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에 꽂힌 2040, 美 주식 사듯 산다
최근 복수의 유럽 수입차 브랜드 한국 법인은 유럽 본사로부터 같은 취지의 요청을 받았다. “유럽에선 테슬라 기세가 꺾였는데, 왜 한국에서만 갑자기 판매가 늘어나는지 분석해달라”는 내용이다. 전기차만 판매하는 테슬라가 올해 1분기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사상 처음 1위에 오른 것이 계기다. 유럽에선 테슬라 판매량이 줄고 있는데, 한국에선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자 본사 문의가 잇따르는 것이다.

요즘 국내 자동차 업계에선 ‘테슬라 현상’이란 말이 회자된다. 테슬라는 ‘중국산(産)’ ‘기습 가격 인상’ ‘부실한 AS(애프터서비스)’라는, 한국 시장이 싫어하는 악재를 고루 안고 있는데도 판매 상승세가 꺾일 기미가 없어서다. 업계의 분석은 하나로 모인다. “테슬라의 기술과 브랜드를 지지하는 강력한 2040 남성 팬층이 미국 주식 사듯 테슬라를 구매하는 덕분”이라는 것이다.
◇중국산, 차값 기습 인상 등 비판 피해가
19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 1분기 테슬라 국내 판매량(자가용 기준) 중 40대 이하 구매자 비중이 84%에 달한다. 특히 이 가운데 20~40대 남성 구매자가 전체의 75%를 차지했다. 구매력이 탄탄한 40~50대가 주도해 온 기존 수입차 시장 인구 통계와는 확연히 다른 패턴이다.
이들은 ‘중국산’에 대한 거부감마저 브랜드 충성도로 넘어선다. 현재 국내에서 주력으로 팔리는 모델Y와 모델3는 전량 중국산이다. 20~40대 남성은 상대적으로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큰 편으로 알려졌지만 테슬라는 예외다. 한 수입차 관계자는 “BMW, 볼보 등이 과거 중국산을 일부 들여와 팔 때는 비판이 엄청났다”고 했다.
테슬라를 가치가 더 오를 주식처럼 여기는 패턴도 보인다. 통상 자동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떨어지는 자산이지만, 테슬라 구매자들은 이를 가치가 오를 자산으로 본다는 것이다. 예컨대 테슬라의 감독형 자율주행 기술인 FSD(Full Self-Driving)는 현재 국내에선 1억원 넘는 미국산 일부 차량에서만 이용 가능하다. 테슬라 소비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FSD가 국내에서 완전히 허용되면 테슬라 가치는 더 오를 것이니 미리 사자”는 글들이 올라온다. 테슬라가 지난 10일 모델 Y L(롱바디) 모델 가격을 출시 약 1주일만에 500만원 기습 인상했을 때도 “테슬라는 지금이 제일 싸다” “미리 사서 500만원 벌었다” 같은 반응도 나왔다. 업계에선 “다른 브랜드에서 찾기 힘든 충성 테슬라 고객이 트렌드를 확산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테슬라 현상은 AS가 관건
테슬라 현상을 가장 우려하는 건 국산차 업계다. 테슬라의 주력인 모델3와 모델Y는 4000만~5000만원 안팎이다. 이 구간엔 현대차와 기아의 주력인 그랜저·싼타페·쏘렌토 등이 있다. 주고객층도 30~40대로 겹친다. 반면 수입차 업계는 테슬라가 국내 시장의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 극복의 마중물을 붓고 있다는 반응이다. 테슬라를 통해 전기차 자체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테슬라에 불편을 느끼거나 싫증 난 고객들이 더 고급차로 갈아탈 때 그 수요를 흡수하게 될 것”이란 기대감마저 나온다.
테슬라 현상의 지속 여부는 AS 인프라 확충 속도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테슬라의 국내 누적 판매량은 약 11만대이지만 AS센터는 현재 16곳이다. 30년 간 국내에서 누적 약 90만대를 판매한 BMW는 전국 82곳의 AS 센터를 두고 있고, 경기 안성에 축구장 8개 크기짜리 부품 전용 대형 물류센터까지 있다. 판매가 AS 확충 속도를 지나치게 앞지르면 머잖아 테슬라는 소비자 불편 문제를 맞닥뜨릴 수 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AS 문제는 결국 중고차 가격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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