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엄마가 던진 “입양은 안전했나”

“좋은 일” 사고팔기 가담 고백
문서·사진 몇장으로 생모 만나
입양 산업의 그늘, 개인이 감당
양국 협조로 구조적 지원되길
노르웨이인 크리스틴 몰비크 보튼마르크(58·사진)는 1998년과 2002년 한국에서 각각 아들과 딸을 입양했다. 입양기관은 “아들의 생모가 당시 16세이고, 충동적으로 성관계를 한 뒤 임신했다”고 알렸다. 한국에서는 임신중단이 불법이라고 전했다. 당시 보튼마르크는 입양이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믿었다.
28년이 지난 뒤 그의 생각은 완전히 달라졌다. 지난 8일 서울 한 카페에서 만난 보튼마르크는 “나도 모르게 아이들을 사고파는 일에 가담했다”며 “아이를 뿌리째 옮겨 심는 일이었지만, 그것이 안전한 일이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회학자로 노르웨이 크리스티아니아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인 보튼마르크는 책 <너의 한국 엄마에게>를 지난 7일 출간했다.
보튼마르크가 입양 산업을 파헤치기 시작한 것은 사진가인 그의 아들 A씨가 자신의 뿌리를 찾기 시작하면서였다. 아들은 항상 ‘한국인’으로 불렸다.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심지어 가족 내에서도 그렇게 불렀다. 보튼마르크는 “아들이 조용한 이주를 겪고, 침묵을 강요당한 소수자가 돼갔던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 A씨는 “내 입양과 관련한 모든 문서를 보여달라”고 했다. 보튼마르크는 입양기관 홀트아동복지회에서 A씨에 관해 담아 보냈던 파란 가방을 펼쳐놨다. 다달이 작성된 진료보고서, 몸무게·키 등이 적힌 문서, 사진 몇장이 전부였다. A씨는 “정말 이게 전부냐”고 물었다. 보튼마르크는 “보이는 건 이게 전부지만, 맥락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라고 겨우 답했다. 그때부터 ‘뿌리를 찾는 항해’를 했다.
보튼마르크는 노르웨이로 입양된 한국 인의 약 70%가 출신 불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호적이 조작된 사례, 부모가 있어도 고아로 취급된 사례가 빈번하다는 사실도 알았다. 입양이 예정된 아이가 죽으면 다른 아이가 죽은 아이의 신원을 물려받는 일도 있었다. 보튼마르크는 “입양은 산업이었고, 일종의 ‘효율적’ 생산 과정이었다”고 했다.
입양인이 정보를 확인하거나, 생모를 찾을 수 있게 하는 지원은 부족했다. 입양기관으로부터 단순한 문서를 받는 일도 3개월 이상 걸렸다. 보튼마르크는 “사회적 필요 때문에 입양이란 제도를 만든 것인데, 너무 많은 것을 입양인 개인에게 맡기고 있다”며 “아이들이 성인이 돼서 저마다 주체가 될 텐데 그때 내가 누구인지 물을 것을 예상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A씨는 2023년 보튼마르크와 함께 한국에 와서 생모를 만났다. 둘 모두에게 생모를 만난 건 특별한 기억이다. 보튼마르크와 생모는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서로를 알아봤다. 보튼마르크는 “그가 나에게 여러 번 ‘아이가 너무 예쁘다’고 말했는데, 모든 외관은 그에게서 온 것이었다”고 회상했다. 보튼마르크는 “3~4개월치 월급에 달하는 한국행 비용을 우리가 감당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라며 “모든 입양인이 이런 지난한 과정을 감당할 수는 없다. 양국이 협조해 입양인들을 제도적으로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사진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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