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8600% 이자에 "지인 다 쑤신다" 협박까지… 경찰이 쫓는 '이실장'은 누구

권정현 2026. 4. 20.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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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사금융 이실장 피해자 3인]
초단기 소액 대출 미끼로 접근해
연락처 등 개인정보 담보로 요구
상환 늦으면 연 8,000% 이자율
가족 빌미 협박에 '돌려막기'까지
서울청 전담 부서 수사 본격 착수
'이실장' 조직이 피해자에게 상환을 독촉하며 보낸 메시지들. 독자 제공

"하루하루 사는 게 지옥 같습니다."

학원을 운영했던 정혜영(가명·48)씨의 일상은 '이실장'으로부터 문자 한 통을 받은 1월 어느날 이후 완전히 무너졌다. 당시 동업자와의 갈등으로 큰 손해를 보고 생활고에 시달렸던 정씨에게 이실장은 초단기 소액 대출을 제안했다. 정씨는 빚을 진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지원하는 새출발기금을 통해 이미 채무 조정을 받은 탓에 은행권에선 추가 대출이 막힌 상황이었다.

고민 끝에 정씨는 문자에 적힌 텔레그램으로 연락해 100만 원을 빌렸다. 7일 뒤 원금의 두 배를 상환하는 조건이었다. 담보로 주민등록등본과 학원 사업자등록증은 물론, 휴대폰에 저장된 연락처까지 전부 넘겼다. 그것이 덫이라는 걸 그땐 알지 못했다.

정해진 기한에 돈을 갚지 못하자 협박이 시작됐다. "최악의 시간을 보내게 해줄게" "네 지인 다 쑤신다" 등 신변 위협 문자가 쏟아졌다. 가족과 지인에게까지 정씨가 차용증을 들고 있는 사진과 함께 "당신들 개인정보를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갔다"는 메시지가 발송됐다.

협박 문자는 하루 10통 이상 밤낮을 가리지 않고 3개월 넘게 이어졌다. 정씨는 "하루 이자만 30만 원씩 늘어나 지금 빚이 얼마인지 감도 안 잡힌다"며 "이실장이 학원과 집 주소까지 알고 있어 언제 찾아올지 몰라 두렵다"고 토로했다.

'이실장' 조직이 피해자의 모친에게 차용증 사진과 함께 보낸 메시지. 독자 제공

19일 경찰에 따르면 온라인 불법 사금융 조직인 이실장 관련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9월~올 2월 사이 62건이 신고됐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29일 소비자경보를 발령한 데 이어 최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광역범죄수사대도 수사에 착수했다.

이실장은 초단기 소액 대출을 미끼로 형편이 어려운 서민들을 노렸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대출 중개 사이트에서 등록 대부업체인 것처럼 행세하며 피해자에게 접근했고 대출 시 신분증, 차용증 사진, 휴대폰 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받아낸 뒤 상환이 지연되면 본인은 물론 가족·지인에게까지 불법 추심을 일삼았다.

경북 구미시에 사는 서유미(가명·50)씨도 지난해 말 인스타그램에서 등록 대부업체를 표방한 계정을 통해 이실장 측과 연결됐다고 한다. 서씨가 빌린 돈은 40만 원. 하지만 3개월 만에 이자만 860만 원으로 불어났다. 연 환산 이자율이 8,600%에 달한다.

이실장은 악랄하게 피해자들의 숨통을 조였다. 당뇨병 치료도 미룬 채 돈을 갚으려 카페 아르바이트를 했던 서씨는 고등학생 아들을 언급한 협박 문자에 결국 다른 사채까지 끌어왔다. '돌려막기'의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지난달 이혼하며 받은 위자료로 가까스로 빚을 청산한 서씨는 "밤마다 가슴을 치며 울었고 아침에 눈 뜨는 것조차 괴로웠다"고 털어놨다.

서울 중랑구에 거주하는 김모(33)씨 역시 올 초 이실장 측에 생활비 10만 원을 빌렸다가, 독촉을 견디지 못해 휴대폰 유심 사용을 정지했다. 김씨는 "상환 시각이 지나자마자 어머니와 지인에게 협박 메시지가 갔다"며 "이실장이 19만 원이면 될 상환금을 50만 원까지 요구했다"고 성토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실장 같은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는 지난해 1만7,538건으로 2012년(1만8,237건) 이후 1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수사 의뢰된 건은 582건으로 3.3%에 그쳤다. 경찰이 수사를 해도 이들 조직이 해외 메신저와 대포폰을 사용해 추적이 쉽지 않다. 처벌 수위도 지나치게 낮다. 유치원생 딸을 둔 싱글맘을 죽음으로 내몬 사채업자는 이달 8일 1심에서 고작 징역 4년형을 받았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불법 추심을 사인 간 금전 갈등으로 보는 탓에 정부와 경찰 대응이 늦어지는 사이 수법이 교묘해지고 있다"며 "피해가 극단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범죄 수익 환수 등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정현 기자 hhh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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