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한 무명 배우 ‘짱구’로 돌아온 정우
자전적 스토리 담아 각본·연출·주연

‘비공식 천만 영화’로 불리며 팬덤을 형성했던 영화 ‘바람’이 17년 만에 속편으로 돌아온다. 2009년 개봉한 ‘바람’은 1990년대 부산의 상업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학교 안 약육강식의 세계를 코믹하면서도 실감 나게 그려 호평을 받았다. 당시 극장 관객은 10만명에 그쳤지만, 이후 케이블 채널과 불법 다운로드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타며 뒤늦게 빛을 봤다.
22일 개봉하는 영화 ‘짱구’는 20대가 된 주인공 짱구(정우)가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배우의 꿈을 좇는 청춘극이다. ‘바람’은 정우의 실제 학창 시절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로, 무명 배우였던 정우의 이름을 대중에 각인시켰다. ‘짱구’ 역시 정우의 무명 시절이 담겼고, 정우가 직접 영화의 각본을 쓰고 연출까지 맡았다. 16일 열린 시사회에서 정우는 “‘짱구’는 제 어린 시절 별명이기도 했고, 제 인생에서 남다른 캐릭터”라면서 “짱구를 다시 연기하게 되어 저도 반가웠고, 관객들도 반가워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영화 속 짱구는 배우가 되려고 무작정 서울에 올라왔지만, 자취방 전기세조차 내지 못하고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단역 오디션을 전전한다. ‘쉬리’ 대사를 따라 하며 연습하고, ‘실미도’ 오디션을 위해 수영을 배우는 장면은 정우의 경험담에서 가져왔다. 부산에 내려가 고향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치명적인 매력의 민희(정수정)에게 휘둘리는 등 사소하지만 피식피식 웃음이 나는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철없고 찌질한 20대의 일기를 들춰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과장되고 어설픈 ‘미디어 사투리’ 때문에 갑갑했다면, 이 영화의 구수한 부산말이 돼지국밥처럼 속을 뜨끈하게 풀어줄 법하다. 부산 출신 현봉식, 안동 출신 권소현 등 경상도 출신 배우들이 빈틈없는 사투리 앙상블을 선보인다. ‘바람’의 인기에 힘입어 부산에서도 촬영을 적극 지원했다. 정우는 “영화 속 부산의 나이트클럽이나 국밥집은 섭외가 쉽지 않은 곳이었는데, 관계자분들이 제가 찍는 영화라는 얘기를 듣고 장소 대여를 해주셨다”고 했다.

다만 전작에 비해 감정의 파고는 약한 편이다. ‘바람’이 아버지의 죽음 이후 엇나갔던 과거를 반성하는 모습으로 울림을 줬다면, ‘짱구’는 배우 지망생의 좌충우돌과 민희와의 연애담 사이를 오가다 허겁지겁 마무리된다. 한 명 한 명이 씬스틸러였던 ‘바람’에 비하면, ‘짱구’의 여성 캐릭터들은 기능적으로 소비되며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다. 오랜만에 만나 낄낄대긴 했는데, 달라져버린 옛 친구의 모습에 씁쓸함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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