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거주자들 “내 집에 살아도 투기냐”… 李 모호한 표현에 혼란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월 23일 X에 올린 글에서도 “다주택은 물론, 비거주 1주택도 주거용 아닌 투자 투기용이라면 장기보유했다고 세금감면은 이상해 보입니다. 장특공제 제도가 매물을 막고 투기를 권장하는 꼴이지요”라고 한 바 있다. 이어 지난 18일에는 장특공제를 “거주와 무관하게 보유만으로 세금을 깎아주는 제도”로 규정하며 ‘단계적 폐지’를 공식화했다.
이 대통령은 “장기 거주 공제 제도는 따로 있다”고 했지만, 현행법상 1주택자 장특공제는 보유(40%)와 거주(40%)가 하나의 조항(소득세법 제95조)에 묶여 있다. 대통령이 말한 별도의 제도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장특공제 폐지’는 곧 실거주자의 혜택까지 없애는 것으로 해석돼 시장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더구나 지난 8일 범여권 의원들이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은 장특공제 조항 자체를 아예 삭제하고, 평생 2억원 한도의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 대통령의 이번 ‘단계적 폐지’ 발언까지 더해지자, 일각에서는 “실거주자까지 겨냥한 전면 폐지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장기거주 공제 별도 조항 없어
이 대통령은 ‘장특공제 폐지’를 언급했지만, 대상은 ‘비거주’의 경우를 꼽았다. 이 대통령이 “장기 거주에 대해 양도세를 깎아주는 제도는 따로 있다”고 표현한 데 오류는 있지만, 맥락을 고려했을 때 장특공제 중 ‘거주 요건’에 따른 공제는 유지될 가능성이 큰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도 “이 대통령의 X 발언은 실거주자의 경우 거주 기간에 따라 공제해주는 혜택이 여전히 있는데 야당의 ‘세금 폭탄’ 등의 발언이 다소 지나친 것이라는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장기 보유에 따른 양도 차익을 “투기 불로소득”으로 규정했다. “성실한 1년간 노동 대가인 근로소득이 10억 넘으면 거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는데, 부동산 투기 불로소득은 수십, 수백억이라도 오래 보유했다는 이유만으로(거주와 무관하게) 세금을 대폭 깎아주는 건 정의와 상식에 어긋난다”고도 했다.
하지만 장특공제 대상이 되는 부동산은 장기간에 걸쳐 쌓인 이익이 매각 시점에 한꺼번에 실현되는 구조인데, 1년 단위로 과세하는 근로소득과 평면적으로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양도소득에는 길게는 수십 년치 인플레이션이 반영돼 있고, 여기에 고율의 누진세가 한꺼번에 적용될 경우 부담이 과도하기 때문이다.
1988년 당시 정부가 장특공제를 도입한 것도 투기 장려가 아니라, 인플레이션에 의해 부풀려진 ‘허구의 이익’에 과세하는 부작용을 막고 장기 보유를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물가 상승으로 부풀려진 명목 차익에 세금을 물리면 실질 이익보다 과세가 커지기 때문이다. 30년 전 3억원에 산 집이 10억원이 됐을 때 그 상승분 전부가 투기 소득은 아니라는 것이다.
과거 정부도 이 점을 감안해 공제 폭 조정을 통해 제도를 운영해 왔다. 2020년까지 1주택자는 10년 보유 시 80% 공제를 받았으나,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과열을 막기 위해 거주 요건을 추가해 ‘보유 40%, 거주 40%’ 구조로 실거주 의무를 대폭 강화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다주택자 중과 유예와 함께 다주택자를 대상으로도 장특공제(최대 30%)를 재개했다. 전문가들은 “장특공제를 폐지하려면 물가 상승분을 취득가 기준으로 조정하는 정교한 보완책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한다.
◇집 한 채 남은 은퇴자들이 투기꾼?
이 대통령은 비거주 1주택을 ‘투기용’이라 몰아붙이지만, 서울 집을 전세 주고 외곽으로 나가 그 차액으로 노후를 버티는 ‘생계형 비거주자‘들이 적지 않다. 이들에게 장특공제는 단순한 세금 감면이 아니라, 노후의 마지막 보루인 주택 가치를 보전해 주는 장치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평생 집 한 채 지키며 살아온 은퇴자들을 하루아침에 ‘불로소득 투기꾼’으로 치부하는 대통령의 논리는 이들에게 거부감을 넘어 노후의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집주인들로선 차라리 자녀 증여나 매물을 거둬들이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책 신뢰의 문제도 있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부동산 세제는 시장 관리 수단이 돼서는 안 되며 가급적 손대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고, 지난해와 올해 초까지도 “세제는 최후의 수단”이자 “핵폭탄 같은 것이라 함부로 쓰면 안된다”라며 전임 정부와 차별화된 세제를 약속했다. 그러나 불과 수개월 만에 장특공제 폐지 카드를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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