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완의 사이언스카페 | 달이 화성 가는 정거장 된다] 나사, 아르테미스 2호 발사로 54년 만의 유인(有人) 달 탐사 재개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아르테미스 2호가 우주비행사 네 명을 태우고 4월 1일 오후 6시 35분(한국 시각 4월 2일 7시 35분·이하 현지시각)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발사됐다. 1972년 아폴로 17호 이래 중단된 유인(有人) 달 탐사가 54년 만에 재개된 것이다.
이미 1969년 아폴로 11호부터 우주비행사가 달에 착륙했지만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과거 아폴로 달 탐사처럼 우주비행사가 달에 잠시 머물다 오는 것이 아니라 우주기지를 세워 장기 체류시킬 계획이기 때문이다.
제러드 아이작먼 나사 국장은 3월 24일 워싱턴 D.C. 본부에서 열린 ‘이그니션’ 행사에서 2033년까지 7년 동안 200억달러(약 29조5420억원)를 투입해 우주비행사가 머물 달 기지를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예산을 기지 건설에 집중하기 위해 달 궤도 우주정거장인 ‘게이트웨이’ 프로젝트는 중단하기로 했다.
3단계 달 유인 기지 건설안 발표
이번 아르테미스 2호의 임무는 우주비행사 네 명을 태우고 달 궤도를 돌고 오는 시험비행이다. 우주비행사의 달 착륙 임무는 2028년 아르테미스 4호로 수정됐다. 앞서 아르테미스 3호가 2027년 지구궤도에서 달 착륙선과 도킹(결합) 등을 시험한다. 나사는 “아르테미스 5호부터는 6개월마다 달에 유인 탐사선을 착륙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사는 달에 지속적인 유인 탐사 거점을 확보하기 위해 단계적 접근 방식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1단계로 민간 기업이 개발한 착륙선과 탐사차, 계측기 등을 보낸다. 여기에는 원자력 배터리도 포함된다. 2단계는 반거주형 인프라와 정기적인 물자 수송 체계를 구축해 달 표면에서 우주비행사의 탐사 활동을 지원한다.
달 탐사차는 2단계에서 개방형에서 밀폐형으로 바뀐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가압형 탐사차다. 과거 아폴로 우주비행사는 바퀴만 있는 탐사차를 탔지만, 일본 자동차 업체 도요타가 개발 중인 아르테미스 가압형 탐사차는 지붕이 갖춰져 있어 우주복 없이 탑승할 수 있다.
3단계는 본격적인 장기 체류 기반을 마련하는 과정이다. 착륙선은 우주비행사와 화물을 함께 수송해 달에 지속적인 거점을 확보한다. 이 단계에서는 이탈리아 우주국(ASI)이 개발 중인 다목적 거주 모듈과 캐나다 우주국(CSA)의 다목적 달 탐사차도 포함된다. 거주 모듈은 폭 3m, 길이 6m에 무게는 15t이다. 우주비행사 두 명이 7~30일 동안 머물 수 있도록 설계됐다. 바퀴가 있어 달 표면을 옮겨 다닐 수도 있다.
달 기지는 남극에 건설된다. 과학자들은 달 남극에서 햇빛이 비치지 않는 영구음영(永久陰影) 지역에 다량의 물이 얼음 상태로 저장돼 있다고 본다. 물은 우주인을 위한 식수일 뿐 아니라 산소와 연료도 제공한다. 물에서 나오는 산소와 수소는 우주인이 호흡하고 로켓연료로 쓸 수 있다.




핵분열 에너지로 동력용 전기 생산
나사는 이그니션 행사에서 2028년 12월까지 원자력 추진 무인 우주선인 ‘SR(스페이스 리액터)-1 프리덤’을 화성으로 발사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지금까지 원자력 추진 우주선이 발사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나사는 1965년 원자력 추진 우주선을 개발하기 위해 원자로를 장착한 인공위성을 지구궤도에 올렸지만, 이 프로그램은 1970년대 초 아폴로 계획과 같이 중단됐다.
원자력은 그동안 우주탐사의 영역을 확대했다. 1977년 나사가 발사한 무인 탐사선 보이저호는 ‘방사성 동위원소 열전 발전기(RTG)’라는 원자력 배터리를 탑재했다. 방사성 동위원소가 핵분열하면서 나오는 열은 열전(熱電) 소자를 거쳐 전기로 바뀐다. 보이저호는 원자력 배터리 덕분에 햇빛이 약해 태양전지가 소용없는 태양계 끝에서도 작동하고 있다.
화성에 보낼 SR-1 프리덤은 원자력 배터리가 아니라 원자력발전소(원전)와 같은 방식으로 전기를 얻는다. 원전은 우라늄의 핵분열 연쇄반응에서 나오는 막대한 열에너지를 이용해 고온·고압의 증기를 만든다. 이 증기가 터빈을 돌리고 발전기를 구동해 전기를 생산한다. 원자력 추진 우주선은 자체 생산한 전기로 추진제 가스가 (+)나 (-) 전하를 띠게 한다. 분사구 끝에서 반대편 전기를 걸어주면 추진제가 그쪽으로 이동하면서 추진력이 생긴다. 이른바 원자력 전기 추진(NEP·Nuclear Electric Propulsion) 방식이다. 나사는 원자력 우주선에 달 정거장인 게이트웨이용으로 만든 전기 추진 시스템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원자력 추진 우주선이 핵분열을 할 우라늄235 수십㎏과 추진제 수만t으로 행성 간 여행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비행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 연료를 연소하는 방식으로는 화성까지 가는 데 9개월이 걸리지만 메가와트(㎿)급 원자로는 이를 2~3개월로 줄일 수 있다고 추산됐다.
문제는 시간이다. 아이작먼 국장은 SR-1 프리덤 개발 시간을 줄이기 위해 ‘프랑켄슈타인’ 방식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설에서 죽은 사람의 신체 조각을 짜깁기해서 인간을 만들었듯, 이미 개발된 기술을 재활용하는 방법이다. 연료는 에너지부가 원전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한 것을 쓰고, 원자로는 아이다호국립연구소에서 개발한 소형 모델, 전기 추진 시스템은 달 정거장인 게이트웨이에 쓰려고 개발한 것을 재활용하는 방식이다.
헬기 3기로 유인 탐사지 정보 수집
원자력 추진 우주선은 화성에 도착해 헬리콥터 3기를 실은 ‘스카이폴(Skyfall)’ 탑재체를 내려보낼 계획이다. 나사는 원자력 추진우주선이 보낼 헬리콥터는 2021년 화성에 보냈던 헬리콥터인 인저뉴어티를 모델로 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저뉴어티는 기술 시연용이었던 반면, 스카이폴 헬리콥터 편대는 구체적인 과학 탐사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화성 유인 탐사선의 착륙지를 찾는 임무다.
이날 나사가 발표한 웹캐스트를 보면 스카이폴이 싣고 가는 헬리콥터는 화성에서 각자 다른 지역을 탐사한다. 임무는 지표면을고해상도 카메라로 촬영하고 지하도 레이더로 관측하는 것이다. 나사는 헬리콥터가 보낸 관측 데이터를 분석해 물·얼음 같은 자원이 풍부한 지역을 찾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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