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 편리하면 우리 모두가 편리…이웃에 대한 범주 넓혀야"

엄태빈 2026. 4. 19.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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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협·경동교회 장애인 주일 예배
"역사 내 엘리베이터, 장애계 투쟁 산물
…장애 복지 미비는 예산 부족 아닌 '관심 없음' 때문"
4월 19일 교회협과 경동교회가 장애인 주일 예배를 열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뉴스앤조이-엄태빈 기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박승렬 총무)와 경동교회가 4월 19일 장애인 주일 예배를 열고, 교회가 장애인을 돕는다는 시혜적 차원을 극복하고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의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다.

"함께 알아보는 부활, 함께 살아 내는 공동체"라는 제목으로 설교한 박승렬 총무는 그리스도인의 이웃은 그 범주가 훨씬 넓어야 한다고 했다. 박 총무는 "우리는 교회의 벽을 허무는 주님의 말씀을 들으면서도 옆 사람의 고통은 외면하거나 알지 못한 채 살아간다. 교회가 아무리 훌륭해도 들어갈 수 없다면 내 곁에 있는 건물이 아니다. 장애인들이 교회에 들어가도 곁을 내주지 않으면 함께하는 공동체가 아니다. 오늘 예배를 통해 우리 마음이 열려 이웃에 대한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승렬 총무(왼쪽)의 설교를 양준식 수어 통역사가 통역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전국 모든 지하철 역사 내 엘리베이터 100% 설치와 저상 고속버스 등 장애계 주요 현안인 이동권 문제를 교인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박 총무는 "지하철에 있는 엘리베이터는 눈물 어린 투쟁의 결과다. 여기 계신 많은 분들도 그 혜택을 누리고 있을 것이다. 연로한 노인, 임산부와 아이 부모, 무거운 짐을 끌고 다니는 여행객, 직장 생활로 많이 피곤한 사람들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한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들이 살 만하면 우리 모두가 살 만하고, 장애인들이 편리하면 우리 모두가 편리하다"고 말했다. 

박승렬 총무는 장애계의 요구가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가로막히고 있다면서, 이는 예산 때문이 아니라 관심과 사랑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부는 예산이 너무 많이 들어서 제도를 만들 수 없다고 하지만, (진짜 이유는) 그들을 나의 이웃, 자매, 형제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시혜의 대상, 귀찮게 하는 이들 정도로 생각해 장애인들의 복지가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 주일을 맞이해 우리가 정말 회복해야 할 것은 예산보다도 예산을 확대하기 위한 관심과 사랑"이라며 "장애인 주일 예배가 1년에 한 번, 연례 행사로 멈추면 안 된다. 이웃과 사랑에 대한 범주를 바꾸고 (이 문제를) 나의 일이라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교인들이 저시력 체험을 하고 있다. 시각장애인 중 80%가 저시력자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교회 마당과 갤러리에는 장애 인식 개선 체험 부스가 설치됐다. 경동교회 청년부는 예배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저시력 체험과 우퍼 조끼(청각 장애인이 음악을 진동을 통해 감각할 수 있게 하는 장치 - 기자 주) 체험을 진행했다. 연세대학교 CAT건축도시디자인연구실에서 3D 프린터로 제작한 교회 외관 모형도 만져 볼 수 있었다.

예배 후 시각장애인 배희관 교사의 특강과 연주가 이어졌다. 배희관 교사는 특수교사이자 배희관밴드의 리드 보컬인 뮤지션으로 활동하고 있다. 배희관밴드는 2018년 평창패럴림픽 피날레 무대를 장식하기도 했다. 

배희관 교사는 '불가능 가능케 돼'라는 찬양을 불렀다. 이 찬양에는 "눈 먼 자 눈뜨며"라는 가사가 있다. 그는 시각장애인의 큰 염원을 담은 곡이라면서, 소개하던 중 가수 김범수의 '보고 싶다'를 불러 큰 웃음을 자아냈다. 배 교사는 눈을 뜬다면 제일 먼저 보고 싶은 건 "예쁜 여자"라고 말했다. 장애를 성역화하기보다 장애인에 대한 솔직하고 일상적인 이해와 논의가 더 필요하다면서 꺼낸 말이었다. 
예배 이후 배희관 교사의 특강 및 연주가 이어졌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교회에서 찬양팀 사역을 하고 있는 배희관 교사는 오랜 시간 팀원들과 친해지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다니는 교회에는 장애인이 저밖에 없다. 다른 청년들은 제게 어떻게 다가가고 말을 걸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라. 한 청년이 저를 배려한다고 보면대를 세워 줬다. 그 친구에게 '내가 보면대를 보며 기타를 치는 순간 우리 목사님은 (나를 데리고) 설교 여행을 다녀야 한다'고 말했다. 그때 모두 다같이 웃으면서 바리케이드가 무너졌다. (장애인 교인과의 관계에서는) 특별한 계기보다 이렇게 가벼운 말 한마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내자가 시각장애인의 옆쪽에서 팔꿈치 윗부분을 잡게 해 이동하는 '안내 보행'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팔을 잡는 것을 신체 접촉이라고 불쾌하게 생각하시는 분이 있는데 가장 안전하고 공식적인 방법일 뿐"이라고 했다. 또한 시각장애인의 보행을 돕는 안내견에게는 관심을 주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안내견은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예쁘다고 다가오면 집중력이 흐트러지기도 한다. 시각장애인의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귀엽더라도 꼭 모른 척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정훈 목사는 휠체어를 타고 성찬을 집례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경동교회 임영섭 담임목사는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교회 전체에 장애인 주일에 대한 인식이 커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교회협과 연합 예배를 준비했다면서, 교인들이 장애인을 다른 교회로 보내기보다는 같은 공간에서 함께 어우러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임 목사는 "장애의 범위를 넓혀 신체장애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관심을 두려고 한다"고 말했다.

휠체어를 타고 성찬을 집례한 이정훈 목사는 장애인을 함께 사는 사람으로 인식해 달라고 했다. "장애인을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같이, 함께할 수 있는 사람으로 봐 주셨으면 좋겠다. '특별히', '예외'로 두는 순간 문제가 많아진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장애인들은 자기가 앉고 싶은 좌석에 앉을 수가 없다. 맨 앞, 아니면 맨 뒤인데 이미 교회 건물을 지어 놓고 자리를 준비하려다 보니 그런 것 같다. 앞으로 이러한 배려가 하나둘 시작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엄태빈 scent00@newsnjo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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