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SK실트론 인수…FI 없이 홀로 나서나

박민규 기자 2026. 4. 20.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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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 제공=두산

SK실트론 인수합병(M&A) 딜(Deal)의 경우 원매자인 ㈜두산이 재무적투자자(FI)와 함께 참여할지도 관심사다. 두산의 현금은 '조 단위'지만 3조원대 규모로 추정되는 SK실트론 인수 재원을 모두 충족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전통적으로 FI와 합동 전선을 꾸려 인수전에 뛰어드는 전략을 구사해 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엔 홀로 출전할 여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은 SK실트론 인수와 관련, 2025년에만 해도 사모펀드 운용사(PEF) 등 복수의 FI와 접촉해 공동 투자를 제안했다. 투자금을 분담해 자금 부담과 인수 대상의 사업 리스크를 축소하려는 취지였을 것으로 해석된다.

두산은 실제로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이 1조2151억원으로, SK실트론 매각가와 비교해선 턱없이 부족했다.

차입 여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작년 말 기준 부채비율이 전년에 비해 41.1%포인트 급등하긴 했어도 109%로 여전히 우수한 수준이다. 다만 총차입금 의존도가 39%로 '주의' 신호로 여겨지는 40% 이상 구간에 근접했다. 통상적으로 30% 이하를 안정적이라고 본다.

문제는 외부 조달 환경이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두산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BBB+'로 투자 등급의 마지노선이며, 기업어음(CP) 등급의 경우 'A3+'로 시장에서는 투자 적격 단계의 하단으로 인식한다.

이자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2023년까진 연간 100억원 선에서 2024년 816억원, 2025년 951억원으로 급증했다. 작년에는 이례적으로 영업이익이 3282억원을 기록하면서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었지만 2024년에는 이자비용과 동일한 816억원에 그쳤다. 벌어들인 이익을 전부 이자 갚는데 사용한 셈이다. 이로 인해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적자를 지속했다.

두산그룹이 과거 FI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몸집이 큰 매물을 공략해 온 전례가 있다는 점도 참고할만 하다. 2007년 두산인프라코어(현 HD건설기계)가 미국 잉거솔랜드사의 건설장비 사업부 포함 3개 사업(현 두산밥캣)을 인수하는 49억달러(당시 약 4조 5000억원조) 규모 초대형 딜에서 인수 대금의 80% 가량인 39억달러를 협조 융자로 조달하는 한편, 나머지 10억달러는 자체 출자와 함께 FI를 모집해 충당하는 구조를 짰다.

두산이 2008년 국내 유압 기기 1위 업체 동명모트롤(현 두산모트롤) 지분 53%를 총 1040억원에 인수했을 때도 자체 마련한 자금은 200억원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FI들에게서 조달했다.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지분 20%를 IMM프라이빗에쿼티와 하나금융투자(현 하나증권),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FI들에게 3800억원에 매각한 사례도 있다. 두산그룹이 5년 후 IPO를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못하면서 송사 등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다. 두산에 좋지 않은 경험이다보니 이후 FI와 손 잡기 망설여지는 트리거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최근 두산의 분위기는 FI와 손을 잡기보다 그룹 자체적으로 자금을 동원해 SK실트론을 인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두산의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SK실트론 인수를 위해 FI와 손 잡을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 언급했다.

지난 2월 두산이 두산로보틱스 주가수익스왑(PRS) 계약을 조기 정산해 1조2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하며 인수 금융 부담이 줄어든 점,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흑자 전환(2024년 마이너스(-) 200억원→2025년 819억원)한 점 등으로 미뤄봤을 때 자체 여력은 충분하다는 의견이다. 올해 초 두산밥캣이 독일 건설기계기업 바커노이슨 인수를 중단한 배경에 그룹의 인수 역량을 SK실트론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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