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운동하는 여자의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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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요즘 운동복은 설명이 필요 없다. 기능을 전제로 만들어졌고, 그 기능이 곧 미감이 된다. 브라 톱과 레깅스, 사이클 쇼츠 같은 기본 아이템은 더 단순해졌고, 로고와 장식은 최소화됐다. 대신 실루엣과 소재가 전면에 나온다. 몸의 움직임을 따라 설계된 라인, 땀과 온도를 고려한 텍스처. 꾸미기보다 수행에 가까운 옷이다.




이 흐름은 리얼웨이에서 완성된다. 헬스장 안이 아니라, 그 전과 후의 동선에서다. 운동을 마치고 바로 카페로 향하는 장면, 말차 라떼를 들고 앉아 숨을 고르는 순간까지 포함해 하나의 룩이 된다. 끊기지 않는 하루의 리듬 속에서 옷은 계속 작동한다. 갈아입지 않아도 되는 상태, 그 자연스러움이 지금 운동복의 핵심이다.


이 멋진 바이커를 보라. 군더더기 없는 블랙 브라탑과 하이웨이스트 레깅스, 그리고 자전거. 이 조합에서 느껴지는 팽팽한 긴장감은 어떤 드레스보다도 압도적이다. 땀을 흡수하고 근육을 지지하는 기능적 소재들은 인체의 곡선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그 자체로 완벽한 실루엣을 완성한다. 여기서 패션은 '장식'이 아니라 신체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도구'로서 존재한다.




과하게 멋부리지 않은 심플한 구성도 같은 맥락이다. 기능성 아이템 몇 가지면 충분하다. 바디에 밀착되는 톱과 하이웨이스트 하의, 가벼운 셔츠나 윈드브레이커 한 겹. 이 옷들은 스타일을 설명하지 않는다. 몸으로 보여준다. 반복된 움직임이 만든 균형, 그 위에 얹힌 소재가 결과를 그대로 드러낸다.
지금의 운동복은 단순히 '편해서' 입는 이지웨어가 아니다. 요가, 하이킹, 러닝, 복싱 등 각 종목에 맞춰 설계된 리얼 퍼포먼스 웨어들은 기능이 곧 미학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근육의 떨림을 잡아주는 압박 소재와 활동 범위를 넓혀주는 정교한 절개선은 그 어떤 장식보다 현대적이다. 목적이 분명한 옷을 입고 거리를 나서는 이들에게서 느껴지는 당당함은, 스스로를 통제하고 돌보고 있다는 강력한 자신감에서 기인한다.



사실 운동복을 입은 리얼웨이 장면은 낯설지 않다. 시작은 더 오래전이다. 1990년대 초, 다이애나의 체육관 앞 파파라치 컷. 컬러 바이커 쇼츠에 오버사이즈 스웨트셔츠, 혹은 레깅스에 루즈한 상의를 매치한 채 빠르게 걸어 나오던 모습은 '운동복을 입고 거리로 나오는' 초기의 이미지였다.
허벅지를 드러내는 다양한 컬러의 쇼츠 선택은 당시로서는 꽤 선명했고, 종아리 중간까지 올린 흰 크루 삭스와 투박한 스니커즈, 무심하게 든 가방까지 더해지며 하나의 균형을 만들었다. 기능에서 출발했지만 결과적으로 스타일로 남은 장면. 이 감각은 지금의 리얼웨이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최근에는 그 장면이 더 일상적으로 반복된다. 헤일리 비버는 사이클 쇼츠와 크롭트 톱에 오버사이즈 셔츠나 레더 재킷을 걸쳐 도시의 온도에 맞춘다. 양말이 드러나는 스니커즈, 볼캡이나 헤드밴드 같은 최소한의 장치만 더한다. 켄달 제너 역시 뉴트럴 톤의 브라 톱과 레깅스, 슬림한 실루엣 위에 가벼운 아우터를 더한 채 이동한다. 운동 가는 길, 혹은 막 끝낸 직후 카페에 들러 음료를 드는 장면까지 포함해 하나의 이미지가 완성된다.
지지 하디드와 벨라 하디드도 같은 흐름 안에 있다. 스포츠 브라와 레깅스, 집업 하나로 충분한 채 뉴욕의 거리와 체육관을 오간다. 스타일링은 최소, 대신 상태가 분명하다.





위의 이미지처럼 요가 매트를 가방처럼 메고, 보복싱 글러브를 든 채 거울 앞에 선 모습은 이 시대가 정의하는 새로운 '럭셔리'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값비싼 로고보다 빛나는 것은 탄탄하게 관리된 신체와 그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당당한 에티튜드다. 헝클어진 머리와 화장기 없는 얼굴은 오히려 이 룩의 진정성을 더하는 액세서리가 된다.


2026년, 운동복은 컬러를 덜고 실루엣을 남긴다. 화이트, 베이지, 블랙, 올리브 같은 뉴트럴 톤이 중심을 잡고, 장식이 빠진 자리에서 라인이 또렷해진다. 몸의 균형이 그대로 드러나며, 그 자체로 룩이 완성된다. 여기에 가벼운 아우터 하나면 충분하다. 기능을 해치지 않은 채 일상으로 이어지는, 가장 간결한 방식이다.
결국 지금의 운동복은 '운동을 위한 옷'을 넘어 '지금의 상태'를 보여주는 옷이 된다. 잘 입은 스타일이 아니라, 잘 쓰인 몸이 만든 이미지. 리얼웨이에서 가장 분명하게 읽히는 룩이다.

하은정 기자 hah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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