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야무진 중동 신도시
[임장생활기록부] 31 - 경기도 부천시 중동 신도시


과거 노태우 정부 때 200만 가구 대규모로 공급됐던 1기 신도시 오총사를 기억하실 겁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과 고양시 일산, 부천시 중동, 안양시 평촌, 군포시 산본 신도시인데요. 1995년 일산과 평촌, 산본 개발을 시작으로 1996년 분당과 중동까지 전부 조성이 끝났습니다. 면적으로 보면 분당이 19.6㎢로 가장 크고 일산 15.7㎢, 중동 5.5㎢, 평촌 5.1㎢, 산본 4.2㎢ 순이예요.
모두 입주 시기가 1990년대 초반이라 동시에 재건축 연한을 맞이하게 된 겁니다. 게다가 이미 1기 신도시는 도로, 학교, 하수도 등 기반시설이 포화 상태입니다. 준공 후 30년이 넘은 아파트는 안전진단 없어도 재건축이 가능하잖아요. 정부는 관련 특별법을 통해 낙후된 주거 환경을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기 시작했고, 이재명 대통령의 정책 추진 의지도 강합니다.
사실 부동산 시장이나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곳은 분당인데요. 다른 신도시 친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곳 중 하나가 중동 신도시입니다. 하지만 정작 중동 주민들은 “중동이 실거주 만족도가 높은 가성비 지역”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과연 투자 가성비도 있을지 꼼꼼하게 짚어보겠습니다.
인천과 서울 잇는 요지
중동 신도시는 산과 언덕이 없는 평지 지형입니다. 부천시 원미구 중동과 상동인데요. 부천 전체 면적의 10% 정도가 되는 규모입니다. 인천과 서울 사이에 위치하다 보니 서울과 인천, 시흥, 광명 등 인접한 이웃이 많습니다. 서울과 인천을 잇는 교통의 요지인 셈이죠.
부천시청이 가운데 있고 주변으로 단지 19개가 쫙 펼쳐지는 구조입니다. 특히 주공아파트가 많은 것도 눈에 띕니다. 중동은 당시 다른 신도시와 달리 주택공사와 토지공사, 부천시가 함께 조성했기 때문이에요. ‘주거 위주의 베드타운’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정부가 작정하고 만든 계획도시이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 비해 교통이나 교육, 생활 인프라 등의 기반 시설이 양호합니다. 서울 지하철 7호선(상동역·부천시청역·신중동역)과 1호선(송내역·중동역)이 관통합니다. 그래서 여의도나 광화문, 강남 등 서울의 주요 업무지구까지 1시간 내외로 갈 수 있어요.
생활하기도 편리해요. 7호선 부천시청역 3번 출구를 나오면 대규모 상권이 펼쳐지거든요. 신중동역에서 시작해 부천시청역을 거쳐 상동역까지 이어지는 큰 번화가입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아울렛, 종합병원, 터미널, 영화관 등이 집중돼 유동인구도 많습니다. 오죽하면 “중동은 중소가전 AS센터까지 있는 동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선 그동안 왜 관심이 덜했을까요? 일단 다른 신도시에 비해서 크기가 작은 데다 가격 오름폭도 적었거든요. 하지만 역설적으로 좁은 면적은 주민들의 거주 편의성을 높이는 강점이 됐습니다. 생활 인프라를 압축 집약해 웬만한 시설이 오밀조밀하게 몰려있기 때문에 실생활에 최적화된 모습이거든요.

랜드마크 센트럴파크푸르지오
부천시청역을 나오자마자 눈에 띄는 단지가 있습니다. 센트럴파크푸르지오인데요. 최고 49층 높이의 초고층이라 멀리서도 눈에 잘 띄는 랜드마크 아파트로 꼽힙니다. 이곳 주민들은 줄여서 ‘센파푸’라고 부르더군요. 구축 밭인 중동에서 20년 만에 공급돼 이른바 ‘신축 프리미엄’을 여태까지 누리고 있는 대장 단지입니다.
2020년 준공한 7년 차 준신축이고 999가구 규모입니다. 외관이 굉장히 빽빽해 보이죠? 홍콩 아파트 같은 분위기도 납니다. 꽤 빼곡해서 하늘이 보이지 않고 현대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용적률이 860%, 건폐율 70%이거든요. 인근에 위치한 중동힐스테이트와 함께 중동 신도시의 신축 대장 단지로 꼽혀요.
위치가 아주 좋습니다. 부천 지역 내에서도 가장 선호도가 높은 7호선 부천시청역 초역세권이기 때문입니다. 부천시청역 인근의 백화점, 마트, 부천시청, 학원가, 종합병원 등을 걸어서 갈 수 있는 거죠. 부천중앙공원 앞이다 보니 내려다보는 공원 뷰가 멋집니다. 특히 101동과 102동을 로얄동으로 꼽는 입주민들이 많아요.
초등학교는 부명초로 배정되는데요. 혁신학교인 데다 공원을 가로질러 10분 이상 걸어가야 하는 점은 아쉽다는 게 주민들의 의견입니다. 면적은 전용 84㎡부터 135㎡까지 다양하게 구성됐지만 그래도 국평인 84㎡가 대부분이에요. 시세는 11억 원 선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첫발 내딛는 재건축사업
재건축 이야기를 해볼까요. 1기 신도시 대부분은 심각한 노후화를 겪고 있습니다. 입주 30년을 초과한 아파트가 86.5%에 달하거든요. 전반적인 인프라도 많이 부족해요. 1기 신도시의 편의시설이 30년 전에 맞춰져 있다 보니 현재 실정과 잘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도로가 차지하는 비율이 21%로 높은 편에도 불구하고 교통 체증도 극심합니다.
1기 신도시 재건축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정부도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섰습니다. 2024년 11월 신도시 5곳 중 재건축을 가장 먼저 추진하는 선도지구 단지를 발표했죠. 총 13개 구역으로 3만6000가구입니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은 2027년 첫 착공, 2030년 첫 입주가 목표입니다.
분당과 평촌, 산본은 이미 특별정비구역 지정을 마쳤거나 지정을 앞두고 있고, 상당수 단지가 예비사업시행자 지정 단계입니다. 하지만 부천은 유독 사업 속도가 늦은 편인데요. 중동 신도시의 경관 심의와 도시계획 심의를 개별적으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낮은 사업성 문제도 발목을 잡고 있어요. 중동 신도시의 평균 용적률이 226%이거든요. 1기 신도시 중 용적률이 가장 높습니다. 용적률은 대지에 지을 수 있는 건축 규모의 한도를 정한 비율이죠. 그렇기 때문에 기준 용적률을 상향하지 않고는 추가적인 일반 분양 물량을 확보하는 게 어렵고 결국 주민들의 분담금 부담이 급격하게 커지게 됩니다.
전문가들은 “지역별 특성을 고려해 용적률을 차등 적용하는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그래서 중동 18개 정비구역 중 7개 단지(반달·은하·중흥·금강·포도·설악·한라) 주민들은 재건축 추진을 위한 개선 방안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GTX 등 교통 개선 기대
학군도 나쁘지 않습니다. 친구인 평촌 신도시에 워낙 학원가가 유명하고 잘돼 있어서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하지만, 교육 환경은 부족하지 않습니다. 석천중을 포함해 상일중, 상동중, 중흥중 등 높은 학업성취도를 자랑하는 학교가 있습니다. 중동 학원가는 상동 쪽에 몰려 있고요.
미래 교통 호재에 대한 기대감도 있습니다. 중동이 베드타운이다 보니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구가 많거든요. 2030년대 초반을 개통 목표로 추진 중인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 노선이 부천종합운동장역을 지납니다. 부천종합운동장역에서 GTX-B로 갈아타면 서울 용산까지 20분 내에 이동할 수 있겠죠.
게다가 부천종합운동장역은 주변이 준공업 지역이어서 주거단지 조성이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중동 신도시가 혜택을 볼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거죠. 부천시는 부천종합운동장역 일대에 역세권 융·복합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 정부가 부천시 북서쪽 일대에 2만 가구로 조성하는 3기 신도시인 대장 신도시 사업도 있어요.

김정은 한국경제 기자 | 사진 예수아 한국경제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