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을 만들고 ‘동네’를 만들었더니 방이 비지 않는다…기업형 민간임대가 흥하는 이유[올앳부동산]

서울 2호선 신촌역 7번출구에서 약 3분 거리. 밝고 세련된 외관의 높은 건물, ‘에피소드 369’와 ‘맹그로브 신촌’이 나란히 서서 눈길을 끈다.
둘 다 대학생들이 주로 거주하는 기업형 임대주택이다. 각각 종합 부동산개발업체 SK디앤디와, 공유주거 개발·운영업체 엠지알브이가 운영한다.
두 회사는 2010년대 후반부터 1인 가구를 겨냥한 주택 임대사업에 뛰어들었다. ‘원룸’ 위주의 다세대 주택과 오피스텔이 주류인 시장에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냈다.
이곳엔 함께 모이는 ‘공용 공간’이 있고, 와인 클래스처럼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행사가 주기적으로 열렸다. 사람간 교류를 중시한 것이다.
기업형 임대주택 운영진이나 전문가들은 입주민이 아닌 ‘이웃’을 만들어주고, ‘건물’이 아닌 ‘동네’가 형성되어야 사람들이 떠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2030의 ‘고립’을 겨냥하다
“문을 열면 언제든 다른 사람과 마주칠 수 있는 동선과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지난 16일 찾은 맹그로브 신촌을 소개해준 공지영 엠지알브이 매니저의 말이다.
맹그로브 신촌을 꼭대기층에서 시작해 전체 공간을 둘러보니, 층마다 널찍한 공용공간이 배치됐다. 조용히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과 시끌벅적하게 모임을 여는 공간이 두루 섞여 층마다 분위기가 다채로웠다.
16층짜리 건물엔 총 165개의 방이 있다. 엠지알브이에 따르면 연 평균 객실 점유율은 95% 이상으로 사실상 만실이다.
월세가 3인실은 70만원부터, 1인실은 100만원부터 시작된다. 보증금은 500만원으로 고정돼 있고, 관리비는 10만원대 초반이다. 신촌역 앞 신축 오피스텔과 비슷한 수준이다.

공 매니저는 “개인 공간은 좁지만 넓은 공용 공간을 내 집 ‘거실’처럼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인 2030 1인 가구에 가장 부족한 게 ‘사회적 교류’라는 점을 설계에 많이 반영했다”고 말했다.
이곳에선 특히 현 거주자 뿐만 아니라 전 거주자, 거주자의 친구까지 참여할 수 있는 커뮤니티 프로그램이 인기가 많다. 제철 과일 먹기부터 아이스하키 체험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5000원~1만원의 저렴한 가격에 제공한다. 입주민이 취미나 전공을 살려 직접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기존 비아파트 사장의 ‘불편’ 촘촘히 해결
이처럼 ‘따로 또 같이’ 사는 공유 주거 형태의 임대주택은 외국인에게도 인기가 많다.
맹그로브 신촌의 거주자 중 외국인 비율은 2024년 약 25%에서 지난해는 37%까지 높아졌다. 서울 거주를 계획하는 외국인이 한국 들어오기 전 ‘고시원’을 검색했다가 열악한 환경에 한번 놀라고, 국내에 들어와선 공인중개사무소를 돌다 지쳐 이곳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몇 개월 단위의 단기 거주가 가능하고, 중개사를 낄 필요 없이 온라인 비대면으로 계약이 진행되는 것도 큰 장점이다.
처음에 ‘월세 100만원’ 기업형 임대주택이 대학가에 들어선다고 했을 때만 해도 ‘그 돈을 주고 사람들이 들어올까’ 하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기업형 임대주택은 기존 빌라와 오피스텔 등에서 이용자가 느끼던 불편을 촘촘하게 해결하면서 시장에 자리를 잡았다.

전국에 6개 맹그로브 지점을 운영하는 엠지알브이는 서울 도심을 중심으로 11개의 프로젝트를 추가로 벌이고 있다. 서울에서의 기업형 임대사업 전망을 높이 평가한 캐나다연기금이 투자를 결정하면서 사업 확대에 속도가 붙었다. 캐나다연기금과 엠지알브이는 지난해 조인트벤처를 체결하고 50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집행하고 있다.
같은 날 둘러본 에피소드 신촌 캠퍼스도 주방과 라운지 등 공용 공간마다 활기가 넘쳤다. SK디앤디 관계자는 “가전·가구는 구독이 가능하고, 다인실 내부 공용 공간은 주기적으로 청소 서비스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SK디앤디는 에피소드라는 브랜드를 내세워 기업형 임대주택을 개발해왔다. 현재 신촌, 성수, 강남 등 서울 핵심 지역에 8개 지점을 운영한다. 지난해는 국내 최초의 코리빙·코워크 업체인 로컬스티치를 인수·합병하면서 덩치를 확 키웠다. 현재 7000가구 수준인 임대주택 물량을 2029년까지 5만 가구로 늘리는 게 목표다.

에피소드는 지역별로 특성도 다양하다. 서초지점은 반려동물을 위한 운동장과 유치원을 갖췄다. 강남지점은 개인 사업자와 프리랜서가 주거지 겸 사무실로 사용할 수 있도록 업무 환경을 제공한다.
사람 간의 ‘연결망’이 주거의 ‘핵심’ 될 것
공동 주거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갈등이나 민원은 어떻게 해결할까.
“사업 기획 단계부터 도시 주거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가 ‘소통 부재’에서 나온다고 분석했어요. 이웃이 누군지 알고 오가며 눈인사라도 주고받으면 스트레스가 훨씬 덜하죠. 쿠킹 클래스와 와인파티 같은 것을 계속 열어 입주민들끼리 교류하게 하는 게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생각보다 민원이 많지 않거든요.” SK디앤디 관계자가 말했다.
기업형 민간 임대사업은 앞으로 1인 가구를 넘어 시니어 영역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SK디앤디는 지난해 글로벌 사모펀드 운영사 위버그핀커스, 디앤디인베스트먼트 등과 시니어 주거 투자를 위한 펀드 조성 협약을 체결했다.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에 최대 1조원을 투자하는 게 목표다. 내년 초 착공하는 서울 강남 방배동에 시니어 레지던스 개발이 첫 프로젝트다.

기업 입장에서 이같은 임대 사업은 분양과 달리 지속적 수입을 담보한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임대료 증액이 연 5%로 제한돼 있고, 정부 정책 등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특히 현 정부에서 등록 임대사업자 혜택을 전반적으로 손질한다고 예고하면서 업계가 긴장한 상태다.
그럼에도 업계 관계자들은 주거 임대사업의 기업화와 커뮤니티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본다. 수요자 눈높이는 점점 높아지고, 나이를 불문하고 ‘외로움’ 또는 ‘돌봄’이 도시 생활의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동체 주택 협동조합 ‘소행주’ 등 비영리 사회주택 사업에 지속해서 참여해온 류현수 자담건설 대표는 “앞으로의 주거 공간은 개인화와 외로움을 해소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설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민간에서는 필연적으로 이런 움직임이 계속될 것이고, 공공임대주택도 입주민들이 일종의 공동체로 유지될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미랑 기자 r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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