공연은 1회성이었지만, 이토록 우릴 반겨주실 줄 몰랐다. 차후 더 공연을 이어갈지 고민해보겠다”는 말을 남겨 관객들의 기대를 부풀렸다. 김진표는 “50주년 땐 우리의 모습이 어떨지 장담할 수 없을 것 같아 30년을 꼭 기념하고 싶었다”면서 “오늘을 절대 못 잊을 것”이라고 했다.
패닉은 이번 네 차례 공연을 통해 관객 약 5300명을 모았다. 공연 공지는 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만 이뤄졌고, 객석 규모도 작았지만 공연 티켓이 빠르게 동이 났다. 객석은 주로 패닉의 데뷔 초 당시 10대~20대 시절을 보낸 중·장년층이 북적였다. 현장에서 만난 관객 한모(45)씨는 “중학교 시절 테이프로 패닉의 음악을 닳도록 들었던 기억이 다시 살아났다”며 “좀 더 자주 공연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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