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울산 구·군복지협의회, 설치 의무화에도 제자리

경상일보 2026. 4. 20.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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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구·군 사회복지협의회의 부재는 설치 의무화 법의 취지와 실제 행정 사이의 간극을 그대로 드러낸다. 사회복지사업법이 2024년 개정돼 시·군·구 협의회 설치가 '선택'에서 '의무'로 바뀌고 2025년부터 시행됐지만, 울산은 5개 구·군 중 동구만 운영 중이다. 복지 소외계층 발굴과 지역간 격차 해소를 겨냥한 제도가 현장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단순히 의지 부족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 협의회는 별도의 사회복지법인 형태로 설립돼야 하고, 관련법인이 먼저 설립 신청을 해야 행정절차가 시작된다. 임원 구성과 정관, 허가 과정까지 새로 갖춰야 하는 구조다. 실제로 울산의 미설치 구·군에서는 법인 설립 신청 자체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제도는 의무화됐지만, 출발 단계부터 민간의 참여와 준비가 전제되는 방식이다 보니 추진 동력이 쉽게 붙지 않는 한계가 있다.

현장에서 제기되는 역할 중복 문제도 설치를 늦추는 요인이다.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이미 복지 자원 연계와 사각지대 발굴 기능을 맡고 있는 데다, 울주군처럼 자체 복지재단이 출범한 곳에서는 협의회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낮게 인식된다. 다만 보건복지부 설명처럼 두 조직의 기능은 분명히 구분된다. 협의회는 민간 자원 개발과 복지기반 확충을 맡는 법인조직이고, 협의체는 정책협의와 자문기능 중심의 기구다. 역할이 겹친다는 이유로 설치를 미루기보다 기능을 어떻게 나눌지 설계하는 것이 행정의 몫이다.

법은 설치를 규정하면서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의 제재는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다. 의무조항과 책임장치가 분리되면서 현장에서는 '당장 하지 않아도 되는 일'로 받아들여지기 쉽다.

구·군 사회복지협의회 설치가 전국적으로도 더딘 것은 사실이지만, 울산처럼 다섯 곳 중 한 곳에만 머문 사례는 드물다. 같은 제도 아래에서도 격차가 벌어졌다면 이는 결국 행정의 대응 속도와 우선순위 문제로 귀결된다.

미설치 구·군은 민간 복지기관과 사회복지법인, 전문가가 참여하는 준비 단계부터 서둘러야 한다. 울산시는 '구·군 사무'라는 이유로 물러서지 말고 표준 정관과 설립절차, 초기 운영 기준까지 포함한 실행 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중앙정부도 설치의무를 실질적으로 작동시키는 평가와 점검장치를 보완해야 한다.

사회복지협의회는 지역의 민간 자원을 모으고 행정과 현장을 잇는 기반이다. 이 틀이 갖춰지지 않으면 복지정책은 행정 내부에서만 맴돌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