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들의 화장대 큐레이션

하은정 기자 2026. 4. 20.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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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완벽하게 정돈된 화장대보다 무심하게 툭 놓인 욕실 선반 위 제품들이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때가 있다. 해외 인플루언서들의 ‘리얼’ 파우치 속 트렌드 리포트.
@feezoeb 
@feezoeb 
@veneti 

The 'Rhode' Phenomenon: 헤일리 비버가 설계한 미학

지금 글로벌 뷰티 씬에서 로드(rhode)를 빼놓고 트렌드를 논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단순히 셀럽의 이름값에 기댄 브랜드라 치부하기엔 그 파급력이 가히 압도적이다. 사진 속 다이어리와 휴대폰 옆에 마치 오브제처럼 놓인 로드의 립 펩타이드와 포켓 블러쉬를 보라. 군더더기 없는 미니멀한 그레이와 베이지 톤의 패키지는 그 자체로 '쿨'한 감성을 완성한다.

특히 최근 인플루언서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립 케이스' 열풍은 뷰티 아이템이 어떻게 패션 액세서리로 진화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다. 자연스러운 광채와 생기, 이것이 지금 우리가 열광하는 '헤일리 비버식' 뷰티의 핵심이다.

@pdm 
@pdm 
@josefinevogt 

Classic is Forever: 샤넬과 디올이 지키는 자존심

트렌드의 파도가 아무리 거세도 화장대 중앙, 혹은 카페 테이블 위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건 역시 샤넬(Chanel)과 디올(Dior)이다. '올드 머니 뷰티'의 정점으로 불리는 이 하우스 브랜드들은 여전히 인플루언서들의 일상 속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

조약돌을 닮은 샤넬의 '라 크렘 망' 핸드크림이나, 세면대 위 대리석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디올의 팔레트들은 "나는 나 자신을 귀하게 대접한다"는 무언의 선언과도 같다. 빈티지한 루이비통 백 사이에서 툭 삐져나온 샤넬의 립스틱 한 자루는, 그 어떤 화려한 필터보다 강력한 '취향의 증명'이 된다.

@annaastrup 
@lovawiderberg 
@kirsaamalie
@inezzvalencia 

The Clean Luxury Standard: 니치 브랜드가 정의하는 새로운 쿨

사진 속에서 생소한 로고를 발견했다면, 당신은 이미 트렌드의 최전선에 서 있는 셈이다. 요즘 '옷 좀 입고 화장 좀 안다'는 이들의 파우치에는 세이(Saie)와 메리트(Merit), 섬머 프라이데이즈(Summer Fridays) 같은 브랜드들이 빠지지 않는다.

특히 '세이'의 풍성한 브러쉬와 파우더는 인위적인 커버보다 건강한 피부 결을 강조하는 지금의 메이크업 트렌드를 대변한다. '메리트'의 스틱 파운데이션이나 립 제품들은 미니멀리즘을 신봉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기준이 되었다. 남들이 다 아는 브랜드가 지겨워질 때쯤 등장한 이들의 세련된 패키지와 환경을 생각하는 철학은 영리한 소비자들의 마음을 완벽히 훔쳤다.

@pdm 
@sullivang_ 
@annaastrup 

Lifestyle Curation: 뷰티, 공간을 점령하다

이제 뷰티는 단순히 얼굴에 바르는 행위를 넘어, 내가 머무는 공간의 온도를 결정한다. 욕실 선반을 장식한 핑크빛 먼데이(MONDAY) 헤어케어나 침대 맡의 감각적인 향수병을 주목하라. 갓 내린 모카포트 커피와 함께 놓인 네일 에나멜, 와인 잔 옆에 흩어진 메이크업 도구들은 뷰티가 곧 라이프스타일임을 보여준다. "나 오늘 화장 잘 됐어"라고 말하는 대신, 잘 가꿔진 자신의 공간과 소품을 통해 은유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 이것이야말로 2026년 현재, 가장 세련된 뷰티 애티튜드다.

@feezoeb 
​@feezoeb 

The Nordic Glam: 카이아(CAIA)가 제안하는 북유럽식 관능미

최근 해외 인플루언서들의 '거울 셀카' 속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세련된 로즈 골드 패키지의 정체는 스웨덴의 잇걸 비앙카 잉그로소가 런칭한 카이아(CAIA)다. 로드가 건강한 결광 피부라는 도화지에 집중한다면, 카이아는 그 위에 '드라마틱한 한 끗'의 색조를 얹어 룩의 완성도를 높인다.

특히 입술의 입체감을 정교하게 살려주는 립 라이너와 고밀착 하이라이터는 인스타그램 속 완벽한 메이크업의 숨은 공신. 명품 하우스 브랜드 못지않은 하이엔드 퀄리티에 북유럽 특유의 절제된 섹시미를 더한 카이아는, "뻔한 브랜드는 싫지만 럭셔리한 무드는 포기할 수 없는" 이들의 욕망을 정확히 관통한다.

@pdm 
@feezoeb 

The Clean Standard: 일리아(ILIA), 피부의 숨통을 틔워주는 영리한 미니멀리즘

사진 속에서 스포이드 유리병이나 동그란 파우더 통을 발견했다면, 그건 분명 일리아(ILIA)일 것이다. 일리아는 '스킨케어 같은 메이크업'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며 해외 인플루언서들의 파우치를 점령했다.

베스트셀러인 '슈퍼 세럼 스킨 틴트'는 파운데이션 특유의 답답함 대신 투명한 광택을 선사하며, 화장대 위 단골 손님인 일리아의 파우더는 피부 속광은 살리면서 불필요한 번들거림만 미세하게 잡아주는 '한 끗'을 보여준다. "화장을 했나?" 싶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그들의 '무심한 예쁨' 뒤엔 성분에 민감하고 환경을 생각하는 일리아의 영리한 철학이 숨어 있다. 

@mariiaprosperi
@anais 

20년 전의 뷰티가 '남에게 보이기 위한 완벽함'이었다면, 지금은 '나를 위한 자연스러움'으로 이동했다. 인플루언서들이 로드와 샤넬을 믹스매치하고, 빈티지 백 옆에 세이 브러쉬를 두는 이유는 명확하다. 그것이 가장 나다운 취향이기 때문이다. 당신의 파우치 속에도 정형화된 정답 대신, 당신만의 스토리를 담은 브랜드들을 채워보길 바란다.

하은정 기자 hah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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