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 첫 적용 중대선거구제…민주당 독식 깰까 굳힐까
민주당 ‘후보 쪼개기’ 공천 예상에 “개혁 아닌 기만” 반발 확산

개혁의 시작이라는 거대 양당의 자평과 기득권 수호를 위한 밀실 야합이라는 군소정당의 반응이 엇갈린다.
우선 이번 개정은 한계를 노출하며 반쪽짜리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역 시민사회와 정치권은 인구수가 엇비슷한 전남 등 타 지역과의 극심한 불비례성을 해소하고 과소대표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광역의원 정수를 40명 안팎까지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하지만 광주 지역구 광역의원은 단 4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선거구 개편의 폭은 큰 반면, 정작 대의민주주의의 핵심인 의원 증원은 ‘찔끔’ 수준이다.
지역에서 기득권을 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소수 정당의 진입을 돕는 ‘담대한 정치 개혁의 출발점’으로 평가한다.
반면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진보 성향의 소수 야당들은 개편안을 규탄하고 나섰다.
이들은 “거대 양당이 정치 개혁의 명분만 챙기고 실질적인 기득권은 철저히 방어한 밀실 야합이자 흉내 내기식 기만”이라며 일축한다.
이번 개편에서 광주시는 특별한 위치에 놓였다. 광역의회 선거에 중대선거구제가 처음 도입되는 지역이 다름 아닌 광주이기 때문이다.
지방자치 역사에서 광역의원 선거에 중대선거구제가 적용된 전례가 없었던 만큼, 6·3 지방선거 결과는 이 제도의 실효성을 가늠하는 전국적 기준점이 된다.
민주당 일당 구도가 유지돼온 광주시 지방의회에서 중대선거구제가 실제로 다양성을 확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제도적 가능성이 광주 유권자의 실제 선택으로 이어질지는 별개의 문제다. 정당 일체감이 강한 호남 정치 지형에서 군소정당이나 무소속 후보가 실질적 수혜를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있다.
이번 선거제도의 변화가 호남 정치 지형의 실질적인 체질 개선과 지역 민주주의 도약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의석 싹쓸이’가 현실화될 가능성으로 현재로서는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중대선거구제가 시범 도입되는 광주의 4개 선거구(동남갑, 북구갑, 북구을, 광산구을)는 모두 민주당의 굳건한 텃밭이다.
이번 중대선거구제로 재편된 4곳을 살펴보면, 재편되기 전 기존 지역 기준 10곳에 등록한 타 정당 후보는 3명에 불과한 것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3명을 뽑는 중대선거구에서 민주당이 3명의 후보를 내어 득표수 1위, 2위, 3위를 나란히 차지해 의석을 전부 싹쓸이하는 것은 이론적으로나 현실 선거에서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유권자는 1표만 행사하지만, 당선자는 전체 득표순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여론조사 흐름을 보더라도 해당 지역들에서 민주당 소속 후보나 정당에 대한 지지율은 타 정당을 아득히 뛰어넘어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민주당이 다인(多人)을 선출하는 선거구에 자당 후보를 2명 이상 복수로 공천하는 이른바 ‘후보 쪼개기’ 전략을 구사할 것이 자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막강한 조직력과 탄탄한 지역 기반을 동원해 지지자들의 표를 기계적으로 분산 안배한다면, 타 정당과의 경쟁보다는 오히려 치열한 ‘당내 경쟁’ 양상만 부각될 뿐, 결국 당선자 명단은 모두 민주당 일색으로 채워질 공산이 크다.
중대선거구제가 오히려 거대 정당의 공천권만 비대하게 만들고 기득권의 수명을 연장하는 도구로 전락하며 정치 개혁이 ‘완벽한 실패’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제3지대와 진보 소수 정당들의 원내 진입은 실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워낙 압도적인 민주당 지지도에 가려져 혁신당이나 진보당 등 소수 정당이 자신들만의 정치 의제를 부각하기란 현실적으로 매우 버거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일말의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한 선거구에서 최대 4명까지 선출하게 되는 북구갑 등 일부 선거구의 경우, 당선 문턱이 그만큼 낮아지기 때문에 소수 야당들이 화력을 집중할 ‘전략 거점’으로 삼고 사활을 걸 경우 틈새를 돌파할 가능성은 일부 열려 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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