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유니버스, 왜 각자도생 택했나

조유빈 기자 2026. 4. 20.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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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콘텐츠 부재·복잡한 혜택’ 통합 멤버십 3년 만에 종료
이커머스 중심 개별 멤버십 체제로 회귀…‘적립형 전략’ 부상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매일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고, 일주일에 한 번은 이마트에서 장을 본다. 주말에는 신세계백화점에서 쇼핑하고 야구장(인천 SSG 랜더스필드)에 간다. 많은 사람이 신세계 유니버스 안에서 일상을 보내고 혜택을 누렸으면 한다."

신세계 네트워크 안에서 모든 일상을 해결하게 하겠다는 구상으로 구체화된 통합 멤버십이 출범 3년 만에 마침표를 찍는다. 시장에서 입지를 굳힌 6개 온·오프라인 계열사 생태계를 유기적으로 묶으며 시너지를 기대했지만, 거대 멤버십을 견인할 '킬러 콘텐츠'가 부족했다. 결국 통합 세계관 전략을 접고 이커머스 플랫폼 개별 멤버십 체제로 회귀한 신세계가 쿠팡·네이버 양강 체제의 시장에서 반전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23년 6월8일 코엑스에서 열린 신세계 유니버스 페스티벌 행사 ⓒ연합뉴스

혜택 줄이더니 결국 종료…가입 유인 없었다

신세계는 올해 통합 멤버십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의 운영을 종료한다. 앞서 유니버스 클럽의 혜택을 조금씩 축소한 데 이어, 올해 초부터 신규 가입과 기존 멤버십 갱신을 중단했다. 대신 이커머스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개별 멤버십 강화에 나섰다. SSG닷컴은 올해 초 새 멤버십 '쓱세븐클럽'을 출시했고, G마켓은 4월23일부터 신규 멤버십 '꼭'을 운영한다.

야심 차게 출범한 통합 멤버십은 소비자들을 설득하지 못했다. 신세계는 유니버스 클럽 론칭 당시, 연 3만원의 회비로 6개 계열사에서 연 200만원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프라인 마트 1위의 이마트,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 이커머스 플랫폼 SSG닷컴과 G마켓 등 유니버스를 구성하는 계열사들의 힘이 이런 계획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출범 당시부터 제기된 문제들은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결정적 '한 방'의 부재, 복잡한 할인 구조가 그것이다.

쿠팡의 '로켓배송'과 네이버의 '적립'처럼,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 가입을 유도할 명확한 동인이 부족했다. 계열사별로 할인율과 쿠폰 개수가 모두 달랐고, 할인을 받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쿠폰을 매달 챙겨야 했다. 한 아이디와 결제 수단으로 쇼핑과 배달,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경쟁사와 달리, 각기 다른 앱에 접속해 할인을 받아야 하는 것도 불편 요소였다. 계열사 확장과 외부 협업 등 초기 확장 계획도 대부분 실현되지 않았다. 결국 신세계는 이용자들을 유입시키기 위해 연회비 할인·면제 혜택까지 제공했지만 가입 유지로 이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무료 멤버십처럼 인식해 포인트만 사용하는 이용자가 늘어났다.

구독경제 전문가인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신세계는 '유니버스'라는 이름으로 생태계 조성을 시도했으나, 성격과 타기팅이 다른 각각의 플랫폼을 하나로 묶는 데 실패했다"며 "구독 멤버십은 '안 쓰면 안 되는 이유'를 만들어야 성공한다.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에는 쿠팡의 배송, 네이버의 적립과 같은 킬러 콘텐츠 자체가 없었고, 결국 꼭 가입해야 할 생활 인프라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많은 계열사 혜택을 백화점처럼 제공하겠다는 기존 계획과 달리, 플랫폼별로 전략을 세우는 방식으로 방향을 선회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시험대에 오른 이커머스 독자 멤버십은 구조를 '적립'으로 단순화했다. 가장 먼저 개별 멤버십 노선을 탄 SSG닷컴은 '장보기 특화 멤버십'을 내세웠다. 월 2900원을 내면 상품 구매 결제액의 7%를 SSG머니로 적립받는 방식이다. 월 적립 한도는 5만원이다.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이나 과거 SSG닷컴 단독 멤버십으로 운영됐던 쓱배송클럽 등과 달리, 할인 쿠폰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장을 보면 자동으로 적립되기 때문이다.

유니버스 실패가 교훈 됐나…충성 고객 잡는다

초기 반응은 긍정적이다. SSG닷컴이 1월7일부터 2월18일까지 멤버십 회원의 구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멤버십 회원의 장보기 객단가는 일반 회원의 약 2배였고, 재구매율도 27%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을 결합한 '쓱세븐클럽 티빙형'을 출시, 월 3900원에 OTT까지 이용할 수 있게 했다. 프로야구 중계 수요 등을 겨냥해 이용자 확대를 노린 것이다.

G마켓도 적립 혜택을 중심으로 멤버십을 꾸렸다. 월 회비 2900원을 내면 구매 금액에 따라 최대 7만원을 적립받을 수 있다. 월 20만원까지는 5%, 20만~320만원까지는 2%를 스마일캐시로 제공한다. G마켓 관계자는 "G마켓을 자주 이용하는 고객을 타깃으로 삼고, 쇼핑을 많이 할수록 혜택을 많이 제공하는 구조로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커머스 유료 멤버십의 효시가 된 스마일클럽을 성공적으로 운영한 전례가 있는 만큼, 9년 만에 내놓은 이번 멤버십을 통해 로열티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멤버십 혜택을 사용하는 것이 불편하고 복잡해 반응이 좋지 않았던 것을 고려해 단순한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규 이용자들을 유입시키기보다는 적립 혜택을 부여해 기존 고객을 붙잡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특히 빅스마일데이 등 대형 프로모션을 앞두고 있는 만큼, 가전 등에 특화된 G마켓에서 고가 상품을 구매하려는 고객들이 적립형 멤버십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계열사별 '각자도생'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지만, 세계관에 대한 신세계의 미련은 곳곳에서 엿보인다. G마켓과 SSG닷컴의 두 멤버십에 동시 가입할 경우, 2000원을 환급하는 혜택을 제공한다. 쓱세븐클럽 티빙형 회원은 900원을 추가하면 G마켓 멤버십을 이용할 수 있다. 멤버십을 활성화하기 위해 양사 연계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쓱세븐클럽에서 적립된 SSG머니는 간편결제 서비스 SSG페이를 통해 이마트와 스타벅스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등 온·오프라인 연계 가능성도 열어뒀다. 

■오프라인도 '각자 생존'으로…'단골' 위해 전략 수정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이 기대했던 시너지를 내지 못했을 때부터 계열사들은 각자도생에 나섰다. '단골'을 위한 멤버십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 공통 전략이다. 스타벅스는 2024년 말 구독형 서비스 '버디패스'를 출시해 운영 중이다. 월 구독료 7900원으로 매일 오후 2시 이후에 제조 음료 30% 할인 등을 제공한다. 최근에는 구독 회원들에게 오후 2시 이전 제조 음료도 15% 할인받을 수 있는 혜택을 한시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마트도 개별 멤버십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나, 아직까지 구체화된 것은 없다고 전해진다. 할인 혜택을 사용하기 위해 쿠폰 다운로드를 해야 하는 방식에 대한 불편함이 지적된 만큼, 먼저 독자 멤버십 노선으로 선회한 이커머스 플랫폼들처럼 적립형 중심의 단순한 멤버십을 도입할 필요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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