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광·양 집권 너머…가을 ‘新 좌완 트로이카’ 수확?

안승호 기자 2026. 4. 2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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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선발 투수 김진욱이 지난 1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6 KBO 프로야구 LG와의 경기에서 2사 1, 2루 위기를 넘긴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연합뉴스
‘체인지업 장착’김진욱, WAR 토종투수 1위 점령
‘156㎞’ 이의리, 제구도 안정
구창모·김건우·오원석도 선발 지표 상위권

지난해 KBO리그 선발투수 판도에서 국내파 좌완의 존재감은 크지 않았다. LG 트윈스의 손주영·송승기, KT 위즈의 오원석이 나란히 11승으로 톱10에 진입했지만, 리그 구도를 주도할 수준의 세력 형성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그 뒤를 김광현(10승·SSG), 류현진(9승), 양현종(7승) 등 베테랑 좌완들이 받쳤지만, 새로운 이름의 등장은 제한적이었다.

국제대회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한국 야구가 전통적으로 승부수로 활용해온 좌완 선발 카드가 지난 3월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는 뚜렷하게 부각되지 못했다. 오히려 최근 몇 년 사이 KBO리그 국내 선발의 중심축은 곽빈, 문동주, 원태인 등 우완 투수들로 빠르게 이동하는 흐름이었다.

그러나 2026시즌은 좌완과 우완 선발 간 ‘균형 회복’의 전환점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잠재력만 보이던 좌완 유망주들이 본격적으로 성장 궤도에 오르며 새로운 집단을 형성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의 김진욱, NC 다이노스의 구창모, SSG의 김건우, KT의 오원석 등이 나란히 2승을 거두며 시즌 초반 선발 지표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송승기도 1승에 그쳤지만 안정적인 투구 내용을 유지 중이다. 여기에 KIA 타이거즈의 이의리, 두산 베어스의 최승용이 기복 속에서도 점차 안정감을 찾아가며 변화의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다. 손주영 역시 이달 말 복귀를 앞두고 있다.

KIA 이의리(왼쪽)와 NC 구창모. KIA·NC 제공

이 가운데 김진욱의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진다. 시즌 초반 3경기 기준 투수 WAR 1.13으로 리그 전체 3위, 국내 투수 1위에 올라 있다. 2승 평균자책점 1.86, WHIP 0.78의 뛰어난 성적과 함께, 약점이었던 우타자 상대 성적을 극적으로 개선했다. 지난해 우타자 상대 피OPS 0.926에 그쳤던 김진욱은 올 시즌 이를 0.212까지 낮췄다.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완성한 것이 핵심이다. 개막 후 3경기 동안 체인지업으로 허용한 안타는 단 한 개도 없다.

이의리 역시 긍정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 제구 불안으로 기복이 있었던 그는 최근 등판에서 안정된 투구를 선보였다. 특히 최고 구속 156㎞, 평균 구속 상승(148.1㎞ → 150.2㎞)과 함께 볼넷을 줄이며 잠재력을 다시 입증했다. ‘제구만 잡히면 리그 정상급’이라는 평가가 현실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건강이 변수였던 구창모도 4경기 2승 평균자책점 2.82로 안정적인 출발을 했다. 김건우는 볼넷 허용률이 높은 약점에도 불구하고 피안타율 0.234로 좌완 특유의 까다로운 구위를 증명하고 있다.

시즌 초반 흐름만 놓고 보면 좌완 선발들이 다시 리그 중심으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김광현이 어깨 수술로 이탈해 있지만, 베테랑 트로이카의 존재감은 여전히 유효하다. 시즌이 끝날 무렵에는 새로운 ‘좌완 트로이카’가 등장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떠오르는 좌완들 간 경쟁 구도 역시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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