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비 관리지침 손질한 식약처…‘참여율’ 걷고 ‘인건비계상률’ 넣었다
표준계약서 연구노트 규정도 정비…전면개편보다 ‘정합성 보강’ 성격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이하 식약처)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 연구개발비관리지침'을 개정하면서 용역연구개발과제의 인건비 계상 체계와 표준계약서 문구를 손봤다. 이번 개정은 회의비나 여비, 정산 절차 전반을 다시 짜는 방식의 전면개편이라기보다, 기존 지침에서 사용하던 '참여율' 개념을 '인건비계상률'로 재정비하고, 연구기관 유형별 인건비 상한 기준과 계약서상 연구노트 관리 원칙을 보다 분명히 한 조정에 가깝다.
20일 식약처가 최근 개정한 연구개발비관리지침에 따르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인건비 산정 기준의 용어와 체계를 손질한 점이다. 과거 지침은 연구원 인건비를 해당 과제 '참여율'에 따라 계상하도록 했고,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율 역시 100%를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반면 2026년 4월 15일 개정본은 이를 '인건비계상률'로 일괄 변경했다.
연구원 인건비 산정식도 기존 '인건비단가 × 연구참여기간 × 참여율'에서 '인건비단가 × 연구참여기간 × 인건비계상률'로 바뀌었다. 단순한 단어 치환처럼 보일 수 있지만, 연구 참여 개념과 인건비 계상 기준을 분리해 관리하겠다는 방향이 더 분명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실제 개정본은 인건비 상한 규정에서도 한 발 더 나아갔다. 과거 지침은 모든 참여연구원이 타 부처 사업을 포함해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율 100%를 초과할 수 없다고만 규정했다.
그러나 개정본은 기본 상한을 '국가연구개발사업 인건비계상률 100%'로 바꾸면서도, 정부출연기관과 산업기술혁신 촉진법 제42조제1항에 따른 전문생산기술연구소 소속 참여연구원에 대해서는 130% 이하를 허용했다. 총인건비가 100% 확보되지 않은 정부출연연구기관, 특정연구기관, 대학 등에 대한 예외 규정도 같은 방향으로 손질됐다. 이미 수행 중인 과제의 인건비계상률 합산은 연평균 100% 이내로 관리하되, 정부출연기관과 전문생산기술연구소는 130%까지 허용하도록 한 것이다.
이는 연구현장의 현실을 일부 반영한 조치로 읽힌다. 특히 정부출연연구기관이나 전문생산기술연구소처럼 복수 과제를 병행하는 연구인력이 많은 기관에서는 기존 일률 기준보다 좀 더 현실적인 집행 판단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다만 이 역시 무제한 허용이 아니라, 지침상 예외 범위를 명문화한 데 의미가 있다.
개정의 영향은 본문 규정에 그치지 않았다. 정산 단계에 제출해야 하는 증빙서류 양식과 변경 승인 기준도 같은 논리로 정비됐다. 참여연구원 현황표의 기재 항목은 기존 '참여기간, 참여율'에서 '참여기간, 인건비계상률'로 바뀌었고, 주관 또는 협동연구기관 소속이 아닌 외부 참여연구원 관련 현황표도 동일하게 수정됐다.
또 용역연구개발과제 변경승인 기준 가운데 인건비 항목 역시 '참여연구원 변경 및 참여율 변경'에서 '참여연구원 변경 및 인건비계상률 변경'으로 고쳐졌다. 특히 별지 서식인 참여연구원 변경통보서도 변경 전·후 비교란에서 '참여율' 대신 '인건비계상률'을 적도록 손질됐다. 즉 용어만 본문에서 바꾼 것이 아니라, 실제 집행·정산·변경 승인 문서까지 한꺼번에 맞춰 정합성을 확보한 셈이다.
표준계약서 정비도 이번 개정의 또 다른 축이다. 개정본 표준계약서는 연구노트 작성·관리 조항에서 기존보다 한층 구체적인 기준을 넣었다. 과거 버전은 연구노트를 '연구노트관리지침'에 따라 작성·관리하도록만 규정했지만, 개정본은 이를 '주관연구기관의 연구노트관리지침'에 따라 작성·관리하도록 했고, 만약 해당 기관에 별도 지침이 없을 경우에는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연구노트 지침'을 준용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이는 연구기관마다 내부 통제체계 수준이 다른 현실을 고려하면서도, 최소한의 준거 규범을 분명히 둔 조치로 읽힌다. 연구노트는 단순 행정문서가 아니라 연구 수행의 진정성과 추적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핵심 기록이라는 점에서, 계약서 수준에서 이 기준을 구체화한 것은 적지 않은 변화다.
다만 이번 개정이 연구비 관리 전반을 크게 흔드는 수준으로 해석되기는 어렵다. 비교 결과, 회의비 계상 상한과 사용 기준은 과거 버전과 거의 동일하게 유지됐다.
특히 회의비를 총 연구개발비의 10% 이하, 조사연구는 30% 이하, 연구사업단의 특정 세부과제는 50% 이하로 계상할 수 있도록 한 구조와, 식음료대 1일 1인당 3만원 상한, 내부직원만 참여한 단일기관 회의의 식음료대 제한 등도 그대로다. 자체연구개발과제에서 일반수용비를 총 연구비의 20% 범위, 조사연구는 50% 범위에서 계상하도록 한 틀 역시 유지됐다. 즉 이번 개정은 회의비, 일반수용비, 정산 일정 등 큰 틀은 유지한 채 인건비와 계약서 기준을 다듬는 데 무게를 뒀다.
연구개발비 사용 방식과 정산 절차도 큰 변화는 없다. 연구비카드 또는 계좌이체 원칙, 불가피한 경우 경비의 2% 범위 내 현금 사용 허용, 계약 종료 14일 전 사용실적보고서 제출, 계약 종료 후 30일 이내 잔금 지급 등의 체계는 유지됐다. 이번 개정이 전면 개편보다 실무 정합성 보강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이번 개정의 의미를 가볍게 보긴 어렵다. 연구비 집행과 정산은 문구 하나가 실제 감사, 변경 승인, 환수 판단에 직접 연결되는 분야다. 본문, 별표, 별지서식이 서로 다른 용어를 쓰면 실무 혼선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식약처가 이번에 '인건비계상률' 개념을 전반에 일괄 반영한 것은 그런 혼선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연구노트 기준까지 보완한 점도 같은 흐름에 있다.
결과적으로 이번 식품의약품안전처 연구개발비관리지침 개정은 연구비 관리의 틀을 다시 짠 개편이라기보다, 인건비와 계약 문법을 보다 분명하게 다듬은 조정으로 보는 편이 적절하다. 식약처 내부 공무원 지침서라는 성격상 대외적 법적 효력은 없지만, 실제 연구개발과제의 계약·집행·정산 실무에서는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인건비 기준의 언어를 정리하고, 기관 유형별 상한을 명문화하고, 표준계약서의 기록관리 기준을 보완했다는 점에서다. 이번 개정이 후속 제도 정비의 출발점이 될지, 아니면 실무 혼선 해소 수준에서 마무리될지는 향후 운용 과정이 가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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