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말기… “성경 필사 열 번만” 기도했는데 어느덧 열두 번째

김한수 기자 2026. 4. 20.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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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여 명 출품 ‘성경 필사’ 전시회
성경 필사전에 출품된 최일환 집사의 작품 위에 돋보기를 놓은 모습. 돋보기로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의 작은 글씨로 썼다. /김한수 기자

두루마리 키친 타월, 12폭 병풍, 목판, 달력, 송아지 가죽, 노트….

전시장에 들어서면 출품자들의 정성, 열의, 그리고 창의성에 놀라게 된다. 서울 목동 CBS 사옥 20층 전시관에서 지난 6일 개막해 연말까지 열리는 ‘대한민국 성경 필사전’이다.

‘기록된 말씀, 이어지는 믿음’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 출품자는 220여 명. 가로세로 1.4m짜리 초대형 필사본부터 한지 한 장에 성경 66권을 깨알 같은 글씨로 적은 작품, 히브리어·영어·일어 등으로 적은 작품까지 다양한 성경 필사 작품이 전시장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다.

성경 필사전에 출품된 달력의 여백에 성경을 필사한 안순례 권사의 작품. /김한수 기자

‘손으로 말씀 묵상을 시작하다’ ‘성경 필사, 삶의 일부가 되다’ ‘같은 말씀, 다른 고백’ ‘인생의 깊은 골짜기, 더 큰 은혜를 경험하다’ ‘믿음, 최고의 유산’ 등 5관으로 구성된 전시에서는 출품작뿐 아니라 사연이 눈길을 끈다.

성경 필사전 전시장 모습. /김한수 기자

폐암 말기 판정 후 ‘성경을 10번 필사할 때까지 살려달라’고 기도하면서 필사를 시작했는데 지금은 12회째 쓰고 있다는 장근수 집사, 한글을 익히기 위해 연필로 필사에 도전한 서승란 집사, 전신마비 상태로 입에 펜을 물고 쓴 박완금 권사, ‘시간의 십일조’라는 다짐으로 하루 2시간씩 영어 성경을 필사한 최정임 집사 등의 사연이 출품작 옆에 소개돼 있다. 개신교 교도소인 소망교도소에서 필사한 작품들도 나왔다. 한 출품자는 “과거엔 불경(佛經)을 사경(寫經)했는데 2010년 소망교도소로 이감되면서 받은 성경을 필사했다”며 “억울함과 복수심에 고통받으며 하루 7~8시간씩 성경을 쓰는 시간은 평안을 얻는 시간이었다”고 고백했다.

대한민국 성경필사전 포스터./CBS

단순히 성경 내용만 적는 것이 아니라 여백에 들꽃을 색연필로 그려 넣은 작품도 있다. 목포 평안교회, 새은혜교회, 천진중앙교회, 방주교회 등에서 교인들이 분량을 나눠 단체로 필사한 작품도 출품됐다. 자손에게 ‘신앙의 유산’으로 물려주고자 필사한 경우도 많다. 필사본 옆에 쌓여 있는 몽당연필, 색연필, 볼펜, 붓, 붓펜 등은 필사에 쏟은 시간과 정성을 웅변한다. 관람객들 사이에선 탄성이 연이어 나오는 전시다.

전시 관람은 무료이며 화~토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 일요일과 단체는 CBS 홈페이지(https://www.cbs.co.kr/)에서 예약한 후 관람할 수 있다. 월요일은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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