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딜러도 몰라요" 매장마다 다른 BMW '깜깜이' 가격

최유빈 기자, 김이재 기자 2026. 4. 20.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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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1위, BMW 프리미엄의 균열①] 같은 차·조건에도 연간 최대 1200만원 차이
BMW의 딜러십 제도로 소배자들의 혼란이 되려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진은 BMW 드라이빙 센터에 전시된 THE M3. /사진=최유빈 기자
"딜러들도 견적서를 보고 수수료가 몇 퍼센트 들어갔는지 몰라요. 소비자들은 더더욱 알 수 없죠."

이달 초 찾은 BMW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독모터스 H 전시장. 현장에서 만난 딜러는 타 딜러사의 금융 견적서를 훑어보며 이같이 말했다. 소비자가 건네받는 할부·리스 견적서에는 최종 가격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인 '딜러 수수료'가 표기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현행 수입차 리스 구조에서 할인 프로모션은 외부에 드러나는 미끼일 뿐 실제 납입금은 딜러가 임의로 조정하는 수수료에 의해 결정된다. BMW 전시장 9곳을 돌아본 결과 인기 모델인 X5 xDrive 30d(보증금 40%, 계약 기간 36개월)의 법인 리스 견적은 천차만별이었다. 지점별 월 납입료 차이는 최대 40여만원에 육박했으며 36개월 환산 시 약 1188만원 이상의 가격 차이가 난다.

딜러사 견적 비교 결과 총 할인 금액이 높더라도 딜러 수수료에 따라 월 리스료 부담이 커지는 '가격 착시'가 나타났다. /그래픽=신재민 편집위원
가장 큰 문제는 '가격 착시' 현상이다. 도이치모터스 C지점은 총 2000만원의 파격적인 할인 조건을 제시했다. 딜러는 "어느 곳을 가도 이보다 큰 할인은 없을 것"이라며 자신했다. 이곳에서 제시한 월 리스료는 약 254만원 수준이었다.

뒤이어 방문한 코오롱모터스 E지점은 1800만원을 할인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할인액은 200만원이나 적었지만 월 리스료는 약 248만원으로 오히려 6만원가량 저렴했다. 36개월 총액으로 따지면 할인을 적게 해준 지점이 결과적으로 고객에게 216만원 이상 이득인 셈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할인 수치를 키우는 대신 보이지 않는 딜러 수수료를 높여 고객에게 비용 전가하는 영업 방식이 확인된 대목이다.

코오롱모터스 I지점의 딜러는 직전에 받은 타사 견적서를 요구하더니 세부 산출 근거도 없이 "이전에 받은 견적보다 월 납입료를 무조건 10만원 더 깎아주겠다"고 제안했다. 새로운 견적서를 발행해주지도 않은 채 "월 납입금만 보면 된다"는 식이었다.

이 역시 또 다른 함정일 가능성이 높다. 다른 전시장의 딜러는 이를 두고 "리스 차량의 잔존가치를 임의로 올리거나 내리는 방식으로 월 납입료를 조절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잔존가치를 과도하게 높게 잡으면 당장 내야 할 월 납입료는 줄어들지만 계약 종료 후 차량을 인수할 때 내야 할 비용이 늘어난다. 딜러는 눈앞의 숫자로 고객을 유혹하고 실제 비용 부담은 미래의 고객에게 떠넘기는 구조다. 이러한 문제는 총 할인금액이 명확히 안내되지 않거나 견적서 제공이 제한되는 경우에 더욱 두드러졌다.

BMW 공식 딜러사 전시장 9곳을 방문해 X5의 법인 리스 견적을 확인한 결과 월 납입료와 할인 조건이 제각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김이재 기자
'딜러 수수료'도 변수다. 수입차 리스·할부 상품은 딜러가 자신의 수수료를 조정할 수 있는데 파격적인 할인 금액을 제시한 뒤 보이지 않는 수수료를 높게 책정할 경우 월 납입료가 오른다. 견적서에는 해당 항목이 포함되지 않아 소비자가 사전에 확인하기도 어렵다.

코오롱모터스의 한 딜러는 "리스 구매에서는 총 할인금액보다 실제 월 납입료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평균 대비 지나치게 높은 할인 금액을 강조하는 딜러들이 있는데 수수료가 함께 반영될 경우 소비자들의 부담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수료율을 고객들이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냐고 묻자 "없다. 딜러 역시 타 지점 견적을 프로그램에 입력해봐야 수수료를 확인할 수 있다"고 답했다.

금전적 손해뿐 아니라 출고 과정에서의 불투명성도 고객의 피해를 키우고 있다. 바바리안모터스 F지점 딜러는 "재고 순번 4번 고객이 차를 두 대 계약하면 1번으로 순번을 당겨주기도 하는데 바바리안은 공정하게 차량을 출고한다"며 "타사 고객들은 이 과정에서 영문도 모른 채 출고가 지연되는 피해를 보게 된다"고 털어놨다. 한독모터스 H지점 딜러 역시 "재구매 고객 등 특정 조건에 따라 순번을 앞당겨 배정하는 경우가 있다"고 귀띔했다.

이러한 정보 비대칭과 불투명한 유통 구조는 결국 소비자에게 '발품'을 강요하는 부담으로 돌아온다. 동일한 브랜드의 차를 사면서도 딜러와의 협상력에 따라 가격이 널뛰는 탓에 소비자 신뢰도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

BMW 드라이빙 센터에 전시된 X5. /사진=최유빈 기자
발품을 팔아도 '좋은 조건'에 계약한 건지 확신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총 9개 지점을 돌며 상담 받았지만 계약 총액을 낮추기 위해 어떤 구조가 적용됐는지 견적서만으로는 확인이 어려웠다. 잔존가치와 금융 조건에 따라 동일 차량의 실질 부담이 달라지는 만큼, 단순 총액 비교만으로는 유리한 계약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BMW코리아는 고객이 어느 전시장을 방문하더라도 동일한 기준과 일관된 경험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고객 접점 전반의 구매 과정을 표준화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통합 운영 시스템(MyDMS)을 기반으로 한 체계적인 업무 운영 구조를 구축했다"며 "데이터 기반 관리 체계를 견적·계약·차량 배정 등 구매 프로세스 전 단계에 적용함으로써 운영의 일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서비스 품질 유지 방안에 대해선 "딜러사와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촘촘한 전시장·서비스 네트워크와 내부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고객 신뢰를 최우선 가치로 한 구매 환경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부연했다.

최유빈 기자 kern@sidae.com 김이재 기자 yjkim06@sid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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