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칼럼] 신기술 선순환 생태계를 재구축하자
특허 로열티 수지 여전히 적자
상업화 기여한 특허 발명자에
의미 있는 인센티브 제공해야
우리는 살아가며 ‘마중물’이나 ‘선순환’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주로 정책 분야에서 흔히 쓰인다. 어린 시절 시골집에는 소량의 마중물을 부으면 많은 지하수를 뽑아내는 수동 우물펌프가 있었다. 적은 물로 많은 물을 얻을 수 있었던 셈이다.

이렇게 확보된 투자금은 기업이 더 나은 제품을 개발하는 데 쓰일 수 있다. 또한 실증을 통해 운영 실적(Track Record)이 쌓이면 해외 진출에도 더욱 탄력이 붙을 것이다. 이것이 하나의 선순환 생태계다. 더 나아가 초기 시장이 건강이나 교육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할 AI 서비스로 이어진다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우리의 주요 기업들은 과거의 추격자를 넘어 이제 선도자 대열에 들어섰다. 이에 따라 기존 기술의 혁신과 새로운 성장 기술 개발이 더욱 중요해졌다. 그만큼 지식재산(IP), 특히 특허권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앞으로 미국은 첨단기술 강국으로서 특허권의 가치를 더욱 강조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기술 패권 경쟁의 핵심 요소는 IP다. 다행히 한국은 세계 4대 특허 강국이지만, 특허 로열티 수지는 여전히 적자다. 이는 선순환 생태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를 선순환 구조로 바꿀 마중물 전략이 필요하다. 마침 특허청이 지식재산처로 승격된 것은 시의적절하다. 우리는 반드시 기술강국으로 도약해야 하며, 그것이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다는 절박한 인식이 필요하다.
일례로, 산학 과제를 통해 미래 기술을 연구하는 대학의 연구자 중에는 특허를 출원해도 자신의 이익이 작아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러면 그 특허는 사용하기도 버리기도 애매한 계륵(鷄肋) 특허가 되고, 결국 비싼 유지비만 낭비하게 된다. 이를 선순환으로 바꾸는 효과적인 마중물 전략은 상업화에 기여한 특허를 가려서 발명자에게 의미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다. 기술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 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열심히 하지 말라고 해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는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며 공생과 지속가능한 경쟁력 확보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한편, 기업 내부 자원과 인력으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높이 평가하면서도, 외부에서 양산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도입하는 데에는 소극적인 경향이 있다고 한다. 하나의 전략일 수는 있지만, 선도 기업이 혼자서 방대한 미래 기술을 탐색하고 연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고 효율도 떨어진다.
따라서 외부 기술의 가치를 조기에 파악해 정당한 절차로 도입한 기업 연구자를 높이 평가하고 보상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효과적인 마중물 전략이 될 수 있다. 아울러 그런 기술을 개발해 의미 있는 보상을 받고 기업에 이전한 외부 연구자까지 인정한다면, 적은 노력으로도 기업과 국가가 함께 발전하는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해야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지 종합적이고 깊이 있게 검토하고, 어떤 마중물 정책을 수립해 실행할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효과적인 정책은 시대와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현장을 늘 면밀히 살피고, 적시에 효과적인 마중물 정책을 펼친다면 기업과 국가는 더욱 건강해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개인과 조직에 실질적인 이익이 돌아가도록 설계해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정책과 전략은 마중물 효과를 극대화하고, 그것이 선순환 생태계로 이어지도록 수립되어야 한다.
이종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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