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선 법률상담 상상조차 못 해… 재산권 보호 뿌듯” [차 한잔 나누며]
南은 돈밖에 모른다 배웠는데
약자 구제 제도 있다는 데 놀라
손해배상까지 받는 모습 보고
법에 관심 갖고 6년 만에 합격
“북한이탈주민(탈북민)들은 한국에서 태어나 성장한 사람들보다 법을 접하거나 이해한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요. 법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인지 신뢰하기보다는 화를 입을까 봐 멀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난 9일 서울 마포구 남북하나재단에서 만난 ‘탈북민 1호 법무사’ 임윤미(56)씨는 남북한 사람들의 법에 대한 인식 차이를 이같이 설명했다. 임씨는 “북한에서 법은 보호망, 안전망이 아닌 통제, 감시로 받아들여진다”며 “변호사가 있어도 내 권리와 이익을 찾기 위해 법률상담을 받는 건 상상도 못한다”고 말했다. “남한은 돈밖에 모르는 자본주의 사회라고 배웠는데 빚이 많아 힘든 사람들을 구제해 주는 제도가 있다니 이해하기 어려웠다”고도 했다.

임씨 역시 북한에선 법의 보호를 기대하지 못했다. 재일북송교포였던 그의 부모는 북한의 법과 제도는 물론 사회 전반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다. 두 아들이 알 수 없는 이유로 보위부에 끌려간 뒤 생사를 알 수 없게 됐지만 손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했다. 눈물만 흘리던 부모의 모습은 임씨의 어린 시절 깊은 상처로 남았다.
‘할 수 있는 게 공부밖에 없다’던 임씨는 어문학 전공으로 박사원에 진학했다. 남편을 만나 결혼한 지 한두 해쯤 후 고난의 행군, 대기근을 겪었다. 굶어죽는 사람이 속출했고 희망과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탈북을 결심한 계기에 대해 “막 태어난 딸이 ‘우리같이 살면 어쩌지’ 하는 생각뿐이었다”고 회상했다. 결국 1997년 임씨와 남편, 갓 태어난 딸과 어머니 4명은 평안북도 의주에서 압록강을 넘었다.

전환점은 한국에서 찾아왔다. 변호사 사무실에서 잠시 일할 때였다. 관청이 허가한 공사에 주민이 공해·소음으로 민원을 제기하고, 손해배상까지 받아내는 모습은 과거 임씨가 겪은 무력감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그는 “북한에선 본 적도 볼 수도 없는 장면”이라며 “법에 관심을 갖고 법무사 자격증 공부까지 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2차까지 치러지는 법무사 시험은 1차 합격률이 10% 내외일 만큼 문턱이 높다. 마흔 중반의 나이에 경제활동까지 병행하며 헌법, 민법, 형법 등 8개 과목을 준비해야 했다. 공부엔 자신 있던 그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2017년 첫 시험 결과는 전 과목 합산 점수가 40점도 안 될 정도로 처참했다. 두 차례 답안지 유형을 잘못 표기하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하기도 했다. 그래도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공부를 시작한 지 5년 째인 2022년 1차에 합격했고, 2023년 11월 2차 시험까지 통과했다.

탈북민 지원 제도에 대해서는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잘돼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현행 법 체계가 고려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현행 법상 북한에 가족이 있지만 한국에선 무연고자인 탈북민이 사망할 경우 다른 무연고자와 마찬가지로 보험금 등 남은 재산은 국가에 귀속된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역차별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분단이란 특수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며 “북한에 있는 가족을 돕기 위해 힘겹게 돈을 버는 탈북민들이 많은 만큼 먼 훗날 가족에게 일부라도 돌아갈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채원 기자 chaelo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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