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의 은밀한 사생활] 물자라 수컷의 부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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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라는 존재는 따뜻함보다 엄격함으로 먼저 다가온다.
황제펭귄이나 해마가 떠오르지만 곤충 세계에서 부성애를 대표하는 친구는 '물자라' 수컷이다.
그저 다음 세대를 위해 물자라 수컷은 자신에게 맡겨진 생명을 끝까지 책임졌을 뿐이다.
물자라 수컷의 부성애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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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라는 존재는 따뜻함보다 엄격함으로 먼저 다가온다. 그러나 젊은 시절 읽었던 소설 ‘가시고기’는 아버지의 사랑이 얼마나 깊고 묵묵한 것인지를 새삼 깨닫게 해줬다.
생태계에도 이런 헌신적인 아버지들이 있다. 황제펭귄이나 해마가 떠오르지만 곤충 세계에서 부성애를 대표하는 친구는 ‘물자라’ 수컷이다. 물자라는 논이나 연못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서곤충이다.
생김새가 자라를 닮아 이름을 얻었다. 겉모습은 둔해 보이지만 실상은 강력한 포식자다. 수초 사이에 숨어 있다 가까이 다가오는 올챙이나 작은 물고기를 순식간에 잡는다. 그리고 긴 주둥이를 꽂아 소화액을 주입한 뒤 먹잇감의 몸을 액체처럼 만들어 천천히 빨아 먹는다. 같은 수서곤충인 물방개가 씹어 먹는 입을 가진 딱정벌레 무리라면 물자라는 찔러서 빨아 먹는 주둥이를 지닌 노린재 무리에 속한다.

물자라의 경이로움은 포식자의 강인함보다 은근한 부성애에 있다.
대부분의 곤충들은 알을 낳은 뒤 새끼를 돌보지 않는다. 생존은 오롯이 새 생명의 몫이다. 하지만 물자라는 암컷이 아니라 수컷이 보호자의 역할을 도맡는다는 점이다. 짝짓기가 끝나면 암컷은 수컷의 등에 알을 하나하나 붙여 놓는다. 끈적한 분비물로 단단히 고정된 알들은 수컷의 등판 위에 차곡차곡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수컷의 긴 육아가 시작된다.

포식자로 살아가는 물자라에게 사냥은 생존 그 자체다. 하지만 알을 업은 수컷은 먹이 활동마저 조심해야 한다. 움직임은 불편해지고 위험은 더 커지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알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몸을 보육실로 내주고 새 생명들이 세상 밖으로 나올 때까지 묵묵히 기다린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마침내 알 속에서 작은 새끼들이 깨어난다. 하나, 둘 세상 밖으로 나온 새끼들은 아버지의 너른 등을 떠나 물속으로 흩어져 각자의 삶을 영위한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도, 칭찬받기 위한 것도 아니다. 그저 다음 세대를 위해 물자라 수컷은 자신에게 맡겨진 생명을 끝까지 책임졌을 뿐이다.
흔히 아버지의 사랑을 잘 드러나지 않는 사랑이라고 한다. 어머니의 사랑은 따뜻한 손길과 포근한 품으로 느껴진다면 아버지의 사랑은 말수가 적고 투박해서 뒤늦게 겨우 알아차린다. 물자라 수컷의 부성애도 그렇다. 화려하지도 않고 요란하지도 않다. 다만,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조용히 견디고 묵묵히 버티며 끝까지 책임진다. 우리들의 아버지들처럼 말이다.
<청개구리 쌤, 지영군 곤충교육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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