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한국에 762억 쏟아붓는 '진짜 이유'는 [엔터코노미]

이해정 기자 2026. 4. 20.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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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틱톡코리아 운영 총괄(제공=뉴스1)

글로벌 숏폼 플랫폼 틱톡이 한국에 5000만달러(약 762억원)를 투자한다. 이번 결정으로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 간 콘텐츠 경쟁 구도에도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대규모 제작비와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가 시장을 좌우하던 것과 달리, 빠른 제작과 확산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를지 주목된다.

정재훈 틱톡코리아 운영총괄은 지난 2일 개최한 'K-임팩트 서밋 2026'에서 한국 콘텐츠 생태계 성장을 위해 올해 5000만달러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면서 한국을 단순한 지역 시장이 아니라 "글로벌 트렌드가 탄생하는 출발점"으로 정의했다. 실제 투자 구조를 보면 이 발언이 단순한 수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틱톡은 콘텐츠 제작, 유통, 확산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는 생태계를 한국에서 먼저 구축하려 하고 있다.

가장 핵심은 '한국어 콘텐츠'에 대한 집중 투자다. 틱톡은 이달 1일부터 '크리에이터 리워드 프로그램 더블(2X)'을 도입해 한국어 콘텐츠에 한해 보상을 최대 2배로 확대했다. 대상은 만 19세 이상, 팔로워 1만명 이상, 최근 30일 조회수 10만회 이상을 충족한 크리에이터로, 1분 이상의 고품질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할 경우 리워드를 받을 수 있다.

특정 언어, 특정 국가 콘텐츠에 대해 플랫폼이 직접 프리미엄을 붙이는 것은 이례적인 전략이다. 다시 말해 틱톡은 한국어 콘텐츠를 글로벌 확산의 핵심 자산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특정 분야 콘텐츠에는 더 강한 인센티브도 적용된다. 틱톡은 '스페셜 리워드 프로그램'을 통해 엔터테인먼트와 스포츠 등 주요 카테고리 콘텐츠에 대해 최대 3배의 보상을 제공한다. 스포츠 카테고리는 오는 5월부터 새롭게 포함돼, 기존 리워드와 중복 수령도 가능하다.

금전적 보상을 넘어, 창작자 육성 시스템까지 함께 구축하고 있다. 틱톡이 진행하는 '크리에이터 그로스 챌린지'는 초기 창작자를 대상으로 콘텐츠 제작 인사이트와 데이터 기반 교육을 제공해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프로그램이다. 단순한 노출이 아니라, 콘텐츠 기획과 제작 역량 자체를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더 나아가 '크리에이터 인큐베이터' 프로그램을 통해 잠재력 있는 창작자를 선별하고, 1대1 컨설팅과 콘텐츠 전략 수립, 광고 세일즈 조직과의 연계를 지원한다. 목표는 명확하다. 지역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메가 크리에이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우수 크리에이터로 선정된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제공=틱톡)

실제로 틱톡은 최근 TV·영화 분야 크리에이터를 대상으로 별도의 성장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교육과 피드백을 제공했다. 기존 활동 크리에이터뿐 아니라 신진 창작자와 관련 전공 학생들까지 참여해 콘텐츠를 제작하고, 플랫폼은 트렌드 데이터와 산업 정보를 공유했다.

이처럼 보상, 교육, 육성까지 결합한 투자 구조는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틱톡은 왜 이런 시스템을 한국에서 먼저 구축하려는 것일까.

답은 한국 콘텐츠의 소비 방식에 있다. 최근 미디어 환경에서 이용자는 더 이상 수동적인 소비자가 아니다. 콘텐츠를 재가공하고, 챌린지로 만들고, 밈으로 확산시키는 능동적 참여자가 됐다. 그리고 이 현상이 가장 강하게 나타나는 시장이 한국이다.

대표적으로 방탄소년단이 2020년 발표한 'Life Goes On'은 틱톡에서 이용자 참여형 콘텐츠로 빠르게 퍼진 사례다. 이용자들은 각자의 일상을 담은 영상에 해당 음악을 입히며 콘텐츠를 재생산했고, 이 과정에서 2주 만에 수억 회에 달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글로벌 챌린지로 번졌다. 음악이 단순히 소비되는 것을 넘어, 이용자가 직접 의미를 덧입히고 확장하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이어 2021년 공개된 오징어 게임 역시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장면을 중심으로 틱톡에서 수많은 패러디와 챌린지가 생성됐고, 짧은 클립 형태로 재편집된 영상들이 밈으로 확산되며 전 세계 이용자들의 참여를 끌어냈다. 작품은 원작 서사를 넘어 하나의 글로벌 놀이 문화로 확장됐다.

이처럼 한국 콘텐츠는 지난 몇 년간 '생산→소비'에 머무르지 않고 '재가공→확산'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반복적으로 만들어왔다. 특정 작품의 일회성 흥행이 아니라, 이용자 참여를 기반으로 콘텐츠가 재생산되고 글로벌로 확장되는 패턴이 축적돼 온 것이다.

틱톡이 한국을 글로벌 트렌드의 출발점으로 규정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이미 여러 사례를 통해 검증된 확산 구조와 이용자 참여 문화가 결합한 시장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콘텐츠 생태계를 실험하기에 가장 적합한 환경이라는 판단이다.

틱톡코리아 측도 이러한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정재훈 운영총괄은 "K-콘텐츠의 글로벌 확산은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라며 "틱톡 크리에이터 역시 앞으로 10년 뒤 어떤 성장을 이룰지 기대되는 만큼, 이들의 글로벌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틱톡의 한국 투자는 단순한 시장 공략이나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글로벌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구조 자체를 선점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이해정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