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명 정원에 17명…너무 많아진 수용자 갑자기 물 끊기고, 공간 차지하려 폭력

이홍근 기자 2026. 4. 19.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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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밀’ 안양교도소 체험해보니
법조출입 기자단이 지난 15일 경기 안양교도소에서 수용자 체험을 하고 있다. 법무부 제공


고 신영복 선생은 저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 여름 수감 생활의 고통을 적었다. 남한산성 육군교도소를 시작으로 대전교도소, 전주교도소를 거치며 20년20일을 교도소에서 보낸 그는 여름 수감을 “형벌 중의 형벌”이라고 말했다. 부대끼며 살아야 하는 감옥 생활이 옆 사람을 증오하게 만들어서라고 했다.

지난 15일 기자가 체험한 경기 안양교도소 생활은 신 교수가 수감을 마친 1988년에 멈춰 있었다. 9명이 정원인 24.61㎡ 크기 혼거실에 15~17명이 생활하고 있었다. 어깨와 어깨가 닿고, 발과 발 사이 통로와 화장실 앞까지 겹쳐 누워야 모두 잠들 수 있는 구조다. 수감자는 늘고 시설은 개선되지 않아 수용률이 치솟은 탓이다. 안양교도소의 수용정원은 1700명이지만 현재 2284명이 수용돼 있다.

과밀수용은 갈등으로 이어진다. 이날 낮 12시13분쯤 18명이 수용된 6동 상층 1번방 화장실 물이 끊겼다. 교도관은 “아래층에서 물을 다 써서”라고 했다. 2명이 아직 식판 설거지를 마치지 못했다. 변기는 고장 나 물을 붓지 않으면 내려가지 않았다. 아래층 수용자 때문에 위층 수용자가 제대로 먹지도, 볼일을 보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한 교도관은 “과밀수용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며 “다른 수용자에게 어쩔 수 없이 피해를 주는 상황이 되다 보니 서로 짜증이 나고 갈등이 생긴다”고 했다.

일부 수용자는 과밀수용을 폭력으로 해결한다고 했다. 교도소에서 노란 명찰은 권력이다. 조직폭력배 사범 등이 주로 노란 명찰을 단다. 이들이 약한 수용자에게 소란을 일으키라고 강요해 그들을 징벌·조사실로 쫓아내는 식으로 방 인원을 줄인다는 것이다. 다른 교도관은 “문을 차라고 시키거나 통방(방끼리 소통하는 행위)을 시키는 일들이 있었다”고 했다. 쫓겨나지 않는다고 해도 화장실 앞으로 자리가 배정돼 쭈그린 채 잠을 자야 하는데, 이를 교도소 은어로 ‘뺑끼 탄다’고 한다.

징벌·조사방은 대체로 혼자 쓸 수 있지만, 수용자들이 선호하는 선택지는 아니다. 좁고 더럽기 때문이다. 1963년 개소 이후 60여년간 벽지에 켜켜이 쌓인 땟국물과 낡은 화변기가 악취를 뱉어냈다. 창문엔 냄새를 맡고 찾아온 벌레가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바닥은 냉기를, 천장은 열기를 뿜었다. 문제행동을 보이는 수용자가 주로 갇히기 때문에 폐쇄회로(CC)TV로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되고 있었다.

교정당국은 수용자가 열악한 상황에 놓인 것을 방치해선 안 된다고 했다. 교도소가 ‘교정’ 기능을 상실하면 이들이 사회로 복귀했을 때 재범할 가능성이 커지고, 사회적 비용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교화가 일어나겠느냐”며 “시설 확충을 통해 과밀수용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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