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닉, 20년 만에 콘서트···긴 세월 돌아 마주한 추억의 ‘정류장’

“작년이 패닉 데뷔 30주년이었어요. 저희가 청개구리 기질이 있어서 30주년 기념 공연 같은 것을 하고 싶지 않았어요. ‘2025년에 아무것도 하지 말자. 대신 2026년 봄에 콘서트를 해보자’ 해서 만들어진 공연입니다.”
노래하는 이적, 랩하는 김진표. 꼭 20년 만에 두 사람이 ‘패닉(Panic)’의 이름으로 단독 공연을 열고 무대에 올랐다. <패닉 이즈 커밍> 둘째날인 지난 17일 찾은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는 긴 세월 이들을 기다렸을 팬들로 북적였다.
공연은 오후 7시30분 정각에 시작됐다. 공연명으로 쓰인 1집 인트로곡 ‘패닉 이즈 커밍’으로 막을 올렸다. 무대에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자 환호가 쏟아졌다. 패닉은 1집 타이틀곡 ‘아무도’, 3집 수록곡 ‘숨은 그림 찾기’까지 부른 뒤 인사를 건넸다. “반가워요. 잘 지냈어요?”
1995년 데뷔한 패닉은 실험적이면서도 대중적인 명곡들로 사랑받은 전설의 듀오다. 앨범으로는 2005년 4집, 공연으로는 2006년 <레츠 패닉>이 마지막 활동이다. 이후 두 사람은 각각 활동했으나 이적의 콘서트에 김진표가 게스트로 출연하는 등 끈끈한 인연을 이어왔다. 2020년 이적의 ‘돌팔매’에 김진표가 피처링을 하기도 했다.
필기구 유통업에 종사하고 있는 김진표는 엠넷 힙합 경연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진행을 제외하곤 오랜 기간 무대에 오르지 않았다. “활동 초기 인터뷰 할 때, ‘50대가 돼서도 랩을 하겠다’는 말을 많이 했어요. 공연을 안 한 지 꽤 시간이 되다 보니까 용기도 엄두도 안 났어요. 그 꿈과 조금씩 멀어지고 있었거든요. 이번 공연은 30년 전 저의 꿈을 실현시켜준 무대이기도 해요.”(김진표)
공연 중반부 VCR로 패닉 활동 초기의 모습이 등장했다. 이적은 “공연 때문에 자료를 엄청 찾았다. 팬분들이 주신 사진도 많다”며 “긴 세월을 점프해서 영상에 나왔던 파릇파릇한 모습으로 돌아가는 경험을 하게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했다.
두 사람은 패닉 결성 이전부터 알던 사이다. 이적은 “진표랑 만난 지는 40년이 넘었고, 패닉을 한 지는 30년이 넘었다”며 “이런 친구가 있다는 것은 너무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진표는 “(공연을 하자는 말에) 갈등을 하다가 ‘적이 형이랑 (무대에) 같이 서면 20년 만이지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적이 형이 저를 다시 이렇게 무대 위로 불러 세워줘서 고맙다”고 밝혔다.
이적이 “(공연 첫날이었던 전날) 제가 본 어떤 LG아트센터 공연보다 시끄러웠다”고 했는데, 이날 공연도 호응이 뜨거웠다. ‘그 어릿광대의 세 아들들에 대하여’를 부른 뒤 이적은 벅찬 얼굴로 “지난 20년간 이 노래를 떼창하고 싶었다”고 했다.
“평소에 라이브로 못 들어본 패닉 노래를 잔뜩 하는 공연”이라고 이적이 예고했듯 세트리스트는 다채롭게 구성됐다. 이적이 “이런 공연은 아마 앞으로 자주 없을 거 같아요. ‘벌레’ 듣고 ‘혀’ 듣고”라고 하자 객석에서 “자주 봐요”라는 말이 터져나왔다. 이적은 그러면서 “나중에 이 공연을 봤다고 자랑하실 날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솔로 무대도 준비됐다. 이적은 기타를 메고 ‘기다리다’와 ‘강’을 불렀다. 객석에선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김진표는 “가사를 쓸 때는 제가 나중에 부모가 될 줄 몰랐다”며 반항적인 가사를 담은 ‘마마(Mama)’를 불렀다. 이어진 ‘벌레’ 무대에선 이적이 무대 장치 위로 올라가 확성기를 들고 지원에 나섰다.
히트곡은 후반부에 배치했다. ‘정류장’ 전주가 흐르자 객석은 “오오”하고 웅성거렸다. 관객들은 추억에 젖은 듯한 표정으로 곡에 몰입했다. ‘달팽이’에선 이적의 피아노 연주가 감동을 더했고, “집에 오는 길은 때론 너무 길어”로 시작하는 노랫말은 각자의 지친 하루를 위로해줬다.
‘로시난테’에서는 관객들이 저마다 핸드폰 손전등으로 불빛을 밝혀 공연장을 하얗게 물들였다. 앙코르 마지막 곡으로는 랩 버전 ‘왼손잡이’를 불렀다. “난 왼손잡이야!” 1995년에서 2026년으로, 세월을 뛰어 넘은 떼창이 터졌다.
이번 패닉 콘서트는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나흘간 LG아트센터에서 열렸다. 사진 및 영상 촬영을 금지해 핸드폰을 내려놓은 채 다함께 눈과 귀로만 순간을 담았다. “20년 만에 공연을 한다는데 ‘아 걔네 아직 살아있어?’ 하지 않고 1분 만에 매진시켜준 여러분들 덕입니다.”(이적)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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