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도 넷플릭스 즐기게 하는 ‘화면해설’… "투자 늘린다"

이혜선 2026. 4. 2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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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가 있으면 꿈에 한계가 많거든요. 학생들이 스스로 한계를 정하지 않고 나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시각장애인 앵커 출신으로 현재 화면해설 내레이터로 활동 중인 허우령 아나운서는 지난 17일 넷플릭스가 서울 종로구 국립서울맹학교에서 이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 멘토링 토크 콘서트 '내 목소리가 길이 될 수 있어'에서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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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시간 콘텐츠·17개 언어 지원
시각장애인 참여·교육 기회 확대
김재원(왼쪽부터) 아나운서,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허우령 아나운서가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국립서울맹학교에서 열린 멘토링 토크 콘서트 '내 목소리가 길이 될 수 있어'에서 패널 토크를 진행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시각장애가 있으면 꿈에 한계가 많거든요. 학생들이 스스로 한계를 정하지 않고 나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시각장애인 앵커 출신으로 현재 화면해설 내레이터로 활동 중인 허우령 아나운서는 지난 17일 넷플릭스가 서울 종로구 국립서울맹학교에서 이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 멘토링 토크 콘서트 '내 목소리가 길이 될 수 있어'에서 이같이 말했다.

허 아나운서는 중학생 때 갑작스럽게 시력을 잃은 이후 한동안 꿈을 갖지 못한 채 방황하는 시기를 보냈다.

그를 다시 세상 밖으로 이끈 건 중학교 2학년 때 만난 선생님의 "방송부 해보지 않을래?"라는 한마디였다.

점자도 모르고, 확대독서기 사용도 어려워 대본을 읽기도 쉽지 않았지만, 내용을 통째로 외워 방송에 참여했다. 친구들과 선생님들로부터 잘한다는 반응을 들으며 목소리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서 즐거움을 느끼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아나운서의 꿈을 꾸게 됐다.

KBS 제7기 장애인 앵커로 선발돼 아나운서로 활동하던 그는 퇴사 후 넷플릭스 화면해설 작업에 참여하며 또 다른 전환점을 맞았다. 단순히 콘텐츠를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김재원(왼쪽) 아나운서와 허우령 아나운서가 화면해설 시연 과정을 선보이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허 아나운서는 "상상만 하던 일이 현실이 된 느낌이었다"며 "그동안 도움만 받는 존재, 수동적인 존재로만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함께 참여하고 협업할 수 있다는 점이 크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화면해설은 영상 속 장면 전환이나 인물의 표정, 움직임, 배경 등을 음성으로 풀어 전달해 시각 정보를 보완하는 기능이다. 말 그대로 보지 않고도 이야기의 흐름과 분위기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기능을 통해 시각장애인들도 넷플릭스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허 아나운서는 "화면해설은 시각장애인의 또 다른 눈"이라며 "최근 드라마와 영화뿐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로 화면해설이 확대되면서 제 세상도 함께 넓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날 현장에서 허 아나운서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우리의 바다'에 화면해설을 입히자, 영상만 송출됐던 때의 조용했던 분위기와는 확연히 다른 반응이 나왔다. 강당 곳곳에서 "우와"하는 학생들의 감탄이 터져 나왔고, 웃음소리도 이어졌다.

넷플릭스는 '누구나 동일한 콘텐츠 경험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접근성 철학을 바탕으로 2016년 한국어 화면해설을 처음 도입한 이후 적용 범위를 빠르게 넓혀왔다.

현재 최대 17개 언어로 화면해설을 지원하고 있으며, 글로벌 히트작 '오징어 게임'은 19개 언어로 화면해설이 제공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기준 화면해설이 적용된 콘텐츠는 총 3만시간에 달하며, 최근 1년 동안에만 글로벌 기준 5000시간, 한국에서 400시간이 추가됐다.

제작 방식도 고도화하고 있다. 장르에 따라 해설의 톤과 속도를 달리하고, 예능에서는 두 명의 내레이터가 역할을 나눠 설명하는 '투 보이스' 방식 등을 도입해 전달력을 높였다. 대사와 해설이 겹치지 않도록 음향을 분리하는 등 실제 시청 환경을 고려한 기술적 보완도 이어지고 있다.

화면해설 제작에 시각장애인들의 참여가 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장애인 커뮤니티와의 협업을 통해 피드백을 반영하고, 내레이터와 모니터링 등 다양한 역할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꿔가고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부터 파트너사와 함께 화면해설 내레이터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혜선 기자 hsle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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