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무상교육 손 떼겠다는 정부... 국비 지원 일몰 검토
文정부 때 시작...예산 47.5% 정부 지원
교육계 "교육 예산은 비용 아닌 투자" 반발

"(고교 무상교육이) 후퇴해서 '국가가 책임지지 않겠다, 알아서 하라'는 식이 됐다. 많은 사람의 노력으로 바로잡아야 하지 않나 싶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 2024년 11월 27일 '고교 무상교육을 위한 현장 간담회' 중)
정부가 최근 고교 무상교육에 더 이상 국고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재차 밝히면서 제도 도입 7년 만에 안정적 운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교육계에선 중앙정부의 지원이 끊겨 이를 각 지방교육재정으로 충당하다 보면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교육 복지 사업부터 축소되는 등 지역과 소득에 따른 교육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이 야당일 때는 고교 무상교육은 국가 책임이라며 국고 지원을 강조하더니 정권을 잡고 1년도 안 돼 입장을 뒤집어 국정 운영에 원칙이 없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47.5%→30%로 국고 지원 단계적 감축하다 0원으로
19일 교육부와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양측은 올해 고교 무상교육 예산의 국고 지원 비율인 30%를 내년에 더 낮추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2019년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한 고교 무상교육은 이후 5년간 해당 예산의 국고 지원 비율을 47.5%로 유지하며 중앙정부가 연간 약 1조 원을 부담해 왔다. 그러다 2024년 12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상 고교 무상교육 국고 지원에 대한 특례가 일몰(명시된 기간이 지나면 별다른 입법 없이도 해당 조항이 효력을 잃는 것)되면서 잠시 지원이 중단됐다가 지난해 8월 2027년 12월로 특례를 연장하도록 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국고 지원이 재개됐다. 다만 개정안엔 '국가는 무상교육에 필요한 비용 중 47.5%를 교부해야 한다'를'47.5% 이내를 교부해야 한다'로 바꿔 지원 감축 가능성을 열어뒀고, 실제로 올해부턴 지원 비율이 30%로 낮아졌다.

한 발 더 나아가 기획예산처의 '2027년 예산안 편성지침'에선 고교 무상교육에서 손을 떼겠다는 정부 입장을 공식화했다. 해당 지침은 "고등학교 무상교육은 원칙적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대상 사업이지만 한시적으로 국비 지원했던 것으로, 지원액을 점차 줄여나가 일몰을 검토하겠다"고 못 박았다. 이대로라면 2028년부터 고교 무상교육 예산의 대부분(95%)을 꼼짝없이 각 시도교육청이 감당하게 되는 셈이다. 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이 2024년 11월 서울 금호고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고교 무상교육 국고 지원액은) 1조 원도 안 되는 돈"이라며 "교육지원 예산까지 삭감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특례 연장을 주장했던 발언과도 배치된다.
고교 무상교육은 시행 이후 특례가 일몰되기 전까지 5년간 중앙정부(국고)와 시도교육청(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각각 예산의 절반(47.5%)을, 나머지 5%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부담했다.
교육계는 반발... "교육 격차 커질 것"
재정당국이 고교 무상교육 예산에서 국고 지원을 줄이려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기저에는 학령 인구는 줄어드는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로 연동돼 교육 예산이 과도하게 책정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다만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자동 할당 방식을 바꾸거나 연동 비율을 낮추는 등 근본적 개편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니 간접적으로나마 국고 지원을 줄이는 방식으로 지방교육재정의 분담 비율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교육계는 그러나 학생 수가 감소했다고 교육 예산도 줄어야 한다는 논리는 단편적 접근이라고 반박한다.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는 "교육 예산은 쓰면 없어지는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는 점에서 단순히 경제 논리로 볼 게 아니다"라며 "그런 논리라면 인구가 줄어드는 지방자치단체 예산부터 손봐야 하는데 놔두는 것을 보면 결국 미래 유권자가 아닌 현재 유권자만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임종헌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재정·자치연구실장은 "특수학급, 기초학력 미달 학생, 다문화 학생, 건강장애 학생 등 고수요 학생이 매년 급격히 늘어나고 돌봄이나 학생맞춤통합지원 사업과 같이 학교에 요구하는 기능도 다양해졌는데 이는 모두 지방교육재정이 부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70% 안팎이 인건비로 고정돼 있어 탄력적인 재원이 아니다"라며 "국고 지원을 줄이려면 고교 무상교육을 지방교육재정으로 넘겼을 때 지역 간 교육 격차 우려나 고수요 학생 복지 사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면밀한 연구나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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